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저녁7시
참석인원 : (7명) 애몽, 해피데이, 시카, 바신, 써니, 바다맘, 여행
와타나베를 떠나는 사람들, 와타나베에게 일어난 반복된 상실이지만, 서서히 옅어진 기억을 갖게 된 와타나베 역시 이젠 누군가를 떠나버린 사람이 되었다. 이로써 서로가 서로를 상실했다.
<소감>
해피데이 : 두께만 보고 겁을 먹고 시작했지만 부담 없이 읽어졌고, 연애소설이라 하기엔 생각할 게 많아서 좋았다.
시카 :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 책은 처음과 비슷한 느낌으로 계속 좋았다. 회상이라고 하면 대부분 흑역사 부터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와타나베에게 너무나 좋은 일,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여행 : 공감이 안 되는 건 아니나 크게 공감되지는 않는 점에서 애매모호한 책이다. 37세의 와타나베가 회상하는 이야기다 보니 그의 입장과 시선으로 모든 게 구성되어 있음을 염두하며 읽게 된다. 그만큼 과거가 많이 미화되었을 것이다.
바신 : 20대에 읽었을 때는 몽환적인 느낌이었는데 지금 읽으니 매우 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읽었던 시점에 따라 달리 와 닿는다.
바다맘 : 일본소설에 깔린 냉소적, 염세적인 분위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 역시 분위기가 맘에 드는 책은 아니다.
써니 : 20대 30대에 읽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지금은 등장인물들이 왜 저러나 싶다. 나의 나이 듦을 느끼게 되어 씁쓸하다.
애몽 : 읽기 전엔 쓸쓸한 느낌의 겨울 책 같았다. 읽고 보니 많은 상실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랑에 빠져있는 풋풋한 청춘도 느껴져서 봄 책 같기도 하다. 유독 등장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이 자세히 표현되어 옷의 형태, 색감, 질감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구현될 화면의 색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싱그럽고, 다채롭고, 생생하게 읽히는 것 같다. 기껏 18~20살의 주인공들인데 거의 지금의 20대후반~30대의 성인들의 연애같다.
<질문들>
노래 한 곡으로 불러일으키는 기억, 늘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제 노래 한 곡에 기억을 해내려고 노력해야만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오코,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자신을 영원히 기억해달라고 하는데, 아끼는 사람에게 떠난 사람이 영원히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이 아닌가?
와타나베는 어떤 사람인가?
- 나오코처럼 병들까봐 미도리를 만나 그녀를 통해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
- 무해한 사람, 착한 사람, 무난한 사람, 인기 많은 사람, 아웃사이더, 이기적이기도 한 사람
- 미도리와 와타나베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 알게 된 나오코의 죽음, 나오코에 대한 애도의 시간동안 미도리를 전혀 떠올리지 않은, 신경쓰지도 않은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전화걸어 너밖에 없다고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권 내내 미도리에게 관대하고 배려 깊고 다정했던 와타나베가 이 책 통틀어 가장 이기적으로 보였던 순간이었다.
나오코-와타나베-기즈키 : 충격적인 사건을 공유했기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줄 관계, 그 속에서 쌓인 책임감, 의무감, 의지, 사랑
기즈키-나오코와 와타나베-나오코 : 잤느냐, 못 잤느냐, 되느냐, 안되느냐, 이 속에서 느끼는 혼란함과 죄책감
나가사와-와타나베 : 서로의 본질을 가장 잘 꿰뚫는 둘은 결이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사상이나 세상에 소속되고 싶지 않는 점에선 같은 결의 사람이다. 하지만 상대방 또는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나가사와는 사랑은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휘두르려하고, 와타나베는 사랑은 알지만 휘두르고 싶지는 않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대체로 상대에게 맞춰준다.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과 자는 와타나베, 나오코와 자는 와타나베, 우연히 만난 작은 여자와의 위로의 잠자리, 레이코와의 잠자리, 미도리와의 잠자리, 각각의 잠자리는 와타나베에게 어떤 의미인가?
와타나베가 레이코와 잔 이유는 뭐였을까? 나오코에 대한 애도행위였을까? 죽은 나오코라는 공유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와타나베가 나오코와 잘 수 있었던 것도 죽은 기즈키가 공유된 관계여서 가능한 것이었을까?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는 나가사와의 충고, 어떤 의미인가?
와타나베가 처음 본 미도리의 아빠를 편하게 느낀 건 어째서일까?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어떤 사이인가? 사랑인가?
기즈키와 나오코는 사랑인가?
레이코는 와타나베에게 그 아픔을 남은 인생동안 계속 느끼고 그와 별개로 미도리와 둘이서 행복을 잡으라는데, 한켠에 아픔을 둔 채로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100%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미도리가 그런 와타나베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
미도리와 와타나베는 어떻게 되었을까?
첫댓글 평소 소설을 읽고 곧 바로 평론이나 저자의말을 찾아보지 않습니다.
이 소설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호했는데
사랑에 대한 내용이라는 인터뷰가 있었고 작품에 분위기를 싣는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독자들도 그점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뒤늦게 그런점에 관심을 두고 소설을 상기시켜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