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허둥거리다’, 또는 ‘허둥대다’라고 하는데
급하긴 한데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를 때의 몸짓입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어느 집에 불이 났고
그 집 주인이 급한 김에 아이만 둘쳐업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보니 업힌 것이 아이가 아니고 베개였더라는,
들으면서 어이가 없기도 했고
불행하게 생명을 잃은 아이를 가엾어 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평소에 유난히 덤벙거려 크고 작은 실수를 많이 했던 나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음을 알기에
그 일이 그만큼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 터인데
다행히도 내게는 그런 큰 실수를 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여기까지 왔고
뒤늦게 허둥대지 않을 수 있는 삶의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급한 일이 발생했고
처리할 일이 내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
일의 앞뒤를 가늠하지 못하여 당황스럽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비록 잠깐이라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사안들을 살피는 일이 먼저라는 것,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그러니 그냥 몸을 움직여 모든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처리하거나,
아니면 그 중 가장 중요하다는 것만을 처리하게 된다면
그것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배운 겁니다.
하기야 이런 일은 나처럼 덤벙꾼이에게나 쓸모있는 생각일 뿐
내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그렇게 잘들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데
아무튼 나는 이후 덤벙거림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고
허둥댄 일도 최근에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으니
그만큼 삶에 안정을 얻게 된 겁니다.
허둥대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어느 상황에서라도 균형을 놓치지 않는 길,
많이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게 숙제라는 것을 보면서
‘허둥거리다’라는 낱말을 놓고 다시 한 번 나를 살핍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