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5시 40분께 철마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한복판에 조명대가 설치되어있다. 공원 쪽에 2.5톤 트럭 두 대가 똥꼬를 마주 대고 서 있다. <한미FTA저지와 진도살리기 한마당>펼침막이 차 머리 욱에서 짱짱허니 펼쳐 있다. 차 배통아지에는 울긋불긋허니 생긴 펼침막이 “진도군민 똘똘 뭉쳐 한미FTA 박살내고, 진도 경제 살려내자!”고 외치고 있다.
정해민 진도군 농민회장, 이일호 진도민협의장 등 대책위 관계자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바삐 움직인다. 대책위 집행위원장한테 갔다. “성, 애쓰요. 노래패는 어디 있소?” “응, 저 무대 뒤에.” “글고, 비옷 준비했소?” “금방 가져올 것임마?”
김철홍 씨가 식구들허고 뭔가를 묵고 있다. 김밥허고 어묵국이다. 어묵국에서 짐이 모락모락 난다. 인자 막 시켰능갑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애쓰셨소, 오시니라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더벅머리에 조금은 야윈 김철홍 동지가 인사헌다. “비도 오고 그랑게 쭉쭉 진행해불라, 이?” “선생님, 시간 좀 끌어주셔야겠는데요, 아직 한 사람이 안 와서...” “다섯 분이 허시오?” “아니요, 한 사람은 그냥 따라왔습니다.” “아, 그러요? 그믄 이따가 봅시다.”
다시 무대 쪽으로 갔다. 노오란 비옷이 왔다. 영상 담당헌 사람이 왔다. 한 번 안 해보냐고 했다. 자막을 세우고 영사기를 설치헌다. 이일호 대책위 상임공동대표가 신민식 진도지회장을 찾는다. 촛불글씨 바닥에 안 쓰냐고 헌다. 원래 행사장 바닥에 ‘한미FTA 반대’라는 글씨를 쓰기로 했다. 촛불은 비땜시 어렵지 않겄냐고 했다. 비는 여전히 추적인다.
6시 20분이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6년 만에 만난 농민회 식구들도 있다. “아이고, 고선생님 오랫만입니다!” “예, 그 동안 잘 사셨제라?” “언제 또 진도로 왔소? 진도가 그라고 좋옵뗘?” “예, 좋제라.”
조현훈 선상님이랑 우리 핵교 젊은 선상님들도 왔다. 이 번에 오신 비정규직노동자 선상님도.....무대 옆 천막으로 대책위 상임공동대표이신 김상수 노인회장님이 오신다. 인사를 드렸다. 악수하는 손에 별라도 힘이 들어가 있다. 인사드리고 나서 무심코 옛 읍사무소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학교 선생님 세 분이 욱으로 올라오고 있다. 반가웠다. 다가가서 인사를 허까 허다가 아차, 싶었다. ‘저 사람들이?’ 나를 봤는지는 모르겄는디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모다 학생과 선생들이다. 젊은 사람들 둘이 앞서고, 나이 드신 한 분은 뒤따른다. 헛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교장이 시켰다고 그래, 아그덜 왔는지 안 왔는지 감시허로 왔댜?’ 같은 학생과인디, 올해 새내기 교사로 온 정우동 조합원은 집회 참석허로 나와 있고, 사십대 초․중반, 오십대 후반 비조합원 교사들은 우덜 감시허로 나왔다가 슬그머니 고개 숙이고 지나간다. 허허 참...
6시 반이다. 가수 한 사람이 인자막사 왔단다. 무대 욱으로 올라갔다. 마이크를 잡았다. “아따, 비할라 요케 와싼디 뭐허로들 나왔소?” 그러자, 여그저그서 “한미에푸티에이 막을라고 왔제!” 헌다. “아, 그라요? 아따 나도 그럴라고 나왔구만이라. 저는 쩌어그 조금리에 있는 핵교, 진도실고서 근무허는 고재성잉만이라. 근디 지가 어디 노는 판만 있으믄 불나게 쫓아댕긴디 오늘 이케(이렇게) 철마광장서 논닥 헝게 나왔소. 그나이나 기왕에 나왔응게 먼저 소리 한나 해볼란디, 북장구 한나가 없네? 북이 없으믄 어치고 해사쓰요? 아, 그러제라. 추임새 시칼허니 넣어주이쑈, 이? 헐씨구!(헐씨구) 조옿타!(좋다!)”
