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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18목] 편법 할인 판치는 인터넷 출판시장
어쩌다 출판시장이 이렇게 혼탁해졌나. 법도 소용 없고, 기본적인 상도(商道)도 사라졌다. 상품의 종류나 의미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할인 경쟁에 매달리는 일부 대형 오픈마켓과 인터넷서점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출판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한 대형 오픈마켓은 이달 말까지 신간을 포함한 모든 도서를 버젓이 반값 이하로 판다. 신간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8,500원(정가 1만5,000원), 조정래 소설 <허수아비의 춤>은 5,800원(1만2,000원), <성균관유생들의 나날>도 4,950원(1만1,000원)이면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말만 도서정가제이지 신간도서의 경우 1년6개월 동안은 정가의 10% 할인에 추가 마일리지 10%를 제공할 수 있다. 정가제를 포기한, 사실상 도서할인제이다. 인터넷산업을 키운다며 2004년에 온라인 서점만 할인판매를 할 수 있게 했다가 형평을 맞춘다며 3년 전에 오히려 할인을 확대하는 개악을 해버렸다.
할인 확대만 문제가 아니다. 기준 이상의 지속적인 할인판매가 아니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반값 이벤트'도 이런 허점을 노린 것이다. 각종 멤버십 포인트를 이용해 사실상 책값을 더 깎아줘도 속수무책이다. 오픈마켓의 반값 할인공세에 온라인서점들까지 펄쩍 뛰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서점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들이 즐겨 쓰던 수법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온라인 서점의 무분별한 도서할인과 당일 배송으로 동네 작은 서점이 초토화한 지는 오래다. 이제는 부산의 동보서적이나 문우당서점처럼 3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지역 독서문화를 이끌어온 중형 서점들까지 문을 닫고 있다. 오픈마켓과 온라인 서점의 할인공세는 출판시장을 왜곡해 가격거품을 만들고, 책값과 종이 책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떨어뜨린다.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가 주범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업계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다시 제대로 고쳐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18목] 전면 재협상 아니면 한-미 FTA 포기 검토해야
미국 정부가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협정문 본문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밝히고 “상호 수용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본문을 수정하는 재협상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도 수정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며 수용 불가 태도를 고수했다. 특히 정부가 미국의 추가 요구 논의에 응하면서 이런 여론은 더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론의 비판이나 정치권의 수정 요구를 모두 무시하다가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자 금방 손을 들고 말았다. 국내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미국의 요구는 들어주겠다는 태도다. 말로는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고 하지만 재협상을 공식화한 것은 결국 미국에 대한 추가 양보의 방법을 찾는 절차에 불과하다.
자유무역협정은 기본적으로 많은 법률 개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최종적인 승인 절차뿐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도 국회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수렴해 가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협상권이 의회에 있는 까닭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번도 그런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일방적으로 합의해놓고 국회에 통과시켜 달라는 식이었다.
더는 이를 용인할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으면서 일방적인 양보만 거듭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철폐 시한 연장, 관세환급 제도의 완전 철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도입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이프가드 도입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치다.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입 물량이 매우 적어 적용 대상은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차일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농산물과 국가-투자자 제소 조항 등 다른 여러 분야를 내주고 얻어낸 자동차 분야의 성과를 모두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에 국한된 재협상은 안 된다. 그것은 원칙과 실리를 모두 잃는 일이다. 재협상을 하려면 우리에게 불리한 기존 조항을 모두 올려놓고 전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하는 게 낫다.
[조선일보 사설-20101118목] 판·검사들, 전관예우가 부끄러운 줄부터 알아야 한다
법원과 검찰 고위 인사들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전관예우는 없다"고 강변했다. 잘못 듣지 않았나 하고 귀를 의심할 소리다. 전관예우란 갓 퇴직해 개업한 전직 판·검사들이 퇴직하기 직전 자기와 같은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근무했던 동료 판사나 검사로부터 1~2년 동안 재판이나 수사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 관행을 말한다. 사법제도개혁특위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판·검사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할 때 퇴직하기 직전 근무했던 법원이나 검찰이 다루는 사건의 수임(受任)을 퇴직 뒤 1년 동안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퇴직한 대법관과 고등·지방법원장 같은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 15명은 퇴직한 지 1년도 안 돼 자기들이 마지막 근무했던 법원의 사건 174건을 수임했다. 지방의 한 법원장 출신은 38건을 1년도 안 돼 맡았다. 그 가운데 13명은 퇴직한 지 석 달도 안 돼 총 43건을 맡았으며 한 지방법원장 출신은 퇴직한 지 12일 만에 사건을 수임했다. 전관예우 관행이 없다면 이들이 퇴직하자마자 이렇게 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겠는가.
