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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시절
나 도 향
아침 이슬이 겨우 풀 끝에서 사라지려 하는 봄날 아침이었다.
부드러운 공기는 온 우주의 향기를 다 모아다가 은하 같은 맑은 물에 씻어 그윽하고도 달콤한 내음새를 가는 바람에 실어다주는 듯하였다. 꽃다운 풀 내음새는 사면에서 난다.
작은 여신의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풀포기 위에 다리를 뻗고 사람의 혼을 최면제의 마약으로 마비시키는 듯한 봄날의 보이지 않는 기운에 취하여 멀거니 앉아 있는 조철하(趙哲夏)는 그의 핏기 있고 타는 듯한 청년다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어디인지 찾아낼 수없는 우수의 빛이 보인다.
그는 때때로 가슴이 꺼지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천천한 걸음으로 시내가 흐르는 구부러진 나무 밑으로 갔다. 흐르는 맑은 물은 재미 있게 속살대머 흘러간다. 푸른 하늘에 높다랗게 떠가는 흰구름이 맑은 시내 속에 비치어 어룽어룽한다.
꾀꼬리 한 마리는 그 나무 위에서 울었다. 횐 나비 한 마리가 그 옆 할미꽃 위에 앉아 그의 날개를 한가히 좁혔다 폈다 한다. 철하는 속으로 무슨 비애가 뭉치인 감상의 노래를 불렀다.
사면의 모든 것은 기꺼움과 즐거움이었다. 교묘하게 조성된 미술이었다.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 속으로 부르는 노래 소리나 그의 눈초리에 나타나는 표정 은 이 모든 기꺼움과 즐거움과 아름다운 포위 속에서 다만 눈물이 날 듯한 우수와 전신이 사라지는 듯한 감상뿐이었다. 그는 속마음으로 부르짖었다.
하나님 이여! 하나님은 나에게 가슴을 몽클하게 하고 말할 수 없이 갑갑하게 하며 아침날에 광채나는 처녀의 살빛 같은 햇볕을 대할 때나 종알거리며 경 쾌하고 활발하게 흐르는 시내를 만날 때나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를 볼 때나 웃는 꽃이나 깜박이는 별이나 하늘을 흐르는 은하를 볼 때, 아아 나의 사지를 흐르는 끓는 핏속에 오뇌의 요정을 던지섰나이까? 감상의 마액(魔液)을 흘리셨나이까.
아아 악마여, 너는 나의 심장의 붉고 또 타는 것을 보았는가? 나의 심장은 밤중에 요정과 꿀 같은 사랑의 뜨거운 입을 맞추고, 피는 아침의 붉은 윌계(月桂)보다 붉고 나의 온몸을 돌아가는 피는 마왕의 제단에 올리려고 잡는 어린 양의 애처로운 피보다도 정(精)하였다. 또 정하다. 아아, 너는 그것을 빼앗아 가려느냐? 너는 그것을 너의 그치지 않는 불꽃 속에 던지려느냐?
이 젊은 청년은 어렸을 때부터 저녁 해가 뉘엿뉘엇 서산으로 넘으려 할 때 붉은 석양에 연기 끼인 공기를 울리우며 그의 대문 앞을 지나 멀리 가는 저녁 두부장수의 슬피 부르짖는 ‘두부 사려!’ 하는 소리나 집터를 다지는 노동자들의 ‘얼럴러 상사디야’ 소리를 들을 때나 한적한 여름날에 처녀 혼자 지키는 집에 꽹과리 두드리며 동냥하는 중의 소리를 들을 때나 더구나 아자(我子)의 영원히 떠남을 탄식 하며 눈물지어 우는 어머니의 울음을 조각달이 서산으로 시름없이 넘어가는 새벽 아침에 들을 때나 아아 하늘 위에 한없이 떠가는 흰구름이여, 나의 가슴속에 감춘 영혼과 그의 지배를 받는 이 나의 육체를 끝없는 저 천애로 둥실둥실 실어다주어지라! 나는 형적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그 소리 속에 섞이고 또 섞이어 내가 나도 아니요 소리가 소리도 아니요, 내가 소리도 아니요, 소리가 나도 아니게 화하고 녹아서 괴로움 많고 거짓 많고 부질없는 것이 많은 이 세상을 꿈꾸는 듯 취한 듯한 가운데 영원히 흐르기를 바란다 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미묘한 소리에 한없는 감화를 받았다. 그는 홀로 저녁 종소리를 듣고 눈물을 씻었으며 동요를 부르며 지나가는 어린 계집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는 가끔 음악에 대한 서적도 많이 보았다. 더구나 예술의 뭉치인 가극(歌劇)이나 악극(樂劇)을 구경할 때에 그 무대에 나타나는 여우(女優)의 리듬 맞춘 경쾌하고 사랑스럽고 또 말할 수 없는 정욕을 주는 거동을 볼 때나 여신같이 차린 처녀의 애련한 소리나 황자(皇子) 같은 배우의 매력을 가진 목소리가 모든 것과 잘 조화되어 다만 그에게 주는 것은 말하기 어려운 환상뿐이었다. 넘 칠 듯한 이상뿐이었다. 인생의 비애뿐이었다.
그는 지금 나무 밑에 서서 주먹을 단단히 쥐고 공중을 치며,
“음악가가 되었으면! 세상에 가장 크고 극치의 예술은 음악이다. 나는 음악가가 될 터이다.”
그는 한참 있다가 다시,
“아니, 아니 ‘음악가가 될 터이야.’가 아니다. 내가 나를 음악가라 이름 짓는 것은 못난이 짓이다. 아직 세상을 초탈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렇다. 다만 내 속에 음악을 놓고 내가 음악 속에 들뿐이다.”
그의 표정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조소하는 웃음이 넘치는 듯하였다. 그는 한참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눈에 희미한 눈물 방울을 괴였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쥐고,
“에 ㅡ 가정 이란 다 ㅡ 무엇이야, 깨뜨려 버려야지, 가정이란 사랑의 형식이다. 사랑없는 가정은 생명없는 시체다. 아아 이 세상에는 목숨 없는 송장 같은 가정이 얼마나 될까? 불쌍한 아버지와 애처로운 어머니는 왜 나를 나셨소, 참진리와 인생의 극치를 바라보고 가려는 나를 왜 못 나가게 하셔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아 기를 떼에 얼마나 애끓이는 생각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나를 업고 어떠한 날 새벽에 우리 집에 도적이 들어오니까 담을 넘어 도망을 하시려다 맨발바닥에 긴 못을 밟으시어…… 아아 어머니, 나는 지금 그것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을 찌르는 듯합니다. 그러하나 어머니, 어머니의 그와 같은 자비와 애정은 헛된 것이 되었습니다. 나는 차마 못 하는 눈물을 흘리고서라도 가정을 뒤로 두고 나 갈 곳으로 갈까 합니다.”