“어찌요. 좋소? 그라믄 따라서 한 번 해보실라?” “산~ 퇴끼~ 퇴끼히야~ 어디~히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진도경제 살리로 간단다~~~”
“아따 모다들 잘허시요, 이? 아, 근디 지가 한 마디 헐란디, 고곳이 무신 말씸이냐 허머는, 진도 검정쌀 타작 아직 안 했제라? 근디 어서 각꼬 온 것잉가는 모르겄는디 검정쌀이 이미 다섯 차나 들어와부렀닥 안 허요! 고 놈이 인자 진도검정쌀로 둔갑히서 또 외지로 나갈 것잉만이라. 또, 전복허믄 진도 것이 얼매나 꼬독꼬독허니 맛나요. 아, 그란디 어먼 것이 진도로 와각꼬 상표만 '딱!' '진도참전복'이라고 붙여불믄 진도산이 되야분디, 그라믄 사람들이 사묵겄소? 진도가 살라믄 이런 파렴치헌 짓들 허는 사람들은 없어야쓰요. 그라제라?” “예~!”
“목포지역에서 활동허고 있는 노래패, ‘즐거운 노래 소풍’을 여러분의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모시겄습니다아~!”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노래 소풍'입니다. 한미에프티에이 저지와 진도살리기 한마당에 초대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 빗속에서도 미제의 음모에 맞서 기꺼이 싸우시겠다고 나오신 여러분 존경합니다. 힘찬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
‘바위처럼’을 첫노래로 부른다. 나는 관중석으로 가서 앙겄다. 두루마리 은박지를 깔아놓았는디, 궁댕이를 대자 미끌어진다. 박수침시로 있는디, 바람이 무대 펼침막을 민다. 마이크 자루(스탠드)가 자빠라진다. 한나는 가수를 뒤쪽에서 밀고 있다. 얼른 무대 뒤로 갔다. 살째기 내려놓았다.
‘불태우자’허고 ‘반격’이란 노래를 부른다. 다들 처음 듣는 노래다. 마지막 ‘반격’이란 노래가 참 인상적이다. 노래 중간 간주 부분에서는 함성을 지른다. 구호를 외친다. “노무현 정권과 미제국주의자들을 향해 함성, 시이짜악~!” “와~~~!!!” “진도군민 단결투쟁,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진도군민 단결투쟁,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워따, 워따! 이름이 ‘즐거운 노래 소풍’이어서 즐거운 노래만 부른지 알았는디 힘 있는 노래도 겁나게 잘허요, 이? 우덜 진도군민한테 힘있는 노래 들려주신 노래패 동지들한테 다시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한미FTA 관련 영상을 보는 순서다. 새로 설치허고 헐라믄 시간이 필요허겄다. ‘뱃노래’를 맨 나중에 헐라고 했는디, 땡겨서 시방 해야쓰겄다. “카수들 노래 들었응게 우덜도 한 자리 해 보께라? ‘뱃노래’ 다 아시제라? 경상도 메나리쫀디 꺾는 데서는 목을 까 뒤집어야 쓴다요. 오른 쪽으로 틀고! 자 노를 저어봅시다! 얼씨구!”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여차 아아아 뱃놀~이 가~~잔~다~~~ 이, 잘허시요. 근디 끝에 가서 ‘뱃놀이 가잔다’ 대신에 ‘에푸티에이 막잔~다’로 바꽈부릅시다, 잉?”
