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People (이하 OP) 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한 시기에 입학한 강진, 서정민, 이재하, 정인지, Mr.NoCount가 재학 시절부터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2006년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THE BREMEN, TEDxHONGIK 등의 자체 기획 작업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 월간 등 클라이언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천천히 그들만의 스튜디오 컬쳐를 만들어 가고 있다.
Ordinary People, 보통 사람들이라는 이들의 스튜디오 이름은 역설적이다. 이를테면 직접 제작한 스카프를 헌 LP 판 케이스에 넣어 파는 범상치 않은 작품세계, 게다가 스튜디오 소개말미에는 "우리는 태양으로 간다." 고 말한다.
OP 가 말하는 보통 사람들의 디자인 스튜디오.
Ordinary People
OP의 시작이 궁금해요.
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05학번 친구들로부터 시작했어요. 아직 졸업하지 않은 친구도 있어요.
처음엔 그저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의 모임이었어요. 술 안마시는 남자애들끼리 디저트 먹으러 다니고, 음악도 좋아했구요. 당시 1학년이라 하는 일이 과제나 아니면 선배들의 누끼 알바정도였어요. 그러다 "뭔가 쓰이는 일을 하고 싶다." 고 생각해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죠.
재하 모임이 딱히 동아리라거나 소모임 같은 게 아니라 "작업해볼테니까 모이고 싶은 사람들 모여." 라는 식이었어요.
정민 저희끼리 다섯명 얼굴을 넣어서 티셔츠를 만들어서 너무 좋아하면서 입고 다녔어요.
독수리 오형제처럼 티셔츠에 다섯명 얼굴을 넣어서 입고 다녔다구요? 사람들이 별로 안좋아하지 않았어요? (폭소)
정민 그럼요. 저희만 좋아했죠. (웃음) 선배들이 싫어했어요. 나댄다고.
재하 그런데 나중에 뒤돌아보니까 남은 사람들이 티셔츠의 저희 다섯 명이더라구요.
진 초기에는 자유로운 작업을 많이 했어요. 지금의 OP 고정멤버들로 오게 된 건 <포스터 만들어 드립니다> 프로젝트 때부터였어요. 저희 과외 포스터 같은 포스터 보셨죠? 속칭 찌라시 같은 걸 붙인.
저는 키치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진 처음엔 어떻게 일을 가져올거냐가 관건이었죠. 그럼 비영리작업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당시 우리의 목표는 클라이언트와 밥 한끼를 같이 먹는 거였어요.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로서 동등한 관계에서 공동의 좋은 결과물을 내보자는 것이었죠.
<포스터를 만들어 드립니다.> 에서 우리가 추구했던 것은 정말 기능하는 그래픽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잘하든 못하든 모여서 계속 고민을 하고 일을 하니까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졌어요. 사실 1학년 학생에게는 인쇄소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1학년 때 벌써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해요, 처음으로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받은 건 언제인가요?
진 처음으로 OP 이름으로 상업적 클라이언트를 받은 건 2009년이예요. 그때 처음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어요.
정민 이미 각자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아직 학생인데 그렇게 일을 많이 할 수가 있나요?
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많이 나댔기 때문에...(웃음) 선배들도 일을 시키려면 아무래도 나대는 애들부터 생각이 날거 아니예요?
나대는 애들이 결국 성공하더라구요 (웃음) 학생들이 시작한 스튜디오다 보니 처음엔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을 것 같은데?
재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처음엔 많이 도와주셨죠. 이건 이렇게 해야된다. 저건 저렇게 해야 된다. 가르쳐 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정민 돈도 주고 경험도 주고 배움도 주고, 가르침도 주고, 기회도 주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가 다섯명인데 디자인에 대해서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없나요?
정민 엄청 많죠.
재하 지금도 싸워요.
진 재미있는 건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디자인에 대해서 아는 점이 서로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 동의하는 점들이 훨씬 많았다는 거예요. 지금은 클라이언트가 시안을 선택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를 맞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재하가 클라이언트한테 제일 인기가 많은 편이예요. 젠틀하고 예의 바르거든요. 시안이 잘되었고 못되었고를 떠나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볼때 내 말을 들어줄 열의가 보이는 디자이너죠. 내가 원하는 것들이 반영이 되었구나를 느끼게 해주니까 클라이언트들이 만족하죠.
스튜디오 창업에 앞서 기업취업이라든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재하 결론에서부터 생각해보면 어짜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 일이예요. 어려운 것도 극복해서 넘어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 저희가 열정을 불태우는 소년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건지도. <원피스>를 좋아해요. 그래픽디자인이라는 걸 시작했으면 가고자하는 길이 있잖아요? 저희에게는 그 길에서 지금 저희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해요.