이렇게 흥분하여 있을 때에 누구인지 뒤에서,
“그러면 같이 갑시다…….”
하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인다. 그는 돌아다보고 눈물 괴인 두 눈에 웃음을 띠었다. 두 눈에 괴인 눈물은 더 또렷하게 광채가 났다. 눈물은 그의 뺨으로 흘러떨어졌다.
“아아 누님, 아아 영빈(英彬) 씨.”
하고 그는 손을 내밀었다. 누님은 그의 동생의 눈물을 보고 아주 조소하듯,
“시인은 눈물이 많도다…….”
하고,
“하하.”
하고 웃는다. 누님하고 같이 온 영빈이란 청년은 껄껄하고 어디인지 아주 불유쾌한 표정을 나타내며,
“눈물은 위안의 할아버지지요, 허허허.”
철하는 눈물을 씻고 아주 어린아이같이 한번 빙긋 웃고,
“왜 인제 오셔요, 네? 나는 한참 기다렸어요. 그러나 그것은 어찌 되었어요?”
이 말 대담을 영빈이가 가로맡아서 대담하였다.
“다 ― 틀렸어요. 실업가의 아드님은 부모에게 정신유전을 받는 것같이 직업 이나 학업도 유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당한 다윈의 학설을 주장하시니까요, 저는 더 말할 것 없습니다마는…… 제3자가 되어서……매씨(妹氏)께서도 퍽 말씀을 하셨으나 무엇무엇 당초에…….”
철하는 이 소리를 듣고 과도의 실망으로부터 나오는 침착으로 도리어 기막힌 웃음을 띠우고,
“아아 제2세 진화론자의 학설은 꽤 범위가 넓구먼…….”
그러하나 그의 누이 경애(瓊愛)는 상냥하고도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그에게로 가까이 가서,
“무엇 그렇게까지 슬퍼할 것은 없을 듯하다. 아주머니도 네가 날마다 울고 지내는 것을 보시고 아버지께 자주자주 여쭙기는 하나 본래 분주하시니까 여태껏 자세히는 못 여쭈어보신 모양인데 무엇 아무렇기로 너 하나 음악 공부 못 시키겠니. 아버지가 안 시키면 아주머니라도 시키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무 염려 마라 응! 너의 뒤에는 부드러운 햇솜 같은 여성의 후원자가 둘이나 있
으니까 무얼. 아버지도 한떼 망녕으로 그러시는 것이지 사회에 예술이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 아주 모르시지도 않은 것이고…… 자…… 너무 그러지 말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자. 그러고 오늘 저녁에는 중앙극장에 오페라 구경이나 가자. 이것은 무엇이냐, 사내가 눈물을 자꾸 홀리며…… 실연했니? 하하하 자 ― 어서 가자, 어서.”
아지랑이 같은 부드러운 경애의 마음이여, 천사의 날개에서 일어나는 바람결같이 가벼운 그의 음조.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한 철하의 가슴속에 있는 모든 열정의 뭉친 의식을 그의 누님의 그 마음과 음조는 모두 다 녹여버렸다. 그 녹은 것은 눈물이 되어 솟아 나왔다.
“누님, 저의 마음은 자꾸만 외로워져요. 아버지 어머니 다 믿을 수 없어요. 나는 누구를 믿을까요, 나는 누님밖에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나의 가슴에 보이지 않게 몽친 것은 누님만 알아주십니다.”
그의 애원하는 정은 그의 가슴에 복받쳐 올라와 눈물지면서 그의 누이의 손을 쥐었다. 그러나 여성의 손을 잡는 감정에 그는 아무리 자기의 누님이라 할지라도 알지 못하게 가슴을 지나가는 발랄한 맛을 보았다. 그는 얼른 손을 놓았다.
저녁 해가 질 만하여 그들은 넓고 넓은 들 언덕을 걸어간다. 경애는 파라솔을 접어 풀밭을 짚으면서 구두 끝으로 앞치마 자락을 톡톡 차면서 걸어가고 영빈은 무슨 책인지 금자(金字)로 쓴 커다란 책을 들고 그 옆을 따라가며 철하는 두 사람보다 조금 앞서서 두 사람을 가지 못하게 막는 듯이 걸어간다. 동리에 저녁 안개는 궁중에 퍼지어 그 밝던 공기를 희미하게 하고 땅에 난 선명하게 푸른 풀은 회빛으로 물들인다. 경애는 다시 말을 내어 영빈에게,
“저는 예술이란 것을 알지 못합니다마는 예술가들은 다 저 모양입니까?”
하며 자기 오라비 동생을 가리킨다. 영빈은 기침을 두어 번 하고,
“그렇지요 예술을 맛보려 하려는 사람은 더구나 예술의 맛을 본 사람은 처너가 사랑을 맛보려는 것이나 맛을 안 것과 같습니다.”
하고 무심히 경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들여다보는 곳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듯하였다. 경애는 그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영빈의 눈을 피하여 다시 철하를 바라보며,
“참으로 그러 한가?”
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나는 너를 다시 동정하겠다. 지금까지는 다만 자매의 정으로 동정하여 왔지마는 지금부터는 참으로 너의 괴로운 가슴을 동정하리라.”
하였다. 왜 그런고 하니 그는 사랑으로 인하여 마음의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을 당하여 본 까닭이었다.
사랑은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떠나고 뛰어넘은 것이고 벗어난 것이다. 문학가가 신의 부르는 영(靈)의 곡(曲)을 받아서 써놓은 것이나 음악가·미술가·배우들이 그 예술 속에 화하여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과 같이 경우를 생각하고 시기를 생각하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
경애는 영빈을 사랑한다. 영빈도 경애를 사랑한다고 한다. 경애는 사랑이요, 사랑은 경애요, 영빈은 사랑이요, 사랑은 영빈이라. 사랑과 영빈과 경애는 한몸이다. 세 사람은 어떠한 요리집에서 저녁을 먹고 철하는 두 사람에게 작별을 하고 어디로인지 혼자 가버렸다.
