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값이 크게 올랐다.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최근 2~3년 동안 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의 잡곡값 상승세가 수확기의 일시적인 반짝 장세라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울러 수입물량의 증가와 원산지 둔갑 등 부정유통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최고 60% 올라=콩·찹쌀·흑미·팥·수수·기장 등 대부분의 잡곡값이 일제히 상승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와 농협에 따르면 13일 현재 콩(백태)은 1㎏(상품·이하 도매기준)당 3,663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가격이 낮았던 지난해 수준(2,371원)을 55%나 웃도는 값이다. 지난 10월 크게 오른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찹쌀은 1㎏(상품)당 3,025원으로 1년 전(1,915원)보다 1,100원(58%) 이상 올랐다. 평년(2,318원)보다는 30.5% 높다. 1㎏당 3,100원까지 갔던 10월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흑미는 지난해보다 20% 오른 3,000원(1㎏·상품)에 거래되고 있다. 팥은 5,850원(1㎏ 상품)으로 11월 초(6,610원)보다는 못하지만 1년 전(3,650원)보다는 60%, 평년(3,963원)보다는 48% 높다. 기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4,500원(1㎏)에, 수수와 조는 3,100원과 3,500원 선에서 거래되는 등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녹두는 지난해보다 17%가량 하락한 5,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양식 농협 양곡유통센터 잡곡사업팀장은 “지난 10월 이후 콩을 비롯한 대부분의 햇잡곡값이 크게 올랐지만 현재는 다소 상승세가 누그러진 상태”라면서 “산지유통인과 농협 등의 수집·수매가 종료되는 12월 말 이후인 내년 1~2월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가 주 원인=햇잡곡값이 높게 출발한 데는 수확기의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콩은 9~10월 계속된 비로 조생종은 50% 이상, 만생종은 10% 이상 줄었다. 특히 콩나물콩 주산지인 제주지역은 태풍 피해로 농경지가 대량 유실돼 최고 80% 이상 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준 제주 구좌농협 주임은 “제주에서도 동부지역이 집중 호우와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에 지난해 40㎏들이 3만2,000가마가 생산됐던 것이 올해에는 8,700가마가 생산되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동안의 가격이 좋지 않아 농가들이 재배를 줄인 것도 값 상승을 불렀다. 찹쌀의 경우 2004년 1㎏당 3,423원 했던 것이 2005년에는 2,599원, 지난해에는 2,065원으로 지속 하락해 농가들이 재배를 꺼린 데다,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값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농가들은 출하처와 출하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는 등 시세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콩의 경우 정부 수매에 응하지 않는 농가들이 많아 일부 산지농협은 잠정가로 수매를 진행하는 등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민우 경기 화성 정남농협 과장대리는 “수확 초기 농가들이 값 상승을 기대하며 나서지 않고 있다가 지금은 지난해보다 최소 20~30% 높은 값에 산지농협과 산지유통인에게 출하를 대부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수입량 증가 등에 대비해야=잡곡은 산지유통인의 취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유일하게 정부 수매가 이뤄지는 콩조차 산지유통인의 취급 비율이 전체의 65%를 넘는다. 대부분의 잡곡이 농가별 소량 재배되기 때문이다.
콩(2006년 9만㏊에 15만6,000t 생산)을 제외하면 품목별 잡곡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1만㏊와 1만t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찹쌀과 흑미 등 일부 잡곡은 대상들에 의한 투기성 매매로 가격 급등락이 심하다.
사실 잡곡 재배농가는 지난 몇년 동안 불투명한 가격 전망에 웃고 울기를 반복해 왔다.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만족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수급안정제도를 마련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협중앙회 양곡부 관계자는 “내년에 실시되는 밭작물 브랜드 육성사업에 산지농협을 최대한 참여시키고 2009년 도입 예정인 콩 계약재배 안정화사업 등 수급안정제도의 대상 품목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량 증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섭 aT 두류관리팀 차장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내년 4월께 있을 콩 수입 물량의 증량이 적어도 올해 규모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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