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행지) 전어, 대하, 꽃게, 장어, 낙지..쫀득 탱탱한 해산물의 보고, 서천 월하성 마을

[MISUK]

전어, 대하, 꽃게, 장어, 낙지… 쫀득 탱탱한 해산물의 보고, 서천 월하성 마을 어느 날 날아온 문자 하나! “하얀 포말 가득 일으키며 배에 한가득 조개와 활어 잡아갑니다. 마을 어귀에는 백일홍 가득합니다.” 거칠고 무뚝뚝해 보이는 ‘그’에게 이렇게 감상적인 면이 있었나 생각하며 “와, 시인 같아요. 좋으시겠어요” 하고 답신을 보냈더니 이내 “매일 이 짓을 해봐. 심심해, 놀러와” 하는 문자가 돌아온다. 그에게 간다. 목적지는 충남 서천. 돌연 시인 묵객이 되어 근사한 문자를 종이비행기처럼 날리는 그를 보기 위해. 지천에 먹을 것 천지라니, 내 한입 스스로 호강시키기 위해. 전어, 대하, 꽃게, 장어, 낙지…서천 월하성 마을은 앞으로 바다를, 뒤로 육지를 거느리고 있다. 바다에서는 사시사철 탱탱한 활어가 끊이지 않고, 육지에서는 꽃과 과실이 익어간다. 땅과 물을 동시에 ‘경작’하므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높다. 백일홍 너머 바다가 넘실대는 마을 ‘그’의 이름은 백홍열이다. 마흔 다 돼 결혼을 해 두 명의 딸을 두었고, 프리미어리그의 악동 루니처럼 다부진 몸매를 지녔으며, 음식과 사람들을 돈보다 좋아하는 그는 머물면 썩는, 물 같고 바람 같은 사람이다. 그는 올해 서울시 공무원들을 위한 서천연수원의 원장으로 부임했다. 서천, 귀에는 익되 확실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 땅에 거처를 마련한 그는 “와, 여기가 말이지, 1년 내내 먹을 것이 무척 많고, 조용하고, 아주 너무 좋은 곳이야” 하고 ‘거품’을 물 정도로 서천에 빠져 있다.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그가 사랑하는 땅은 서천군에 속한 월하성 마을로 이 마을을 향한 그의 애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머드 축제로 유명한 보령을 옆에 두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동네지만 풍광과 음식이 뛰어나다. 특히 싱싱한 해산물은 1년 내내 풍년처럼 이어진다. 3월에는 주꾸미 축제가, 5월에는 자연산 광어 축제가 열리며, 금어기인 7~8월이 지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가 넘쳐난다. 전어와 더불어 대하도 제철을 맞으며 꽃게, 낙지를 가득 실은 어선도 마라톤 결승선에 닿듯 쉴 새 없이 포구에 입항한다. 자연산 회가 얼마나 기막힌 맛을 내는지는 직접 맛보지 않으면 모른다. 마디마디 살이 꽉 차 있고 씹으면 쫄깃쫄깃 담백한 향이 여운처럼 오래 남는데, 그 맛이 서울에서 파는 양식 횟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싱싱한 횟감이 장마철 낙숫물처럼 쏟아지는 9월의 길목, 월하성 마을은 이미 먹을 것 천지였다. 가오리와 꼭 닮은 얼굴이지만 현지 사람들은 엄연하게 다른 종으로 구분하는 간재미회(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간재미가 가오리보다 몸집이 작다)는 푸짐하게 썰어 넣은 미나리?깻잎?쑥갓?오이 향과 더불어 싱그러웠고, 동태포처럼 먹기 좋게 튀긴 광어 뱃살 튀김은 포근포근 담백했으며, 아나고 매운탕은 깊게 우려낸 맛이 여느 해물탕보다 칼칼하고 시원했다. 엄정하게 말해 월하성 마을의 모든 식당이 그토록 뛰어난 맛을 제공하지는 않을진대, ‘맛 투어’는 백홍열 연수원장이 이미 합격점을 내린 곳들로만 순례하듯 돌아다녔으므로 성공할 수 있었다(‘우리 고장 대표 음식점’이란 간판을 걸어도 부족함이 없을 식당들은 다음 페이지부터 소개한다). 마을의 풍경은 맛의 향을 더욱 진하게 한다. 한문으로 풀이하자면 ‘달 아래의 성 城’이 되는 영롱한 이름의 마을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가로수로 백일홍을 심었다. 벚꽃처럼 작고 자잘한 꽃을 줄기마다 아름드리 안고 있는 붉은 꽃. 마을의 도로마다 연대장 환영 행사하듯 일렬로 도열해 있는 붉은 꽃의 행렬은 벚꽃 휘날리는 쌍계사의 봄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 백일홍 너머로 서해가 넘실거린다. 1 해양회 센터에서 서빙하는, 거뭇한 점 하나 없이 눈처럼 깨끗한 색깔의 자연산 광어 회. 2 바다 옆에 두고 있는 월하성마을의 해물탕은 대하, 동백, 바지락, 멍게, 조개 등으로 푸짐하다. 3 쑥갓 듬뿍 깔고 태양초 고추장에 비벼내 매꼼하고 쫄깃한 간재미 회. 4 월하성회해물탕에서 내놓는 해물칼국수는 각종 해산물로 우려낸 육수가 ‘예술’이다. 요리를 메타포로 한 ‘그림’ 으로까지 보이는 해양회 센터의 상차림. 9월, 오동통 살찐 해산물의 공습을 축하하라 서천에서의 재회를 축하하며 백홍열 원장이 차를 몰아 간 곳은 서천해양박물관 앞에 자리한 해양회센터(041-952-3904~5)다. 