두 주일이 지났다. 철하는 날마다 자기 방에 앉아 울었다. 그는 다만 나의 희망의 머리카락만한 것은 자기의 누님으로 생각하였다. 자기의 누님은 예술이란 것을 이해하고 자기의 마음을 알아 주고 자기를 위하여 준다 하였다. 아아, 하늘의 선녀여, 바닷가의 정(精)이여, 그대는 나를 위하여 나를 쌀 것이다. 승엄하고 순결한 것이라야 숭엄하고도 순결한 것을 싸나니 그대는 나를 싸줄 것 이다. 예술이란 숭엄하고도 순결하니까.
그는 저녁 마다 꿈을 꾸었다. 꿈마다 천사와 만난 그는 천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받았다. 그 음악 소리는 그의 모든 것을 여름날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흰구름같이 희고, 그 뒤에는 봄날의 아지랑이같이 희고, 그 뒤에는 한 줄기의 외로운 바이올린 같은 선으로 떨려 오르는 세장(細長)하고 유원(幽遠)한 음악 소리로 화하였다. 그는 그 음악 소리를 타고 한없는 곳으로 영원히 흐르는 듯하였다. 조그마한 근심도 없고 다만 아름다움과 말하기 어려운 즐거움뿐으로…… 그가 음악 소리를 타고 흐를 때 우리가 땅 위에서 무엇을 타며 다니는 것과 같이 규칙 없는 박절(拍節)로써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간단(間斷)없고 한결같아 그의 기꺼움은 있다 없다 하는 웃음으로 나타나지 않고 그의 자는 얼굴에는 빛나는 미소로 찼었으며, 빛나는 달빛이 창으로 새어들어 그의 얼굴을 한층 더 빛나게 하였다.
그가 한참 흘러가다가 멈칫 하고 쉴 때에는 잠을 깨었다. 괴로움과 원망함이 다시 생기었다. 그가 창을 열고 달빛이 가득 찬 마당을 볼 떼 차디찬 무엇이 그의 피를 식혀버리는 듯하였다. 그는 또다시 울었다. 그의 울음은 결코 황혼에 쇠북 소리를 듣는 듯한 얼없이 가슴 서늘한 설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란 물 위에서 은빛 물결이 뛸 떼 강 언덕 마을 집에서 일어나는 젊은 과부의 창자를 끊는 듯한 울음소리 같은 슬픔으로 나오는 울음소리 이었다. 그는 머리를 팔에다 이고 느껴 가며 울었다.
그는 속마음으로,
‘천사여’ 하고 불렀다. 또 ‘마녀여’ 하고 불렀다.
너희들은 무엇들을 하는가? 달이 빛을 내리쏘는 것이나 별들이 속살대이는 것이나 모래가 반짝거리는 것이나 나뭇잎에 이슬이 달빛을 반사하여 번쩍거리는 것이나 나의 전신의 피를 식히는 듯이 선뜩하게 하는 것이나 나의 가슴속을 괴롭게 하는 것이 천사여 너나, 마녀여 너나 누구의 술법으로써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라 하면 혹은 지나간 세상에서 나에게 실연을 당한 자가 천사가 되고 마녀가 되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면 누구든지 그중에 힘센 자는 나를 가져가리라. 천사나 마녀나 그리고 너의 가장 지독한 복수의 방법을 취하라. 그러나 데려다가 못 견딜 빨간 키스는 하지 말 것이다.
그렇지 않고 둘이 다 세력이 같거든 나를 둘에 쪼개가라. 아니 아니 잠깐 가만히 있거라. 나는 조그마한 희망이 있다. 나의 누님이시다.
그는 다시 잤다.
그 이튿날 경애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근심이 있는 오라비 아우에게로 왔다. 그가 드러누워 있는 아우의 자리로 가까이 와,
“어서 일어나거라, 무슨 잠을 여태 자니?”
“가만히 계셔요. 남은 지금 재미있는 꿈을 꾸는데.”
“무슨 꿈을?”
하고 경애는 조금 말을 그쳤다가,
“그런데 영빈 씨는 웬일이냐. 그 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또 편지 한 장 없으니…… 어디가 편치 않은지도 몰라. 벌써 두 주일이나 되었지? 그러나 무엇 다른 일 없겠지. 너 오늘 좀 가보렴, 아침 먹고…….”
철하는 방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리어 벽을 향하여 드러누우며,
“싫어요. 나는 그런 심부름만 한답니까? 영빈 씨인지 무엇인지 무엇을 아는 척 그까짓 게 예술가가 무엇이야. 어떻게 열이 나는지 지금 생각하여도 분하거든. 남은 한참 누님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좋은 소식이 나올까 하고――묻지 않는 말을 꺼내어, ‘다 틀렸어요, 실업가의 아드님…….’ 어찌하고 알지도 못하고 떠드는 것은 참 불티를 저질르고 싶거든, 망할 자식.”
감정적인 철하는 생각나는 대로 다하고 다시 돌아누웠다. 그의 누님은 얼굴이 빨갰다 파랬다 한다. 아무리 자기의 동생일지라도 자기 정인(情人)에게 치욕을 주는 것은 그대로 견뎌내기 어려웠다. 그러하나 무엇이라 말을 할 수도 없고 억지로 분함을 참으면서,
“어디 너 얼마나 그러나 보자. 내 말 듣지 않고 무엇이 될 줄 아니? 고만두어라.”
일어서 나아간다. 철하는 돌아누운 채 속으로 혼자 웃으면서 일부러 부르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경애는 철하가 다시 부르려니 하였다. 그것이 여성의 약하고도 아름다운 점이었다.
철하는 아침을 먹고 대문을 나섰다. 정한 곳 없이 걸어갔다. 그는 어떠한 네거리에 왔다. 거기에는 전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이 서 있었다. 그 어떠한 여자 하나가 거기 서서 전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여자는 자기 누이보다 더 예쁘지는 못하나 어디인지 자기 누이가 갖지 못한 미점(美點) 있는 여자라 하였다. 그는 한참 보다가 다시 두어 걸음 나아가 또다시 돌아보았다. 그
는 그 옆에 영빈이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영빈은 그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서 있었다. 철하는 다만 반가움을 못 이기어,
“야! 영빈 씨 오래간만이십니다그려. 왜 그렇게 한번도 아니 오세요. 저의 누님은 매우……·.”
“네……·네……·어디로 가십니까?”
영빈은 아주 냉담하였다. 철하를 아주 싫어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전차가 얼른 왔으면 하는 듯이 저편 전차가 오는 곳을 바라본다. 철하는 그래도 여전하게 반가이,
“네 아무래도 좋지요. 참 오래간만입니다. 마침 좀 만나뵈려 하였더니 잘 되었습니다. 바쁘지 않으시거든 우리 집까지 좀 가시지요.”