“아따 개완해부요. 그나 잘허요, 야? 근디 아직도 준비가 안 되얐으께라?” 화면을 봉게 아니다. 준비 중이다. 전두 2리 이장이자 진도서초등학교 운영위원인 정미화 여농회원을 불러냈다. 딸내미 은별이는 나오랑게 부끄러웅갑다. 우리 큰놈허고 동갑잉게 중학교 2학년이다. 미화 씨가 혼자 나온다. 노래 한 자리 허랑게 노래는 못헌단다. 글믄 앞으로 어치고 싸울 것인가에 대해서 야그 한 마디허락 헝게 야그도 잘 못헌단다. 그믄 뭣할라고 나왔냐고 핀잔을 주고는 언능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자 구호 하나 외치겄단다. “우리 농민 다 죽이는 한미에프티에이 반대한다!” “우리 농민 다 죽이는 한미에프티에이 반대한다! 한미에프티에이 반대한다!”
“역시 여성농민회원 답소!” 허고는 흘끗 오른 쪽을 봤다. 아직도 준비 중이다. 무대 아래로 훌쩍 내려섰다. “순서를 바꽈서 자유발언 시간을 갖겄습니다. 아무 말씀이라도 좋습니다. 허실 말씀 있으신 분들은 주저 마시고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했다. 앞 자리에 앙거 있던 한 여성이 나오신다. 소설가 곽의진 선생님이다. 한미에프티에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문인들도 힘을 보태시겄다는 요지의 말씀을 허신다.
“군내중학교 김아름 학생 어디 있습니까? 나와주십시오.”
“안녕하세요? 군내중학교 3학년 김아름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허고 자기가 써온 글을 읽기 시작헌다. ‘음마? 야가 공부를 솔찬히 많이 했네, 이?’ 에프티에이의 본질과 미국의 속셈, 그것이 체결되었을 때 그 뒤로 발생되는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헌다.
“아따, 우리 아름이 엄매, 아배가 누다? 참 잘 키워놨소. 우리 아름이 나중에 큰 인재가 되겄소, 안 그러요? 다시 한번 박수~!”
오른쪽 무대위의 자막을 봤다. 붉은 흘림체로, “한미FTA 저지해야 나라가 산다!”고 화면이 피흘리고 있다. ‘인자 되얐구나.’
“자, 그럼 한미에프티에이가 체결되믄 왜 안 되는지 동영상을 보시겄습니다.” 허고는 객석으로 갔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이후 12년이 지난, 멕시코의 현상황을 적나라허니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모방송사에서 방영해 준 것을 핵심만 편집해놨다. 농업, 교육, 노동 등 모든 것이 망가져부렀다. 그런디도, 이노무 망헌 놈의 노무현이는 언론, 방송을 시켜 12년 전, 멕시코 방송사가 허던 혹세무민허는 짓거리를 버젓이 허고 자빠졌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7시 30분이다. ‘그냥 집행위원장한테 마이크 넘겨부러? 그래, 얼마 안 걸링게 걍 허자’
동영상이 끝났다. “다들 잘 보셨지라? 어짜요. 에푸티에잉가 지랄잉가가 되야불믄 농수산업, 교육, 노동, 금융 모든 것이 절딴나부요. 문화마당 끝순서입니다. 진도군 여성농민회원이자, 진도문인협회 회원이신 정성숙 동지의 시낭송이 있겄습니다. 힘찬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이 놈의 비가 끈질기게도 내린다. 광장에 모인 300여 명의 사람들도 물러서지 않는다. 아담헌 키에 파마를 헌 정성숙 동지가 나온다. 자작시를 펼쳐든다. 심진 스님의 명상음악이 광장을 적신다.
“재앙 앞에서... 정..성..숙..
벗이여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뺐는가?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일을 더 많이 했고 허리춤은 갈수록 죄어도 빚은 점점 늘어만 가는 살림 눈 뻔히 뜬 채 속아서 억울하든가? 버림 받아서 서럽든가? 날마다 죄 없는 대문짝만 걷어차는가?
그러나 벗이여 자네 눈에도 보일 것이네 한미자유무역협정이라는 미친 소가 우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을 이놈은 한밤중에 슬금슬금 담을 넘는 좀도둑 수준이 아니네 기둥뿌리 몇 개 뽑아가는 간 큰 사기꾼도 아니네 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재앙이네 (하략)"
가냘픔시로도 촉촉이 젖어있는 마알간 목소리는 때론 흐느낌으로, 때론 외침으로 철마광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워메, 저라고 잘헐람시로 왜 차꼬 뺐으까?’
