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길 논설위원장]
그동안 편파, 왜곡 방송으로 질타를 받던 KBS가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이 맹위를 떨치며 거세게 번져나가고 있을 때 재난방송체제를 가동해야함에도 한가롭게 ‘오늘밤 김제동’이란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재난 주관 방송사며 국가 기간방송사인 KBS가 ‘재난 외면방송‘이 된 것이다.
같은 시간 YTN와 MBC는 현장 상황을 보여주면서 뉴스 특보를 하고 있었다. 재해 주관 방송사이자, 국가기간방송 KBS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편파적 내용 시비가 많은 방송을 계속,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11시 25분 경 되어서야 특보에 들어갔다. 불이난지 5시간 가까이 되어서야 재난특보방송에 들어간 것이다. 한말로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간방송이다. 때문에 재난발생 시에는 정규방송을 끊고 긴급하게 재난방송시스템으로 바꿔 국민들이 재난에 긴급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KBS는 큰 불로 사람이 죽어가고, 다치고, 도시에 불이 옮겨 붙어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며 집을 버리고 대피하고 있는데도 한가하게 이념성향이 강한 프로그램이나 방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에 과연 KBS의 사장인 양승동 사장은 어디에 있었고 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 보도국 간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재난방송에 늑장을 부렸단 말인가?
오죽하면 KBS의 공영노조가 ‘오늘밤 김제동’을 편성하면서 폐지해 버린 밤 11시 ‘뉴스라인’이 그대로 있었더라면, 더 신속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뉴스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또 타사가 중계차를 동원해 현장에서 생생한 보도를 한 것 에 비해 KBS는 방송국 앞에 중계차를 대고 보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밋밋한 그림이 많았다고 한다. 총체적인 위기를 넘어 KBS의 붕괴를 목도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어지간해선 KBS에 대해 말을 아끼던 문재인 대통령도 재난 상황을 실시간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지역 주민이 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을까. 문 대통령은 더불어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까지도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달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낙연 총리도 산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재난방송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재 KBS는 편파방송으로 전국적으로 시청료납부거부운동과 함께 광고수입도 떨어지고 있고 최근엔 ‘김용옥 막말’ 여파로 이 시청료납부거부운동도 더욱 거세져 아마도 경영상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최근 KBS공영노조도 밝혔는데 지난해 500억대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2 월까지 벌써 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최악의 경영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KBS는 이번 산불보도를 계기로 재난방송시스템을 공영방송답게 재정비하고 또한 보도에 있어서도 공정한 보도, 신뢰 할 수 있는 방송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방송’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방송’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