그 전 같으면 가자기 전에 먼저 나설 영빈이가 오늘은 아주 냉정하게,
“아네요, 오늘은 좀 일이 있어요. 일간 한번 들르지요.”
그때 전차가 달려 온다. 영빈은 그 여자와 함께 전자를 타며 모자를 벗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또 뵙겠습니다.”
한다. 철하는 기막힌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전차는 떠났다. 멀리 달아나는 전차만 멀거니 바라보는 철하는 분한 생각이 갑자기 나서,
“에 ! 분해……˙.”
사람의 본능이여, 아침에 방에 드러누워서는 일부러 장난으로 사기 누이에게 영빈과의 사랑을 냉소하였으나 지금은 다만 자기 누이의 불행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쓰리게 하지 아니치 못하였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누이가 영빈이란 가예술가(藝術家), 부랑자, 악마 같은 놈에게 애인이란 소리를 들었던가? 하는 생각을 할 때 그는 기어코 원수를 갚아야 하겠다 하였다. 그는 부
리나케 전차가 간 곳으로 향하여 갔다.
그는 주먹을 쥐고 무엇이라 중얼중얼하였다. 또다시 정처없이 갔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돌아가지 않고 돌아다녔다. 만난 사람도 별로 없다. 저녁이 거의 되었다. 전등은 켜지었다. 철하는 영빈에게 꼭 원수를 갚으리라 하고 그의 집 대문으로 들어섰다.
“이리 오너라…….”
하고 불렀다. 하인이 나와 보다가 아무 말도 아니하고 들어가더니 영빈이가 나오며,
“아 ! 아까는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이리로 들어오시지요.”
하고 그 전과 같이 반갑게 맞아준다. 철하는 그러하면 내가 공연히 영빈을 의심하였다 하는 생각이 들며 하루종일 벼르던 분한 생각이 반이나 사라진다.
철하는 방문을 버티고 방 안을 들여다보며,
“아녜요. 잠깐 다녀오라고 하여서 왔어요.”
“아까 매씨도 다녀가셨습니다.”
영빈은 무슨 하지 못할 말을 억지로 하는 듯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무슨 죄악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였다. 철하의 분한 마음은 자기 누이가 다녀갔다는 말에 다 날아가버렸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도 없는 영 빈의 방에 자기 누이인 여성이 다녀갔다는 말을 들을 때에 여자를 입맞추는 것, 음란한 행동의 환영이 보이고 또 사랑의 귀여움도 생각하였다. 그는 미소를 띠우며,
“네, 그래요. 그러면 제가 오히려 늦었습니다그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왜 그렇게 들어오지도 않으시고 가세요.”
“아네요. 괜찮습니다. 얼핏 가보아야지요.”
철하는 대문에까지 나와 다시 무엇을 생각한 듯이 영빈에게,
“아까 그 여자가 누구입니까?”
하였다. 영빈은 주저주저 하다가,
“네……·네…… 저의 사촌누이예요.”
“네, ― 그러세요, 그러면 내일 한번 우리 집에 놀러오시지요. 안녕히 주무십쇼.”
철하는 휘적휘적 걸어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철하가 안마루 끝에 구두끈을 끄를 때에 경애가 자기 아우가 돌아옴을 보고 반기어 나오면서도 어쩐 까닭인지 그 전에 없던 부끄러움을 띠우고,
“어디 갔다 인제야 오니.”
“공연히 돌아다녔죠.”
철하는 자기 누이의 부끄리워함을 알지 못하였다. 철하는 도리어 자기 누이에게,
“누님은 오늘 어디 갔다 오셨어요?”
하고 물었다. 경애는 주저주저하며 황망히,
“응, 우리 동무의 집에 잠깐……˙.”
“또요?”
“없어.”
이 말을 듣는 철하의 가슴은 선뜩 하였다. 그리고 자기 누이를 한번 쳐다보며,
“정말 없어요?”
“왜 그러니…….”
“왜든지요.”
철하의 눈에서는 눈물이 날 듯 날 듯하다. 알지 못하는 원망의 마음과 가슴을 버티는 듯한 슬픔은 철하를 못 견디게 하였다. 아―왜 나의 또다시 없는 사랑하는 누이가 나를 속이노? 사랑이라는 것이 형제의 의리까지 업시한다 하면? 아― 나는 사랑을 하지 않을 터이야. 우리 누이는 평생에 처음으로 나를 속이었다. 나는 이제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영빈에게 갔다왔다고 하면 어때서 나를 속일까? 거기에 무슨 죄악이 숨어 있나? 비밀이 감추었나?
경애는 가까스로 참다 못 하는 듯이,
“그이 집에.”
하고 얼굴이 발개진다.
“그의 집이 누구의 집예요, 그이가 누구예요?”
“영빈 씨 말이야.”
“네 ― 영빈이요. 그러면 왜 아까는 속이 셨어요. 에 ― 나는 인제는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아무 소리 없이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 갔다.
“이 세상에는 한 사람도 믿을 사람이 없어…….”
그는 엎드려서 느껴가며 울었다. 전깃불은 고요히 온 방 안을 비추었다.
경애는 자기의 잘못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울기 잘 하는 철하가 우는 것을 보고 얼마큼 불쌍하고 또 사랑의 참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는 철하의 방문을 열었다. 철하는 눈물을 흘리고 이불도 덮지 않고 드러누워 있었다. 만일 영빈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았더면? 경애의 마음은? 끼어안고 입이라도 맞추었을 것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철하에게는 가만히 전기불을 반사하는 철하의 아래 눈썹에 고인 눈물을 그의 수건으로 씻어주었다. 철하는 잠이 들었었다. 가끔가끔 긴 한습을 쉬며 부드러운 입김을 토하였다.
경애는 왜 ? 내가 한번도 거짓말을 하여 보지 못한 나의 오라비에게 거짓말을 하였을까? 아― 육체의 쾌락은 모든 것의 죄악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에게 안김을 받은 것일지라도 죄악이다. 그 죄는 나로 하여금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우를 속이게 하였다.
그는 자기 아우의 파리하여 가는 얼굴을 들여다보며 자꾸자꾸 울었다. 그러하나 그는 감히 그날 지낸 것을 자기 아우에게 이야기할 용기는 없었다. 그는 붓과 종이를 들어 그날 하루의 지낸 쾌락을 쓰려 하였다. 그는 썼다.