가장 많이 쓰는 툴은 어떤 것인가요?
OP 인디자인, 스캐너, 그리고 스튜디오에 있는 저질 프린터.
이상한 이미지도 그걸로 뽑으면 멋있게 나와요. 프린터가 손맛을 내요. 오히려 인쇄소에 가서 뽑으면 그 퀄리티가 안나온다니까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정민 게임을 해요.
재하 동네 달리기요. 그리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녀요. 근처에 피오니라는 곳이 있는데 딸기 쇼트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요.
진 홍대의 퍼블리크의 작은 빵들도 맛있어요. 자주가던 와인집 이 망했어요. OP 멤버가 실연당하면 위로주도 사주고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이었는데 서운해요.
The Bremen © Ordinary People
이날 전시된 작품은 스카프로 만들어져 헌 LP판 케이스에 포장되어 판매되었다.
디자인도 쉽진 않은 일이예요. 하지만 스튜디오를 운영한다는 것은 디자인을 하기 이전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일이죠. OP 는 디자이너들만 모인 스튜디오기 때문에 디자인 외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재하 법적인 문제, 세금, 회계 중요한 단어들인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진 이제는 세무법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친구들이니까 칼같이 해야 하는 부분에서 잘 못했던 점도 많아요. 세금 문제 말고는 비즈니스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 외에 일할 때 클라이언트와 진심으로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정민 그래서인지 영업같은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항상 클라이언트가 먼저 연락이 왔어요.
최근 잡지 CA 리뉴얼을 진행했어요. 실험적이기도 해요.
진 1년간 계약이 되어 있어요. 이제 세 호가 나왔죠. 저희가 믿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계약을 안했을 거예요. 편집장이 전권을 주셔서 에디터들과 자잘한 것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잡지가 이래야 한다는 것,이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제호의 크기나 위치 같은 거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CA 는 트렌디한 잡지가 아니라 그래픽디자인을 아는 사람들이 읽는 잡지예요. 좀 더 정돈된 느낌으로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정민 표지도 영국에서 온 것을 쓰지 않고 매달 저희가 직접 셀렉을 해요. 폰트의 경우 새로운 서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윤700을 쓰고 있어요. 디자이너들이 모험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폰트보다는 익숙한 폰트를 쓰는 경향이 있지만 저희는 한번 도전해 봤어요.
진 작은 시도일 수도 있겠지만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웃음)
월간 CA 리뉴얼 © Ordinary People
이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디자인이 너무 홍대 스타일 아닌가요?
정민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저희가 홍대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이 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홍대스타일이라는 것이 이미 진짜 홍대스타일이 아니예요. 예전에는 홍대가 학생들이 자기 것을 표현하기 전에 만들어주는 기본 틀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없어졌어요.
진 저는 홍대 스타일이라는 게 오히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과거 안상수 선생님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타이포그래피의 홍대스타일이 있었다면 지금은 정체성이 모호해진 상태이거든요.
지금 활동하는 디자이너 중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 김형진 선생님 굉장히 팬이예요. 아, 그리고 헤이데이 노동균 대표님 잘생기고 피부도 좋고(웃음) 인격까지 훌륭하신 분이예요. 나머지는 저희 디자이너들이죠.
정민 저희 CA 작업 고문을 맡고 계시는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님도 굉장히 좋은 분이예요. 저희가 리스키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할때, 무조건적인 변호가 아니라 의도를 꿰뚫어보시고 관점을 응원해주시죠.
재하 엠엠파리스 (M/M Paris) 코코로앤모이 (Kokoro & Moi) 의 작품도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Ordinary People 소개중에 태양으로 간다는 말이 있어요.
OP 누군가가 OP 의 지향점이 어디냐는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각자가 생각하는 이 스튜디오의 각각 미래가 다르거든요. 게다가 그 목표가 가볼 수가 없는 곳인거예요. 이를테면 50살엔 무인도로 사라지고 싶다는 식이죠. 아, 여기서 무인도란 남자가 없는 섬이예요. (일동 폭소)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이상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어떤 인간적인 경지에 다다르고 싶어요. 이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거죠. 전인미답의 경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을 생각해본 거예요.
우리는 태양으로 가고 있어요.
레스토랑 haru 브랜딩작업 © Ordinary People
2012 아시아문화 기획전 <혼례> 홍보물디자인 © Ordinary People
글 김누리 @Noori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