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3. ~ 01.27 괌 가족여행기] 우리나라에 한파가 기승을 부린 날, 가족 첫 해외여행으로 따뜻한 수마트라섬을 향해 떠났던 제비들의 경로를 살짝 비켜서 괌으로 향했다. 3박 5일 일정인지라 야간에 비행하여 하늘에서 태평양의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시나브로 대기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기에 한겨울을 피해 10.000km 이상 날아간 제비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한국보다 한 시간 빠른 괌시간인지라 새벽에 PIC 호텔에 도착하였고,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짐만 푼 채 잠이 들었다. 패키지 상품이라서 첫날 오전은 여행사 일정에 따랐다. 괌의 주지사 집무 장소, 아푸간 요새, 사랑의 절벽 3곳을 들렸는데,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구경하는 공간이 마당처럼 작아서 오래 걸리지 않았다. 3곳 모두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아름다운 배경으로 “나 여기 있었다”는 인증 사진을 남기는 정도라고 할까? 오전을 패키지 일정으로 마치고, 오후에는 호텔의 시설물 탐방에 나섰다. 워터파크와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을 자랑하는 곳으로 처음 온 우리 가족에게는 모두 낯선 풍경이었지만, 지난밤 도착할 때의 조용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왁자지껄 신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어울리기 위해 탐방보다는 직접 부딪침이 좋을 것 같아서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아이들과 물 반 사람 반 워터파크에 뛰어들었다.
그 후로는 이틀차, 삼일차 모두 같은 루틴이었다. 해가 뜨면 워터파크에서 카약을 타고, 슬라이드를 즐기고, 여러 가지 다양한 놀이시설을 즐겼다.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모래놀이를 하고, 해상 카약도 열심히 패들링했다. 현지 안전요원들이 놀이를 함께 해주고 흥을 함께 북돋아 주는 이 호텔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이튿날 밤에는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 공연을 관람했다. 텔레비전이나 여느 서커스에서 보았던 공연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 볼 때마다 진부함보다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여행의 기본 조건은 잘 자고, 잘 먹는 환경이다. 우리 가족이 묵은 호텔 룸은 B동 12층 슈페리어룸이다. 가이드가 PIC 호텔을 찾는 한국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리모델링 할 시간이 없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오래된 분위기였고, 두 방이 컨넥티드된 룸 구조를 문으로 막아 놓아서 아이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말로 표현하다가 옆방으로부터 노이즈 자제 부탁을 받기도 했다. 호텔 룸이 좋았던 점은 더블 침대가 2개 있어서 성인 2명과 아동 2명인 우리 가족이 머무르기에 최적이었다는 점이다. 아이들 손님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해서인지 여행상품에 어린이 2명은 반값의 할인 조건이 반영되었다.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스카이 라이트 뷔폐가 조식, 중식, 석식을 제공하고, 라멘하우스가 운영되고 있어서 두 군데를 번갈아 다녔다. 특히, 라멘하우스에서 먹었던 김치볶음밥, 김치라멘이 맛있었다. 아이들에게는 키즈세트를 제공했다. 그 밖에도 몇몇 특식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주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더운 지방이기에 열대 과일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괌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거의 없었다. 괌의 유이한 생산품이 아기와 태풍이란 가이드분의 설명을 많이 공감하였다.
괌은 관광지가 아니라 휴양지로 날씨가 연중 온화하며 하늘빛과 바닷물이 파란 옥빛이어서 사진 찍기 좋은 섬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사실을 모두 확인하였으나, 물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놀다 보니 결국 사진이 많이 없는 여행이 되었다. 한국과 괌의 겨울과 여름 기온차로 두꺼운 옷으로 출발해 반 팔 셔츠 생활까지, 일 년의 날씨 변화를 5일 동안 경험한 여행으로 가족이 함께 머물러 실컷 웃고, 놀고, 떠들 수 있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