철하는 자다가 일어났다. 희망없는 사람이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하나님을 믿을까? 의지할까, 도와주심을 빌까? 그러나 만일 신이 실재가 아니라 하면? 그렇다, 하나님도 믿을 수 없고 의지할 수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신앙이 없었다. 그의 가슴에는 하나님의 위안이 없었다. 하나님의 위안은 있는 사람에게 있고 없는 사람에게는 없다. 또 있는 것을 없이 할 필요도 없고 없는 것을 일부러 있게 할 것도 없다 하였다.
그는 밤새도록 울었다. 오늘 저녁에는 엊저녁 같이 아름다운 꿈을 꾸지 못하였다. 그는 새벽에 그의 누이가 써놓은 글을 읽었다. 그러나 그는 그리 괴이하게 읽지 않았다.
영빈은 경애를 그의 침상에서 맞은 것이었다. 뭉키인 사랑은 파열을 당하였다. 익고 또 익어 농익은 앵두같이 엷어지고 또 엷어진 사랑의 참지 못하는 껍 질은 터지었다. 그러나 터진 그때부터 그 사랑은 귀여운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 터진 후로부터 경애는 알 수 없는 무슨 괴로움을 깨달았다. 순간적인 쾌락이 언제까지든지 계속하겠지, 하고 영원한 희망을 갖고 있는 그는 그 순간이 지난 후부터 무슨 비애와 부끄러움이 그의 가슴에 닥쳐왔다. 그리하고 가장 사랑하는 자기 오라비를 속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로 종일 눈물을 홀리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약한 자로 세상에 오게 하셨나이까? 운명의 신이여, 어찌하여 나를 이브의 후예로 나게 하였나이까? 부드럽고 연한 살과 정욕을 품은 붉은 입술과 최음(催淫)의 정을 감춘 두 눈과 끓는 피가 모두 부끄러움과 강한 자의 미끼를 위하여 만들어지지 않지는 못할 것입니까?’
하고 혼자 가슴이 답답하였다.
철하는 경애의 고백문 같은 것을 읽고 아무 말도 없이, 다만 사랑의 결과는 찢어졌구나, 그러하나 아무것도 부끄러울 것이 없지 아니한가, 부정이란 치욕만 없으면 그만이지, 영구한 사랑만 있으면 그만이지, 영빈과 누님이 영원한 한 사람이면 그만이지. 그러나 여자는 약하다. 그 순간의 쾌락을 부끄러워서 나를 속이었고나.
아침은 되었다. 해는 아침 안개 속으로 금색의 붉은빛을 내려쏟는다. 하인들은 들락날락, 부엌에서는 도마에 칼맞는 소리가 난다.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분주한 아침 이었다.
경애는 일어나며 철하의 방으로 갔다. 창 틈으로 자고 있는 철하를 들여다보았다. 철하는 곤하게 자고 있었다. 경애는 멀건히 공중만 바라보며 아무 소리 없이 서 있다.
철하는 겨우 눈을 뜨고 하품을 하였다. 창 밖에 섰던 경애는 깜짝 놀래어 저리로 뛰어갔다. 철하는 창을 열고 경애를 바라보며,
“왜 거기 가 계세요? 들어 오시지 않고.”
그는 조금도 다른 기색이 없이 평상시와 같았다. 경애는 오히려 부끄러워 바로 철하를 보지 못하였다.
“무얼 그러세요, 거기 앉으시지.”
“누웠잖니?”
하며 어색한 말씨로,
“나는 니가 너무 울기만 하니까 대단히 염려가 되더라.”
“염려되신다는 것은 고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또 무엇이라셔요?”
“무얼 무어라셔, 언제든지 그렇지.”
“그러세요.”
하고 그는 한참 생각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누님, 나는 그러면 맨 나중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부모를 바라는 것이 잘못이지요. 나는 나의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쓸데없는 시일을 보낼 수가 없지요. 집에 있어야 울음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이냐.”
“저는 갈 터입니다. 정처없이 가요.”
“얘가, 또 미친 소리 하는구나. 가면 어디로 가니?”
“날더러 미쳤다고요! 흥!”
“그런 소리 말고 조금만 더 참아 보아라. 나하고 아주머니하고 어떻게든지 하여 볼 터이니 마음을 안정하고 조금만 더 참으렴. 또 네가 정처없이 간다니 가면 어디로 가니? 가다가 거지밖에 더 되니. 너만 어려웁다. 니가 무엇이 있니? 돈이 있니? 학식이 있니?”
“네, 저는 거지가 되렵니다. 거지가 더 자유스러워요, 더 행복스러워요. 지금 저는 거지 아닌 듯싶으십니까? 아버지의 밥 얻어먹고 있는 거지입니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괴로워요. 차라리 찬밥 한 덩이를 빌어먹드래도 마음 편하고 자유로운 거지가 더 좋습니다.”
그의 가슴에서는 한때 복받치는 결심의 피가 꿇었다. 나는 가정을 떠날 터이다. 차디찬 가정을. 그리하고 또 되는 대로 가는대로 흐를 터이다. 적적(寂寂)하게 비인 외로운 절(寺) 기둥 밑에 이슬을 맞으며 자고 한 뭉치 밥을 빌어 찬물에 말아먹고, 아아 그리운 방랑의 생활, 길가에 핀 한 송이 백합꽃이 아무러하지 않고도 그같이 고우며, 열 섬의 쌀을 참새 하나가 한꺼번에 다 못 먹는다. 불쌍한 자들아 ! 어리석은 자들아 ! 오늘 근심은 오늘에 하고 내일 근심은 내일에 하라.
아아, 어두운 동굴 속에도 나의 자리가 있고 해골에 싸인 곳에도 나의 동무가 있다. 오막살이 초가집에서도 하늘의 천사에게 향연을 베풀며 방망한 대양에 반짝거리는 어선의 등불 밑에도 달콤한 정화(情話)가 있지 아니한가. 한 방울의 물로 그 대양(大洋)됨을 알지 못하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크다고 하며 무엇으로 자기인 체하느뇨?
재산은 들고 가려느냐, 땅은 사서 메고 가려느냐. 죽어지면 개미가 엉기는 몸뚱이에 기름을 바르는 여자들아, 분바르고 기름칠하면 땅 속에서 썩지 않고 다시 산다더냐? 떠나라 ! 거짓에서 떠나고 사랑없는 곳에서 떠나라! 너의 갈 곳은 이 세상 어디든지 있고, 너의 몸을 묻는 한 뼘의 작은 터가 어느 산 모퉁이든지 있느니라, 아 ! 갈 것이다. 심령의 오로라여, 나를 이끌라. 진리의 밝은 별이여, 그대는 어디든지 있도다. 아! 갈지라, 나는 갈지로다.