식당은 다금바리, 도미, 농어, 노래미, 우럭, 광어 등 자연산 활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매일 풍부한 양의 자연산을 수급 받으므로 상은 잔칫상처럼 푸짐하다. 정식을 시키면 서빙되는 곁들이 반찬부터 보자. 간재미찜, 우럭, 개불, 노래미, 해삼, 멍게, 소라, 아나고, 간재미무침, 대하구이, 양송이버섯구이, 호박찜…. 모든 음식은 도자기처럼 흰 접시에 깻잎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정갈하게 담겨 나와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백홍열 원장은 식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마량포구를 가리키며 그곳에서 숭어를 끌어 올린 짜릿함을 이야기한다. “저 밑에 마량포구 보이지? 저기가 숭어 포인트더라고.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도 무척 많은데, 나도 심심해서 낚싯대를 사다 드리웠더니 5분 만에 팔뚝만 한 숭어가 올라오더라니까.” 평지에서 수십 미터 높은 곳에 위치한 식당, 갈매기 날고 노을 지는 서해의 풍광은 또 하나의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서천에 왔으니 소주 대신 한산소곡주를 시킨다.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익혀 마시는 술은 그 맛이 막걸리처럼 달착지근해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앉은뱅이 되기 십상이라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린다. 솔직히 말해, 소곡주와 회의 궁합은 썩 훌륭하지 않다. 동동주 같은 곡주의 맛은 회의 신선함을 마취하듯 일순간 밍밍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디 술을 한 치 두 치 꼼꼼한 논리와 계산으로 먹던가. 좋은 풍광 옆에 차고 기분 좋게 술잔을 꺾다 보면 기분은 어느새 나풀나풀 하늘을 난다. 제철도 아닌 대하구이는 속이 꽉 차려면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는데도 족발처럼 포동포동, 토실하다. 꼬리 부분을 잡고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는데, 껍질째 함께 씹으므로 입 안에서는 오래도록 단내가 난다. 양근주 사장은 “대하는 1년에 세 번 나온다 아닙니까. 3~5월에 잡히는 놈이 제일 크고, 6월에는 이보다 훨씬 쪼매난 중하가 잡히고, 9월에야 가을 대하라고 해서 진짜 대하가 잡히는데 이놈이 제일 맛있다 아닙니까. 봄에 잡히는 새우는 조금 퍽퍽한 맛이 있는데, 가을 대하는 퍽퍽한 느낌이 전혀 없이 담백하고 맛있습니다. 9월에 또 한번 오시소~” 하고 양념을 친다. 대하와 함께 상을 채운 것은 번개탄 넣고 석쇠에 구워 담백한 장어구이, 찰진 광어회(자연산 광어는 회를 쳐놓으면 살에 검버섯처럼 거뭇거뭇한 점이 보이는 양식산과 달리 눈처럼 깨끗하다), 속살 발라먹는 재미가 좋은 꽃게찜, 뼈째 끓여 시원한 아나고탕…. 8월인데도 싱싱한 해산물은 이미 넘쳐나는 듯하다. “내가 아주 서울 깍쟁이들한테 놀랐다 아닙니까. 자연산이라고 주믄 계속 인공산 아니냐고 따지는데 나중에는 대꾸할 맛이 안 나드라구요. 여기 오는 손님들, 다들 맛있다 맛있다 카는데 비결이라고 다른 게 없습니더. 싱싱한 제철 활어니께 달착지근하니 담백하고 맛있는 거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여기서 나는 장어며 대하며, 좋은 것들은 죄다 일본으로 팔아넘겼는데 이제는 우리가 먹는다 아닙니까. 여기 오시면 그저 믿고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바다를 바로 옆에 놔두고 누가 인공산 활어를 갖다 쓴답니까.” 회를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양근주 사장이 일러준 말이다. 1, 2, 4 서천읍 군사리에 있는 서천특화시장의 풍경. 해산물이 사람보다 다섯 배는 많다. 3 맨드라미, 금잔화 피는 너른 마당을 갖춘 덤장집민박의 별미, 고추장 조개 구이. 얼라~ 간재미회와 조개구이가 참말로 맛나네 월하성회해물탕(041-951-4745)은 간재미회와 해물칼국수로 이름난 집이다. 간재미무침은 홍어무침과 씹히는 질감이 비슷한데, 비린 맛이 전혀 없는 것이 차이점. 텃밭에서 키워 자연 향 진한 쑥갓 듬뿍 깔고, 태양초 고추장으로 알싸하게 버무린 간재미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찰져 골뱅이무침처럼 씹는 질감이 탁월하다. 