“시낭송 해 주신 정성숙 씨한테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자 1부 문화마당이 모두 끝났습니다. 구호로 마무리허겄습니다. 진도군민 똘똘 뭉쳐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진도군민 똘똘 뭉쳐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한미에프티에이 박살내자!”
“본대회 사회를 맡으신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신 조성문 동지를 소개합니다.”
“진도군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회 사회를 맡은 조성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미에프티에이 저지와 진도살리기 군민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먼저 민주의례를 갖겠습니다. 조국의 자주,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애쓰시다 먼저 가신, 특히 최근 노무현 정권에 의해 타살 당하신 노동열사들을 위해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일동 묵념!”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흐른다. 언제 들어도 가심 찡헌 음악이다. 비할라 옹게 더 영 거시기허다.
대책위 상임공동대표이신 김상수 노인회장님이 대회사를 허신다. 70객 노인같지 않게 소리가 쩌렁쩌렁허다. 다음으로 이일호 상임공동대표가 경과보고를 헌다. 이어 진도 JC회장이 호소문을 낭독헌다. 여그저그서 ‘잘허요!’ 소리를 헌다.
“진도군민 여러분, 한미에프티에이와 관련해서 우리 대책위원회에서는 진도군과 진도군의회에 입장을 물은 바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진도군수님을 모시고 한미에프티에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지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군중 대열 앞자리에 앙거있던 사람이 불쑥 일어선다. 똑같이 노란 비옷을 입고 있다. 국민이 합의하지 않은, 국민한테 손해를 끼치는 한미에프티에이는 인정할 수 없단다. ‘우잉? 글믄 이익이 많애서 합의를 허믄 인정헌다는 소리여?’ 근디 영상 효과가 크기는 킁갑다. 군수나 군의회 의장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의 맥시코 상화을 예로 들어 안 된다는 주장을 헌다. 일단 반가운 일이다.
마지막 결의문 낭독 순서다. 진도군 번영회장이 나온다. 시간 상, 앞 내용은 빼불고 우리의 요구만 낭독허겄단다. 상당히 재치있는 양반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미FTA를 강요하는 미국을 반대한다! 하나, 정부는 굴욕적인 한미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진도군은 수입농수산물이 진도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청정지역으로 선포하라! 하나, 진도군은 외지 농수산물이 진도에 흘러들어와 진도산으로 둔갑하는 것 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
2006년 9월 5일 한미FTA저지와 진도살리기 범군민대책위원회 일동!”
8시에 집회가 끝났다. 정해민 농민회장님이 마이크를 잡는다. “농민회 회원 여러분들은 진도대교로 갑시다! 가서 한미에프티에이 귀신 불살라서 수장시킵시다!”
‘한미FTA저지’ 깃발을 단 트럭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녹진을 향해 간다. 방송차량에서는 계속 노래를 틀어준다. ‘미국 꺼져!’란 노래가 도로를 타고 굼실댄다.
진도대교가 화려한 모습을 허고 있다. 다리 몸통에도, 기둥에도 부챗살맹이로 아래로 뻗은 잔 기둥들에도 형형색색 자본의 내음이 이글거린다. 그나 장관은 장관이다. 사람들이 횃불을 든다. 불을 붙인다. 횃불을 들고 다리 위로 간다.
“십여 척의 배로 왜선 수백 척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혼이 살아있는 이 곳 울둘목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기개를 이어받아 우리 진도군 농민회가 한미에프티에이 귀신을 이곳에 수장시킵시다!” “와아~~~!!!”<땡>
첫댓글 와따메- 걸판지고 뜻깊은 한 판이었구만. 우리 솟터가 가서 풍물이라도 한 번 쳐 주었으면 더욱 더 좋았을것이구만. 영숙이 춤도 곁들였으믄 더욱 좋았겠고.
금매 말이요, 성! 솟터를 부르까 했는디 너무 멀기도 허고...^*^
투쟁!
성의 에프티에이에 대한 투쟁은 아름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