그는 이렇게 결심하였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아니 흘리지 못하였다. 육체인 그는, 감정의 그는 울지 아니하지 못하였다.
“누님, 저는 갈 터입니다. 삼각산 높은 봉에 쉬어넘는 구름과 같이 가요. 붉은 해가 서산을 넘어가기만 하고 오지 않는 것같이 가요. 산 넘고 물 건너 걷기도 하고 배도 타고, 얼음 나라도 가고, 수풀 사이로 흐르는 시냇가에도 가고, 인도에도 가고, 애급(埃及)에도 가고, 예루살렘에도 가고, 이태리에도 가고, 어디든지 갈 터입니다.”
이때 하인이 편지 한 장을 갖다가 경애 앞에 놓았다. 그는 반가워 뜯어보았다.
‘경애여, 그대의 오라비는 나를 욕보였다. 진실한 사랑을 의심하여 나에게 치욕을 주었다. 나는 다시 그대의 남매를 보지 않을 터이다. 그대의 오라비는 나를 의심하여, ‘그 여자가 누구입니까?’ 하던 그 여자는 참으로 나의 정인(情人)이다. 너의 연한 살과 부드러운 입술과 너의 육체의 아무것으로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사랑의 애정(哀情)인 그의 두 눈에 광체를 보라. 타는 가슴에 불이 붙는 것의 상징인 그의 뺨을 보라. 그는 참으로 산 자이다. 그러나 너는 죽은 자이다. 죽은 자는 죽은 자라야 사랑한다. 영빈.’
경애는 땅에 엎디어 울었다. 그는 편지를 북북 찢으며,
“예술가? 예술이 다 무엇이냐, 죽음을 저주하는 주문이냐, 마녀의 독창이냐, 보기에도 부끄러운 음화(姪畵)냐, 다 무엇이냐. 사랑 같은 예술이 어찌 그 모양이냐? 아 분해, 너도 예술 다 그만두어라. 예술가는 다 악마이다. 다 고만두어라.”
그는 자꾸자꾸 느껴운다. 그는 자꾸자꾸 분한 마음이 나며 또 한 옆으로 자기 누이가 그리 하는 것을 보매 실망되는 생각이 나서 마음은 자꾸 괴로워진다.
“누님, 무엇을 그러세요.”
“무엇이 무엇이냐. 나는 예술가에게 더러움을 당하였다. 속았다. 다 고만두어라, 예술가는 다 독사다, 악마이다. 여호와를 속인 뱀과 같다. 다 고만두어라.”
철하의 마음은 갑갑할 뿐이었다. 쉴새없이 흐르는 그의 더운 피가 갑자기 꼭 막히는 듯하였다. 자기의 누님이, 가장 미더웁고 가장 사랑하는 누님이 가자(假者) 예술가에게 독사에게 악마에게 아! 그 곱고 정한 몸은 그 순간에 더럽히었다. 아니 아니 그 순간이 아니다. 더럽힌 것이 그 순간이 아니다. 형식을 벗어난 사랑의 결과를 나는 책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빈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나의 누이를 더럽히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의 머릿속에서는 몇만 번 나의 누님을 침상에서 맞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던 음욕의 환영은 몇천 번인지 모른다. 아아 악마, 독사, 너는 옛적에 에덴에서 이브를 꼬이던 뱀이다. 거침없는 흠없던 이브는 그 뱀으로 인하여 모든 세상의 괴로움을 깨달은 것과 같이 너는 나의 누님에게 고통을 주었다. 거리낌 없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저주하게 되었다.
철하의 가슴은 갑자기 무엇이 터지는 듯하였다. 모였던 물이 터지는 듯하였다. 막혔던 피는 다시 높은 속도로 돌았다. 그의 천칭(天秤)의 중심 같은 신경은 그의 뜨거운 피의 몰려가는 자극을 받아 한없이 ㅇㅎ분하였다. 그는 갑자기,
“누님!”
하고 부르짖으며,
“누님은 예술을 욕보였습니다. 예술이란 것이 어떠한 풍치로나 부분의 한 개로 있는 것이 아니야요. 생이 있을 떼까지는 예술이 없어지지 않아요. 아아, 누님은 생의 모든 것을 욕보였습니다. 누님은 누님 자기를 욕하고 가장 사랑하는 아우를 욕하고……·아아, 나는 참으로 그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어요. 나의 목을 누르는 듯한 누님의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는 없어요. 아아, 내가 독사 악마라면 누님은 나보다 더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요녀(妖女)입니다. 사람의 육체를 앙상한 이빨로 뜯어먹는 요녀예요. 무덤 위로 방황하는 야차(夜叉)입니다. 아아 나의 가슴은 터지는 듯 해요. 가슴에 뛰는 심장은 악마의 칼로 찌르는 듯해요. 아아, 어찌 하면 좋을까요, 누님……·네…….”
경애는 자기 오라버니의 갑갑하여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을 보고, 그가 엎드러져 가슴을 문지르며 우는 것을 보고, 또 자기에게 원망하는 듯하는 소리에 말하기 어려운 비애가 뭉친 것을 보고, 어디까지 여성인 그는 인자(仁慈)가 가득 찬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원망과 슬픔과 사랑과 어짐이 뒤섞인 마음이 생기어 그의 오라비를 원망과 슬픔과 사랑과 어짐이 뒤섞인 마음이 생기어 그의 오라비를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아무 말 없이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사랑의 빛이 찼다. 그의 눈물이 하얀 뺨을 흘러 떨어질 때마다 그는 침을 삼키며 한숨이 가슴에 복받친다. 그는 메어가는 목소리로,
“철하야, 다 고만두자. 지나간 일은 엊어버리자, 나는 전과 같이 너를 사랑할 터이다. 나는 또다시 너를 속이지 않을 터이다. 아아, 그러하나 나는 분해, 참으로 분해…….”
“모두 다 한때의 감정이지요. 그러나 누님, 분해하는 누님을 보는 나는 더 분해요. 저는 누님보다 더 분해요……·에……·나는 그대로 참지는 못하겠어요. 참지 못해요. 내가 죽어 없어지기 전에는 참지 못해요. 그놈이 나의 누님의 원수라 함보다도 나의 원수입니다. 그놈은 예술을 묙보였습니다.”