구속된 사람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는 비율은 일반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선 48.4%이지만 전관예우를 받는 갓 개업한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선 56.8%이고,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이 일반 변호사의 경우는 35.4%이지만 전관예우 변호사는 48.4%라는 통계도 있다. 2000년부터 2004년 8월 사이에 판사에서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305명 중 89.8%인 274명, 검사로 있다 퇴직해 개업한 236명 중 75%인 176명이 마지막 근무지에서 개업했다. 다 전관예우의 덕을 보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상훈 법원행정처차장은 "형사사건에서 외관상으론 전관예우가 있다고 하는 것까지 부인하지 않겠지만 (실제로는) 전관예우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황희철 법무부차관은 "전관예우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귓구멍을 막고선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나 한가지다. 판·검사들이 전관예우 관행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아는 게 전관예우를 없애는 첫걸음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1118목] 화재 취약한 고층건물 400곳이 넘다니…
고층건물 가운데 413곳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소방 당국의 진단 결과가 나왔다. 소방방재청이 전국에 있는 11층 이상 건물 4955곳의 방화 시설을 전부 조사한 뒤 그중 8.3%에 소방시설 ‘불량’ 판정을 내린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하는 소식이다.
멀게는 희생자가 165명이나 나온 1971년의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부터 가깝게는 지난달 1일 전국에 생중계된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까지 우리 사회에는 고층건물 화재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대부분에서 적지 않은 희생자가 나왔다. 그런데도 아직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고층건물이 413동이나 전국에 널려 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큰 불이라도 그 원인은 사소한 데서 비롯된다. 대연각 호텔 화재는 1층 커피숍에서 프로판가스통을 소홀히 관리하는 바람에 발생했고, 해운대 화재는 불법으로 용도 변경한 미화원 탈의실에서 ‘문어발식’ 콘센트를 쓰다가 전기 스파크가 생겨 일어났다. 소방안전 법규만 제대로 지켰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재앙, 즉 인재(人災)라는 의미이다.
소방방재청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과태료를 물리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뒤처리가 아니라 예방이다. 대형화재가 난 뒤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한다고 해서 희생된 인명이 되살아 오지는 않는다.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소방 당국은 행정력을 총동원해 큰 불이 나는 일이 없게끔 점검·관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소방 법규를 위반한 데 따른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하겠다. 지금처럼 소방안전 점검에서 퇴짜를 맞고도 과태료나 몇 푼 내고 끝내는 게 낫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형 화재에 따른 대형 인명 손실은 막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18목] 또 불거진 유럽재정위기, 파장 최소화 방안 강구를
한동안 잠잠하던 유럽발(發) 금융불안이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지원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그리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포르투갈 재무장관이 "포르투갈도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히면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전체에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리스 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지난 봄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상황이 전해지면서 두 나라의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가 하면 유럽과 미국의 주요 증시가 모두 1% 넘게 급락하고, 유로화 가치는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더욱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미국내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6000억달러를 풀기로 한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이래저래 시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내 증시 또한 지난주 '옵션 쇼크'로 불리는 주가급락 사태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어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출발했던 국내 증시는 다행히 장 마감 때 하락분의 대부분을 만회했지만 원 · 달러 환율은 어제만 15원 넘게 급등, 혹시 외국 자금이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였다. 지난 11일 하루만에 무려 1조3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옵션 쇼크'를 일으켰던 외국인이 어제 다시 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이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 동향을 면밀히 점검, 국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3분기 기업실적 둔화,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움직임 등이 대외 요인과 결합해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면서 적시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118목] 중국의 추가 긴축정책에 대비할 때
중국이 조만간 추가 금리인상을 비롯해 긴축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1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루 사이 5.2%나 급락해 3,000선이 붕괴됐으며 이후 나흘간 10%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증시 급락세는 아일랜드발 유럽 재정위기와 겹치면서 유럽증시에 이어 뉴욕증시에도 타격을 줬다. 세계 최대 자원소비국인 중국이 긴축을 강화할 경우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원자재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시기만 남겨두고 있을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과도한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의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중국이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유입에 따른 압력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유동성 통제와 적절한 수준의 신용대출ㆍ통화공급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증권보는 추가 인상시기를 19일께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금리인상 등 긴축은 고성장에 따른 부동산 과열 등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들어 경제안정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성장이 계속되는데다 과잉 유동성으로 부동산 투기, 물가불안 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연착륙을 위한 중국의 긴축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의 긴축기조로 세계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지준율과 금리를 올릴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 왔다. 지금까지는 영향이 단기에 그쳤지만 긴축기조가 지속될 경우 충격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25%에 이르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내수위축에 따른 수출감소에도 대비해야 한다.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현지진출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응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홍권희(논설위원)-20101118목] 윤증현 장관의 ‘내수 키우기’ 숙제
오늘의 한국은 수출 덕분에 가능했다. 수출이 성장과 고용을 가져다주면서 자부심과 긍지가 따라왔다. 하지만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3%나 돼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든다. 우리 경제가 수입국 경기에 좌우된다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수출주도 경제를 내수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서울 액션플랜’은 한국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외 수요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내 성장동력에 초점을 둔 개혁을 하라’고 요구한다.
