지난 해 외고토론회를 하면서 상위 10%의 중학생들이 도전한다는 외고의 입학정원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 숫자가 전체 중3학생의 몇 %나 되는지를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30%를 벗어나는 학생들까지 외고에 도전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진로지도를 도대체 왜 학교는 방기하고 있는지 울화가 치밀기도 했지요. 학벌, 대학서열이라는 괴물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우리 아이들 대다수는 지난 해 어느 여대생의 돌발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유행어인 '루저'로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살떨리는 성적 경쟁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추운 겨울 노변에서 붕어빵을 굽더라도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지를 붙이더라도 참된 행복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 저 역시 피튀기는 성적 경쟁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 조금이라도 상위 서열에 해당하는 대학에 입학하자! 또는 어차피 해도 안될거 모든 걸 포기하고 '루저'로 소박한 행복에 만족하며 '안빈낙도'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실이 어떤지 정확히 짚어보고 설령 사교육이 필요하더라도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대학입학전형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다가 이번에는 외고가 아닌 '그 좋다는' SKY, 서성한, 8공주, IN서울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급우들을 제쳐야 하는지 계산기를 돌렸더랬습니다. 2011학년도 SKY 모집 정원의 합은 11,271명입니다. 지난 해 수능 응시인원을 677,829명을 기준으로 하면 1.7%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쉽지 않죠? ^^ 그렇다면 SKY+서성한은?? SKY+서성한 정원은 20,264명입니다. 역시 전체 수능 응시인원 가운데 3% 이내에 들어야 하네요. 고교 내신 등급 비율과 비교하면 와우~ 1등급(4% 이내)이네요! 음~ 오기가 생깁니다. 이른바 '좋은(좋다고 하는) 학교' 정원이 이것 밖에 안돼??? 그렇다면 SKY+서성한 외에 이대, 중대, 경희대, 외대까지 포함시켜 봤습니다. 그래도 30,971명에 불과하네요. 수능 응시인원 비율로 따지면 4.6%입니다. 이왕 하는 김에 그럼 IN서울까지 도전!!! 서울산업대, 서울시립대, 가톨릭대, 건국대, 경기대, 광운대, 국민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세중대, 숙대, 숭실대, 홍익대 입학정원까지 더해봤습니다. 음 ~ 상기 나열된 대학을 포함한 IN서울 입학정원은 68,811명이 되네요. 휴~ 10.2%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가요?
물론 IN서울 대학말고도 포항공대, 한림대, 지방거점국립대학 등 내실있고 알찬 학교는 많습니다. 하도~ IN서울, IN서울 하니까 계산해 본 것이지요. 또 결코 IN서울 대학들이 인생의 성공이나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10.2% 밖의 아이들인 89.8%의 아이들 아니 더 엄밀하게는 97%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열패감을 일상적으로 맛보고 있지요.
고등학교는 대학입시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시기니까...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이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도대체 '몇 등'이나 해야되는 건지를 계산해 봤습니다. 음~~ 학년 정원이 300명이고 학급당 인원이 33~34명, 한 학년 9학급으로 편성된 '노워리 중학교'가 있다고 가정합니다.(각 반의 성적은 고르다고 치고요...) SKY를 가기 위해서는??? 오우~ 전교 5등 이내에 들어야 하네요. 산술적으로는 각 학급 1등 가운데 4명의 학생은 SKY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SKY+서성한은?? 음~ 딱 9등까지네요! 결국 반에서 1등하면 SKY 또는 서성한에는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음은 각 반 2등들을 위해 다시 한번 계산기를 돌립니다. 2등들 가운데 4명은 이대, 중대, 경희대, 외대에 진학이 가능하군요. 2등 가운데도 5명은 8공주 진입이 불가능 합니다. 현실은 냉정하네요. ㅡㅜ 3~4등을 위해 다시 계산기를 돌려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전교 36등 이내 학생들이 앞서 말한 IN서울 진입이 가능합니다. 음... 반에서 적어도 4등 이내에 들어야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가는군요.
그렇다면 각 반 나머지 29~30명의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엉망진창인 공교육에 대한 울분!! 뜨아!!! 전 결코 학교보고 학원처럼 빡세게 돌려서 아이들 성적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모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바꾸는 일은 만만치 않죠. 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저 역시 제 친누이 생각도 못바꾸고 있는데요. ㅡㅜ 결국 점수 경쟁도 아닌 등수 경쟁의 조건하에서 대입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더 나아가 채용과 관련된 노동시장 자체의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학교든 학원이든 이른바 '루저'를 양산하는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오늘 등대강의를 진행할 이범 선생님은 전에 사교육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며 '투자 대비 효과가 불분명한 사교육비를 부부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거나 노후를 대비하는 자금으로 모아두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 옳고 그름만을 따지기에 교육문제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큰 차원에서의 이야기 보다는 합리적 소비의 개념 차원에서라도 아이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냉정한 판단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 부모님들이 자신의 중학생 자녀에게 "반에서 4등 안에는 들어야 IN 서울 할 거 아니야!!"라며 얼굴 붉히시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
p.s 모 고등학교 아침 조회 교장선생님의 훈시 "여러분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등 안에 들어야 하고...."라는 말씀에 첫 중간고사를 마친 상당수 학생은 대학진학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위 자료가 "현실은 이렇게 빡세니 정신차리고 공부해"라는 학교 또는 학부모의 이야기로 변신되거나 "어머니~ 현실이 이래요!! 이래도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 두고 보시겠어요!"라는 학원의 이야기로 변신되지 않기를... ^^ OUT서울에 해당하는 90% 아이들의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되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