철하는 자기 누이의 사랑스러운 행복을 받고 갑자기 마음이 더욱 흥분되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아네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그의 누이는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어디를 가니?”
“놓으세요, 그놈은 그대로 두지 못해요. 독사 같고 악마 같은 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어요. 나의 손에 주정(酒精)이 타는 듯한 날카로운 칼은 없지마는 그놈의 가슴을 이 손으로라도 깨뜨려버릴 터입니다. 놓으세요, 자ㅡ놓으세요.”
경애의 손은 떨리며 나지막한 소리로 애원하는 정이 뭉친 듯하게 그를 쳐다보며,
“이애, 왜 이러니 ? 그렇게 감정적으로 하면 안 된다. 자, 참아라, 참어…….”
“그러면 누님은 나보다도 나의 생명보다도 영빈의 그 악마의 생명을 더 아끼십니까? 안 됩니다. 안 돼요.”
경애의 마음은 어디까지 자랑스러웠다. 그의 마음에는 오히려 지나간 혼적이 남아 있었다. 부질없는 지나간 때의 단꿈의 기억은 오히려 영빈을 호의로 의심하게 되었다. 자기의 불행을 조금 더 무슨 희망과 서광이 보이는 듯이 인정하게 되었다. 아무렇기로 영빈 씨가 그리하였으랴. 그것은 무슨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때에는 자기 오라비에 대한 사랑이 영빈의 그것과 대조하여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 철하는 아주 냉담하게,
“저는 일어섰습니다. 누님을 위하여 일어섰으며 예술을 위하여 일어섰습니다. 저는 다시 앉을 수는 없어요.”
“이 애, 너는 나를 위하여 한다 하면서 그러면 어째 나의 애원을 들어주지는 않니! 자 ― 앉아라, 앉아. 너무 그리 급히 무슨 일을 하다가는 무슨 오해가 생기기 쉬우니라. 응!”
“앉을 수 없어요. 만일 누님이 영빈이를 위하여 나에게 한번 일어선 마음을 꺾으라 하면 아 ― 네 알았습니다. 영빈에게는 가지 않겠습니다. 영빈을 위하여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누님을 위하여…….”
“아아, 정말 고맙다. 그러면 여기 앉아라.”
“그렇다고 앉지는 못해요, 나는 일어선 사람입니다. 혈기 있는 청년이에요. 나는 누님을 위하여 나의 몸을 마칠 터입니다. 자 一ㅡ놓으세요, 저는 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터입니다. 자―놓으세요.”
경애는 어찌할 줄 몰랐다. 그는 철하의 옷자락을 어리광도 같고 원망하는 것도 같이 잡아다니며 거기 매달려 한참 엎디어 소리를 내어 울었다. 그 꼴을 보는 철하의 마음은 괴로웠다. 눈물은 한없이 흘렀다.
“누님, 그러면 어떻게 해요, 갈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하란 말씀이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너를 놓아줄 수는 없어. 놓을 수는 없어.”
철하는 그대로 사라져버렸으면 하였다. 그러나 자기 누님의 눈물과 한숨을 보면 볼수록 자기의 마음은 약하여졌다. 철하의 결심은 식어버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주 단념한 듯이,
“그러면 놓으세요, 저는 다―고만두겠습니다. 안 갈 터입니다…….”
그가 다시 자기 책상 앞에 가서 ‘아하’ 하고 한숨을 쉬고 북을 모으고 고개를 대고 엎드리려 할 때 하인이 창을 열고,
“아가씨, 마님이 좀 들어오시라고요.”
하고 의심스럽고, 호기(好奇)의 웃음을 띠우고 쳐다본다. 경애는 눈물을 씻고 아무 소리 없이 나간다. 그의 몸을 슬쩍 돌릴 때에 그의 희고 고운 옷자락이 바람에 슬쩍 날리어 그의 부드러운 육체의 윤곽이 선명하게 철하 눈에 부였다. 아아, 정욕! 그는 고개를 다시 내려 엎드려 책상 위에 엎드렸다. 그는 자꾸 울었다. 방 안은 고요하다. 그때는 철하의 머릿속에는 아무 의식도 없었다. 그는 깜박 잠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땅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 사면은 다만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넓고 넓은 사막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쪽 우묵히 들어간 곳에는 도적에게 해를 당한 행려(行旅)의 주검이 놓여 있다. 어디서인지도 모르게 괴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멀리 두어 개 종려나무가 부채 같은 잎사귀를 흔들었다. 적적하고 두려운 생각을 내이는 정막(靜寞)한 것이었다.
그의 눈물은 엎디어 있는 팔 밑으로 새어 시내같이 흘렀다. 그는 목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두려움이 생겼다. 조금도 눈을 떠 다른 곳을 못 보았다.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날 때 그의 머리끝은 으쓱으쓱하여지고 귀신의 날개치는 소리가 아닌가 하였다. 그러나 그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의 울음은 극도의 무서움까지라도 그치게 하지 못하였다. 그는 자꾸 울었다.
그때 하늘 구름 사이로 황금빛이 나타났다. 온 사막은 기꺼움의 광채로 가득 찼었다. 도적에게 맞아죽은 주검까지 전신에 환희의 광채가 났다. 그 구름 위에는 이천 년 전에 갈보리 산 위에서 십자가에 돌아간 예수의 인자한 얼굴이 나타났다. 웃지도 않는 얼굴에는 측은하여 하는 빛과 사랑의 빛이 찼다. 그는 곧바로 철하의 엎디어 있는 공중 위에 가까이 왔다. 그는 한참 철하를 바라보더니 그의 바른손을 들었다. 그의 못박힌 자국으로부터는 붉은 피가 하얀 구름을 빨갛게 적시며 철하의 머리털 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하얀 모래 위에 발갛게 물들인다. 그때 모든 천사는 예수를 찬송하는 노래를 불렀다. 구름과 예수와 천사들은 다 사라졌다.
철하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 위안을 주지 못하였다. 모래 위의 피는 다 사라졌다. 마음은 여전히 괴롭고 두려웠다. 그는 다시 엎드렸다. 어느덧 공중에 달이 솟았다. 온 사막은 차고 푸른빛으로 덮이었다. 지평선 위 공중에서는 별들이 깜박거리었다. 아주 신비의 밤이었다.
