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바이 위사카의 보시 서원
그때 녹자모 위사카는 여러 가지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고 하녀에게 말했다.
“이보게, 사원으로 가서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공양이 준비되었습니다’라고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리게.”
“마님, 알겠습니다.”
하녀는 위사카에게 대답한 뒤 사원에 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비구들이 옷을 벗고 몸을 비에 씻는 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사원에는 비구들이 없다.
외도들이 몸을 비에 씻는다’라고 생각해 위사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마님, 사원에 비구스님들이 없었습니다. 외도들이 몸을 비에 씻고 있었습니다.”
위사카는 현명하고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이와 같이 생각했다.
‘틀림없이 고귀한 분들이 옷을 벗고 몸을 비에 씻고 있었을 것이다. 이 우둔한 여자가 ’사원에는 비구스님들이 없다. 외도들이 몸을 비에 씻고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위사카는 다시 하녀에게 말했다.
“이보게, 사원으로 가서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공양이 준비되었습니다’라고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리게.”
한편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비구들이여, 발우와 옷을 챙기시오. 공양할 시간입니다.”
“세존이시여, 알겠습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대답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가사를 두르고 마치 힘센 사람이 굽힌 팔을 펴고 굽히는 듯한 그 잠깐 사이에 기타 숲에서 모습을 감추시더니 위사카의 집 앞에 모습을 나타내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비구 승가와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위사카는 ‘존자들이여, 아 주놀라운 일입니다. 존자들이여, 예전에 없던 일입니다. 여래께서는 무릎까지 폭우가 내려도 허리까지 폭우가 내려도 한 비구도 발이나 옷을 적시지 않을 정도로 크나큰 신통과 크나큰 위력을 지녔습니다!’라고 생각하며,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비롯한 비구 승가에 여러 가지 훌륭한 음식을 손수 제공해 대접하고,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발우에서 손을 뗄 때까지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한쪽으로 물러나 앉은 위사카는 부처님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 여덟 가지 서원을 청합니다.”
“위사카여, 여래는 서원을 뛰어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허용될 수 있는 것들이고 허물이 없는 것들입니다.”
“위사카여, 말씀해보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살아 있는 한 승가에 목욕옷을 보시하고, 이곳으로 오는 스님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유행을 떠나는 스님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병든 스님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간병하는 스님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환자에게 약을 보시하고, 항상 죽을 보시하고, 비구니 승가에 목욕옷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위사카여, 그대는 어떠한 인연을 보고 여래에게 여덟 가지 서원을 청합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하녀에게 이와 같이 “이보게, 사원으로 가서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공양이 준비되었습니다’라고 공양 때가 되었음을 알리게.”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그 하녀는 사원에 가서 비구스님들이 옷을 벗고 몸을 비에 씻는 것을 보고 ‘사원에는 비구스님들이 없다. 외도들이 몸을 비에 씻는다’라고 생각하고 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가까이 와서 제게 ‘마님, 사원에 비구스님들이 없었습니다. 외도들이 몸을 비에 씻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벌거벗은 몸은 불결하고 혐오스럽고 역겹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목욕옷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여기로 오시는 스님들은 길에 밝지 못하고 지리에 밝지 못해 어렵게 탁발하러 다닙니다. 그분이 탁발하러 오는 자에게 보시하는 저의 음식을 먹는다면, 길에 밝고 지리에 밝아져서 쉽게 탁발하러 다니실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오시는 스님들께 음식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유행을 떠나는 스님들은 스스로 음식을 찾아다니다가 대열에서 뒤처지거나 가고자 하는 처소가 있더라도 때 아닌 때에 도착하거나 어렵게 길을 갈 것입니다. 그분이 유행을 떠나는 자에게 보시하는 저의 음식을 먹는다면,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고 가고자 하는 처소가 있으면 제때에 도착하고 쉽게 길을 갈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유행을 떠나는 스님들께 음식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병든 스님들은 알맞은 음식을 얻지 못하면 병이 심해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이 병든 스님에게 주는 저의 음식을 먹는다면, 병이 심해지지 않고 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병든 스님들께 음식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간병하는 스님은 스스로 음식을 구하다가 환자에게 정오가 지난 뒤에 음식을 가져오면 환자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이 간병하는 스님에게 주는 저의 음식을 먹는다면, 환자에게 제때 음식을 가져와서 환자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간병하는 스님들께 음식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병든 스님들은 적당한 약을 얻지 못하면 병이 심해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이 병든 스님에게 주는 저의 약을 먹는다면, 병이 심해지지도 않고 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병든 스님들께 약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또한 세존께서는 안다까윈다 마을에서 열 가지 공덕을 보며 죽을 허용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공덕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승가에 항상 죽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여기 비구니스님들이 아찌라와띠 강에서 기녀들과 함께 같은 나루터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기녀들이 비구니스님들을 희롱했습니다. ‘존귀한 여인들이여, 그대들은 청정한 삶을 영위하기에는 너무 젊지 않습니까? 감각적 쾌락을 즐기면 어떻겠습니까? 늙으면 그때 청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대들은 두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기녀들에게 희롱 당한 비구니스님들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여인의 벌거벗은 몸은 불결하고 혐오스럽고 역겹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인연을 보면서 살아 있는 한 비구니승가에 목욕옷을 보시하기를 원합니다.“
“위사카여, 그대는 어떠한 공덕을 보면서 여래에게 여덟 가지 서원을 청하는 것입니까?”
“세존이시여, 여기 사방에서 안거를 보낸 비구스님들이 있는데, 사위성으로 세존을 뵈러 올 것입니다. 그들은 세존께 다가와서 ‘세존이시여, 이러이러한 비구가 죽었습니다. 그의 갈 곳은 어디이고 미래의 운명은 어떠합니까?’라고 질문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그에게 수다원이나 사다함이나 아나함이라고 설명할 것입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존자여, 존자께서는 예전에 사위성에 온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전에 그 비구스님이 사위성에 온 적이 있다’라고 대답하면, 그것에 대해 ‘틀림없이 그 존자는 내가 제공하는 목욕옷이나, 오는 자를 위한 음식이나, 유행을 떠나는 자를 위한 음식이나, 병든 자를 위한 음식이나, 간병하는 자를 위한 음식이나, 환자를 위한 약이나, 항상 죽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하면서 저에게 희열이 생겨날 것입니다.
희열이 생겨나면 기쁨이 생겨날 것입니다. 기쁨이 생겨나면 몸이 평안해질 것입니다. 몸이 평안해지면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면 마음이 집중됩니다. 그것은 곧 저의 감각 능력의 계발, 힘의 계발, 깨달음의 구성요소 계발로 이끌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러한 공덕을 보면서 여래께 여덟 가지 서원을 청합니다.“
“훌륨합니다. 위사카여, 훌륭합니다. 위사카여, 그대가 이러한 공덕을 보면서 여래에게 여덟 가지 서원을 청하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위사카여, 그대의 여덟 가지 서원을 허용합니다”
율장 <대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