여기에 숭덩숭덩 크게 썰어 넣은 양파, 오이, 고추 등은 아삭아삭 씹는 맛을 더한다. ‘얼라~’를 히트어로 갖고 있는 월하성 마을의 한신교 이장은 “얼라, 잡지사에서 오니께 오늘따라 더 맛있게 했네~” “얼라, 오늘 같은 날은 쐬주 한잔 걸쳐야제” “어이, 기자 양반, 이것이 또 이 양념에다 밥을 비벼 먹으믄 그 맛이 또 죽이요~”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칼국수에서는 바다 내음이 난다. 바지락, 백합, 동죽 ‘왕창’ 넣고 국물을 내 냄비째 상에 올려주는데 채 썬 호박과 함께 후루룩 후루룩 먹는 면은 칼칼하고 시원하다. 소주와 막걸리가 섞인 폭탄주로 알싸하게 기분이 좋아진 이장이 다시 말을 보탠다. “그라지 말고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마을로 오시믄 되겄네~. 여그로 말할 것 같으믄 서해안에서 최고 오염 안 된 곳이 여기여. 자연도 그라고, 사람도 그라지. 개로 비유하자믄 이곳 사람들은 진돗개마냥 다 순종이여. 갯벌이라고 안 좋간? 서해안에서 가장 좋은 갯벌이 여그여. 반 모래 반 펄이라 푹푹 빠지지도 않고, 맨발로 걸어 다니며 갈매기랑 친구함시로 조개도 캐고 바다도 보고 얼마나 좋은디. 마을에 무화과며 석류며 과실 많지,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 넘쳐나지, 대한민국에 이만한 땅이 없지~.” 사시사철 해산물이 넘쳐난다는 이장의 말은 마을 사람들이 모는 차량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장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랜저를 몬다. 바닷가 옆에 있어 그랜저가 아니면 차량에 녹이 스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그렇다지만 탄탄한 생계 없이 그랜저를 몰 수는 없다. 청년회 임원들과 함께 가진 술자리, 한 ‘청년’(시골의 청년은 대부분 40대다)은 부지런히 배를 타 작년에만 1억을 벌었단다. 덤장집민박(041-952-3566)은 민박집으로도, 맛집으로도 권하고 싶은 곳이다. 바람 좋은 밤, 사람들은 마당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바닷가의 몽돌처럼 구르다가 허기가 지면 밖으로 나와 조개구이와 장어구이를 먹는다. 어둑한 풍경, 번개탄 불로 타닥타닥 익는 조개와 장어는 입에 착착 감길 정도로 쫀득쫀득 맛나다. 가리비?맛조개?바지락?백합 등의 ‘조개 군단’은 새빨간 고추장 양념에 잘게 썬 고추와 마늘을 얹어 더욱 감칠맛나고, 굵은 천일염 듬성듬성 뿌려 굽는 장어는 비릿하지 않고 담백하다. 무엇보다 모든 재료가 싱싱해서 좋다. 활어 넘쳐나는 계절, 김인환 사장은 본인의 배를 끌고 출항해 배 한가득 싱싱한 해산물을 싣고 온다. 9월, 배 한가득 활어 실어 나를 상상을 하면 그의 마음은 벌써 호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travel information how to go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서천 IC까지 2시간~2시간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월하성 마을은 어촌 체험 마을로 지정된 곳으로, 내비게이터에 충남 서천군 서면 월호리를 찍고 주행하면 쉽게 당도할 수 있다. where to stay 월하성 마을에는 민박집이 많다. 본문에서 소개한 덤장집민박이 가장 추천할 만한데, 예약 상황이 빠듯할 경우 이장(한신교, 011-1787-1142)이나 청년회장(김인환, 011-451-8118)에게 문의하면 다른 숙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where to go 서천해양박물관 서천군청 문화관광과에 근무하던 이상지 관장이 사재를 털어 이루어낸 평생의 ‘꿈’이다. 무게만 250킬로그램에 달해 ‘식인 조개’라고도 불리는 거인 조개, 거북류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장수거북, 몸길이만 20미터에 달하는 고래상어, 현존 수생 식물 중 가장 많은 알(약 3억 개)을 낳는 개복치 등 세계적인 희귀 어종과 현존 어종 15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신성리 갈대밭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본 이라면 갈대밭의 스산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기억할 터이다. 신성리의 금강 언저리에 있는 갈대밭은 6만여 평에 이른다. 바람 부는 가을의 갈대밭은 겨울의 동백섬만큼이나 운치 있으므로 쉬엄쉬엄 차를 달려 다녀올 만하다. 차가 달리는 길의 양옆으로는 백일홍 향 자욱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