어디서인지 장고와 피리 소리가 들리었다. 그 소리는 아주 향락적 음악을 아뢰었다. 그때 저쪽 어둠 속에서 아주 사람이 좋은 듯이 싱글싱글 웃는 마왕 하나가 피리와 장고의 곡조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리로 가까이 왔다. 그의 몸에는 혈색의 옷을 입었다. 그가 밟는 발자국 밑 모래 위에는 파란 액체가 고였다. 그는 달님과 별님에게 고개를 끄덕 인사를 하고 철하 앞에 와서 넘실넘실 춤을 추었다. 그는 유창하게 크게 웃었다. 아주 낙환(樂歡)의 마왕이 었다.
“하……·하.”
빙글빙글 웃는 달
나의 얼굴 밝히소서
첫날 저녁 촛불 밑에
다홍치마 입고서
비스듬히 기대앉아
아무 소리 아니하고
신랑의 얼굴만
곁눈으로 흘겨보는
새색시의 얼굴 같은
달님의 얼굴빛을
나는 보기 원합니다.
쌍긋쌍긋 웃는 별님
홍둥촌(紅燈村) 사창(紗窓) 열고
바깥 보고 흔자 서서
지나가는 손님 보고
치마꼬리 입에 물고
가는 허리 배배 꼬며
푸른 웃음 던지면서
부끄러워 창 톡 닫고
살짝 돌아 들어가는
빨간 사랑 감춘
웃는 아씨 그것같이
나에게도 그 웃음을
던져 주기 비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하늘 위에 흐르는 물
은하수가 되었어라
인간에는 물이지만
하늘에는 술뿐이라
쉬지 않고 흐르는 술
인간에도 들이부어
눈물없는 이 마왕과
한숨없는 이 마왕과
원망없는 이 마왕과
거짓없는 이 마왕과
웃음뿐인 이 마왕과
즐거움만 아는 나와
꿈 속에서 아찔하게
영원토록 살려 하는
이 마왕의 모든 친구
모다 모시게 하옵소서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마왕은 철하 귀에 입을 대이고,
“철하.”
하고 아주 유혹하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철하, 일어나게. 근심은 무엇이고 눈물은 왜 홀리나. 나는 여태껏 그것을 몰라. 자一일어나게. 내 그 눈물과 근심을 다 없이할 것올 줄 터이니.”
철하는 가만히 눈을 들어보았다. 그는 조금 주저주저 하였다.
“하하, 철하 그대는 나를 알 터이지. 어여쁜 처녀의 붉은 입술 같이 언제든지 짜르르하게 타는 달콤한 ‘술의 마왕’을 ! 자―ㅡ 나의 동무가 되라. 나와 사귀면 근심을 모르는, 눈물을 모르는 어느 때든지 저 달님과 별님과 같이 될 것이다. 자, 나와 같이 ‘술의 노래 ’를 부르며 춤추고 놀아보자.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철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마왕은 자기 발자국에 고이는 파란빛의 액체를 철하에게 먹였다. 철하는 모든 근심,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리하고 마왕과 함께 덩실 추었다. 그리하고 그의 가슴에서는 뜨거운 정욕만 자꾸자꾸 일어났다. 그의 입술은 점점 붉어지고 온 전신은 열정으로 타는 듯하였다. 그는 부끄러움도 잊어버리고 옷을 벗었다.
그때에 누구인지 보드랍고 따뜻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 자가 있었다. 그의 가슴에 정욕은 더 높아졌다. 그는 돌아다보았다. 철하 뒤에는 눈썹을 푸르게 단장하고 가슴의 유방을 내어보이며 입에는 말하기 어려운 정욕의 웃음을 띠우고 푸른 달빛을 통하여 아지랑이 같은 홑옷 속으로 타는 듯한 육체의 말할 수 없는 부드러운 대리석 같은 살의 윤곽을 비추었다. 그의 벗은 말 밑에서는 금강석 같은 모래 가 반짝였다.
철하의 가슴속의 붉은 심장은 가장 높은 속도로 뛰었다. 그가 마왕에게 취 한 게슴츠레한 눈으로 사랑의 이슬이 스미는 듯한 그의 입술을 바라볼 때 그는 알지 못하게 그 여자의 뭉클하고 부드러운 유방을 끼어안았다. 그는 타는 듯한 입을 맞추었다. 초자연(超自然)의 순간이었다. 그때 또다시 유창한 마왕의 웃는 소리가 들리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철하는 꿈같이 몇 시간을 보내었다. 이때 멀리 새벽을 고하는 종소리가 들리었다. 마왕과 그 여자는 깜짝 놀래어 손을 마주잡고 여명 속에 숨어버리었다. 달은 서쪽 지평선 저쪽으로 넘어가며 얼굴이 노한 듯 불쾌하여 철하를 흘겨보는 듯하였다. 별들은 눈을 부비는 듯하였다. 철하는 혼자 남아 있다가 다시 엎디었다. 마음은 시끄러웠다.
아아, 사랑스러운 새벽 빛이 동편 지평선의 저쪽으로 새어들어 왔다. 하늘은 파르스름하게 개었다. 그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길고도 그윽한 정신을 취하게 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다. 천애 저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화하여 처녀의 조금도 상치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가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그때 철하는 눈물을 흘리며 멀리 저쪽 하늘 끝을 바라보았다.
그 음악 소리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한없이 왔다. 그 보이지 않는 음악 소리는 처음에는 아지랑이같이 희미하게 보이게 변하고 또 그 다음에는 여름에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흰구름 같은 것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육체를 가진 여신으로 변하였다. 그는 사막 위로 걸어 철하에게로 가까이 왔다. 철하가 그 여신의 빛나는 눈을 볼 메 아아, 모든 근심으로 눈물은 사라쳤다. 자기가 그 여신 같기도 하고 여신이 자기 같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여신의 눈에는 눈물이 있었다. 새로운 아침 빛이 그것을 비추었다. 음악의 여신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는 다만 철하의 손을 잡고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그 여신은 감정의 여신이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자꾸자꾸 흘렀다. 그 눈물은 철하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 여신은 철하를 끼어안고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어루만지듯 하였다. 철하는 그 여신을 단단히 쥐었다. 그러나 그 여신은 돌아가려 하였다. 철하는 놓치지 않았다. 그때 여신의 몸은 구름같이 변하고 아지랑이같이 변하고 보이지 않는 소리로 변하였다. 그리고 저쪽 지평선으로 넘어갔다. 철하는 여신의 사라진 손만 쥐고 있었다. 그는 다시 엎드려 울었다.
철하가 눈을 떴을 때에는 그 여신을 잡았던 손에 자기 누이의 고운 손이 잡혀 있었다. 자기 누이는 자기 손을 잡고 그 위에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1922년〉
2016년 12월 22일 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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