수출 대신 내수를 계획적으로 키우기는 쉽지 않다. 중남미 국가와 인도는 수입대체 제조업을 키우려 했다가 성장 둔화나 외환위기에 빠져 고생한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위주의 내수부양책을 썼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970년대 이후 수출로 고성장을 이룬 나라 중에서 내수중심으로 전환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내수주도형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경제다.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국민의 소비율(개인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0년 평균치인 0.92 정도로 한동안 유지되다 2002, 2003년 1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율 1은 소득을 모두 소비지출에 쓴 경우다. 미국인들은 거품으로 불어난 자산과 해외에서 빌린 돈으로 과소비를 즐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소비를 최대한 줄여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
한국은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지는 않더라도 내수의 지나친 위축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를 키워 내수를 자극했더라면 2008년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출 중심의 정책편향을 줄이고 비(非)교역재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수확대가 우리보다 더 절실해진 중국은 ‘12차 5개년 규획’에 따라 내년부터 경제정책의 초점을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 옮길 계획이다. 중국의 대대적인 소비확대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여러 번 내놓았다. G20 정상회의 직후에는 내수활성화 드라이브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천은 약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의료 교육 같은 분야에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 사이의 대립으로 정책 추진력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잊을 만하면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가속화하겠다”고 했지만 립서비스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G20도 마무리됐으니 이제 윤 장관은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내수를 키우는 일은 내국인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거나 외국인을 불러들여 국내에서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관광 교육 사업서비스처럼 산업 규모가 커질 분야가 적지 않다. 우리 서비스산업과 내수의 현주소는 외국인 의료관광객 수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관광객은 2007년 1만6000명에서 지난해 6만 명으로 급증해 이 분야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올해 유치 목표 8만 명도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 봤자 지난해 싱가포르가 유치한 63만 명의 13%에 불과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1118목] 치파오 도우미
한·중·일 3국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아마도 기후 때문이다. 숙소를 보자. 중국은 반점(飯店)이다. 먹고 잔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지역에선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기름기’는 피부를 보호한다. 로션이 없던 시대에 생존을 위해 씻지 않았던 거다. 일본의 료칸(旅館)에는 목욕조가 있다. 습하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해 자주 씻어야 한다. 물수건의 세계화에는 처절한 생존본능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사시사철이 뚜렷한 한국은 주막(酒幕)이다. 한 잔 술에 자연과 합일하고, 두 잔 술에 너와 내가 동무가 된다.
중국에선 상담(商談)도 만한전석(滿漢全席)이 으뜸이다. 먹으며 대화한다. 일본은 목욕탕이다. 수년 전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규슈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목간통’ 회담이 기획됐다. 그런데 탕의(湯衣)에 새겨진 벚꽃 문양이 문제가 됐다. 자칫 “사쿠라 옷 걸친 한국 대통령’이 될 판이다. 갑작스레 취소된 배경이다. ‘주막’의 전통이 면면한 한국은 술이다. 한 잔 술에 형제가 되고, 친구가 된다.
정원도 다르다. 중국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園)과 상하이 예원은 대표적인 남방 정원이다. 특징은 아름다운 산수를 담장 안에 구현했다. 돌은 태호석, 소나무는 황산의 노송(老松)을 아예 옮겨 놓는다. 일본은 함축과 상징이다. 바위와 자갈을 깔고는 지구와 우주를 본단다. 자르고 비튼 나무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는 것이 분재(盆栽)일 것이다. 행복의 극한과 고통의 극한이 한데 어우러진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한국은 자연으로 들어간다. 정자 하나 세우고 관조하는 동시에 그 일부분이 된다. 합일(合一)의 경지다.
