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릿대 위에 있는 부위가 배꼽살(오른쪽)과 가마살. 나머지는 볼살 오토로 울대살 턱살 눈밑살(오른쪽 밑에서 시계방향으로). | |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상당히 세다. 가장 싼 종류인 '미'가 1인분에 2만 원. '선'은 3만 원, '진'은 5만 원이다. VIP는 1인분에 8만 원, 참다랑어 최상급 부위만 제공되는 VVIP는 시가로 매겨진다. 10만~15만 원대라는 설명이다. 맛집동호회 회장 조성화(58·자영업) 씨는 "회 중에서는 참치회를 최고로 치기 때문에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1인분 5만 원짜리 참치회를 맛보기로 했다.
커다란 금빛 쟁반에 뱃살 볼살 등 참다랑어의 7가지 부위가 종류별로 나왔다. 금가루가 뿌려져 있어 한층 고급스럽다. 고기는 부위마다 색깔과 무늬가 확연히 다르다. 마침 손님이 많이 없을 때라 주방에서 생선을 다듬던 사장이 나와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사장은 "기름기가 많고 분홍빛을 띠는 부위는 뱃살, 지방이 거의 없으면서 강한 붉은 색을 띠는 부위는 머리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전문가가 가장 고급이라고 가리킨 고기는 싸릿대 위에 올려져있는 부위. 배꼽살과 가마살(아가미)이었다. 배꼽살은 하얀 지방층이 고기 가장자리와 중간 중간에 두껍게 들어가 있는데다 색깔도 연분홍색이어서 꼭 돼지 삼겹살 같다. 가마살은 300㎏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에서 2~3㎏ 정도밖에 안 나오는 귀한 부위. 우선 배꼽살 한 점을 앞접시에 옮겨놓고 그 위에 고추냉이를 조금 얹은 뒤 무순 몇 가닥과 함께 간장에 찍어 맛을 보았다. 고기가 입 안에서 아이스바처럼 사르르 녹아버렸다. 고소한 끝맛이 인상적이다. 배꼽살 가마살 오토로살(큰뱃살) 등은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한 점 먹고 마늘장아찌나 생강으로 입안을 정리한 뒤 다른 부위를 맛보는 방식으로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눈밑살 턱살 볼살 울대살(목) 등도 조금씩 먹어본다. 이런 특수부위들은 기름기가 적어 질감이 쫄깃하고 색이 붉어 소고기 육회를 먹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동행한 도정희(55·주부) 씨는 "참치가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한 맛인 줄 미처 몰랐다"며 감탄했다.
밑반찬은 참치회무침, 칠면조해파리냉채, 한우육사시미, 깻잎장아찌 등이 나온다. 약간 익힌 쇠고기를 밥 위에 얹은 쇠고기초밥이 별미다. 조 씨는 "참치는 찬 음식이어서 쇠고기나 깻잎 등 더운 음식과 균형이 맞다"고 말했다. 중고기구이 참치머리조림 등 도 맛깔스럽다. 마지막은 알밥과 북어국이다.
4인용 테이블 4개와 스탠딩바 좌석 7개로 규모가 자그마하다. 방이 두 개 있어 단체 모임도 가능하다. 영업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중무휴. (051)558-3737
# 주인장 한마디
오상훈 사장이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다랑어 한 마리를 손질하고 있다. | |
마침 일행이 식당을 방문한 날, 사장이 몸길이 1m가량의 눈다랑어 한 마리를 손님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다듬어 보이는 시연을 실시했다. 오 사장은 능숙하게 껍질을 벗겨내고 부위별로 살을 발라냈다. 스탠딩바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진기한 구경거리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이 식당에서는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이 같은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미 조리된 생선만 접하던 손님들로서는 실제 참치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그는 "울대살 볼살 눈밑살 등 참치의 특수부위를 이만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부산에서 많지 않다"며 생참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참다랑어는 늦가을에서 겨울, 눈다랑어는 초여름, 황다랑어는 여름에 제맛을 느낄 수 있으므로 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