여인의 옷도 특색이 있다. 일본의 ‘기모노(着物)’는 ‘감춤의 미학’이다. 맨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문양을 자랑한다. 특징은 ‘오비’인데, 뒤쪽에 감아 배면미(背面美)를 강조한다. 뒤쪽을 흘깃거리는 그들 남정네의 취향을 감안한 것일까. 한복은 ‘선의 미학’이다. 하늘을 향한 도련의 곡선, 동정의 날카로운 직선이 조화를 이룬다. 늘어뜨린 옷고름은 바람에 실려 ‘흐르는 선’을 나타낸다. 중국의 ‘치파오(旗袍)’는 원래 만주족 여인의 복식이다. 몸의 굴곡을 보이면서 천부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시대에 따라 길이와 활동성을 위한 ‘옆 트임’의 위치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치파오 차림의 도우미가 화제다. 문화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101118목] 시치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으로 불거진 이른바 ‘대포폰’ 얘기를 들으면서 종종 ‘시치미’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에 지급했다는 타인 명의 휴대폰이 청와대와 민간인 불법사찰의 연관성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물인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나 검찰은 시치미를 떼고 연관성을 부인한다.
어디 민간인 불법사찰뿐인가. 현 정부 들어 박연차 게이트를 비롯해 최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가공 비자금 사건까지 대형 권력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 중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이름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거기까지가 전부다. 검찰은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불러들이려는 노력은 별반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작은 권력들도 무슨 혐의만 나오면 버릇처럼 일단 부인부터 한다. 힘센 사람들의 부인 속에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공권력은 허공을 헤매고 진실은 안갯속으로 도망을 가고 만다. 국민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하면서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마치 우리가 시치미 떼기 전성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시치미란 말은 매 사냥이 유행하던 고려시대 때 주인이 자신의 매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기 이름을 적어 꽁지털 속에 매어둔 네모꼴 모양의 소뿔을 가리킨다. ‘시치미 떼다’라는 말이 지금도 유행하는 것을 보면 옛날에도 남의 값비싼 매를 가로채기 위해 시치미를 떼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나 보다. 시치미 떼기가 민족의 습성과 관련있는 것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해본다.
몇 년 전 문학평론가인 신형철이 시인 윤제림의 시집 <그는 걸어서 온다>를 읽고 ‘시치미 떼는 시’라고 평했다고 한다. 짧은 글 속에서 직접 설명하거나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시치미 떼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구체적 실감을 느끼도록 만든 시인의 능력에 대한 찬사다. 하지만 그것은 문학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현실세계에서 시치미 떼기는 칭찬받기 어렵다. 특히 권력과 결합했을 때는 범죄와 관련되기 일쑤다.
우리의 매 사냥이 몽골, 프랑스, 벨기에,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10개국의 맹금류 수렵술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그제 등재됐다. 다른 나라에도 시치미 떼기가 우리처럼 일반화해 있는지 궁금하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남유선(국민대 법대 교수)-20101118목] 걸그룹의 이면
얼마 전 우연히 `일본을 강타한 한국 걸그룹 열풍`이라는 타이틀의 TV 프로그램을 봤다. NHK는 우리 걸그룹의 소식을 톱뉴스로 보도하고, 일본 여성들 사이에는 한국 걸그룹 따라하기가 유행이라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그 화려함 이면의 걸그룹 양성 과정이었다. 엄선된 어린 멤버들은 몇 년간 혹독한 연습 끝에 비로소 데뷔하고 작곡가, 안무가,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원과 투자를 받는다고 했다. 세계 각국 유명 작곡가들로부터 이미 받은 대기곡이 6000곡이 넘으며, 매주 신규로 50곡에서 200곡이 들어오고 있다니 그 관심의 수준도 가공할 만하다.
필자는 글로벌 종합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우리 자본시장의 냉정한 현주소를 학생들에게 지적해 주던 금융법 강의시간이 생각나 씁쓸해졌다. 세계 정상 걸그룹의 창조신화(?)를 떠올리면 우리 금융 인력들이 교육기관, 금융회사, 감독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와 지원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선진금융강국을 모델로 금융회사의 겸업화ㆍ대형화 작업의 기초로 자본시장법을 제정ㆍ시행 한 후에도 아직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출현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얼마 전 터키 원전 수출 관련 협상에서 일본은 "돈 걱정 말라"며 접근한 데 반해 우리는 취약한 금융경쟁력을 드러내면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에게는 아시아 경제의 중심임을 자처하는 중국이나 일본 수준의 국부는 없다. 그러나 이보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전문 금융인력의 부족이 아닐까? 금융과 산업의 융합 및 균형발전,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급 금융인력 양성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업계에는 대원칙이 있다. "금융을 모르는 자는 아는 자에게 반드시 당한다"는 것.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금융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고급 금융정보 및 금융네트워크에 접근 가능성을 높여 국제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고, 우리 국민과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통해 그 역량을 결집한 `금융허브강국-한국계 글로벌 대형투자은행`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약을 할 날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
첫댓글 "한 잔 술에 형제가 되고, 친구가 된다.", "한 잔 술에 자연과 합일하고, 두 잔 술에 너와 내가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