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보이지 않는 이의 손길‥ [110]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철수는 안대를 풀고 눈을 뜨게 되었다.
몇 달 동안의 어둠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철수는 빛을 봄과 동시에 몹시 눈이 부셨다.
오랫동안 어둠에 익숙해진 철수에게는 갑자기 빛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서서히 빛에 적응해갔다.
눈앞에 있는 희미한 형상이 선명해져 가고 있었다. 이윽고 누군가의 얼굴 윤곽이 뚜렷하게 철수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철수는 눈부시게 빛나는 여신을 보게 되었다.
장님이 되기 직전에 봤던 세크메트의 얼굴이었지만 그때와 분위기가 다소 달라 보였다.
당시에 마녀로 보였던 그녀가 지금은 천사같이 보였기에…….
그는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세크메트와 눈이 마주친 철수는 살짝 무안한지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한테 주변의 사물들이 또렷이 보였을 때 느꼈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몹시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멀리 있는 작은 사물과 글자도 매우 선명하게 잘 보였다.
문뜩 자신의 시력이 필요 이상으로 매우 좋다는 걸 느낀 철수가 의아하며 중얼거린다.
"이상하네. 내 시력이 이렇게 좋았었나?"
"서비스로 시력 조정을 했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대로 말이야."
철수의 의문을 풀어주듯이 세크메트가 말했다.
"그랬군……."
철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세크메트의 시선을 피하고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철수와 세크메트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김철수."
정적을 깨는 세크메트의 한마디에 철수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뭔가 망설이는 듯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미안해……."
세크메트가 철수에게 어렵게 내뱉은 한마디였다.
그녀는 일전에 철수의 안구를 뽑고 혹독하게 대한 것들을 생각하고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철수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세크메트를 바라보았다.
그저 '미안해'라는 한마디일 뿐이지만……, 그것은 그한테 있어서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가 생각한 그녀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거 같이 차가운 여자였기에…….
"지금 뭐라고 했어?"
철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말 그대로야. 전에 내가 너한테 너무 심하게 대한 거 같아.
너와 헤어진 뒤로 지금까지 줄곧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미안해, 날 용서해줘."
세크메트는 다시금 철수에게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
철수는 익숙하지 않은 이 상황에 여전히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세크메트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입을 연다.
"난 괜찮다. 아니,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겠지.
네 덕분에 난 전보다 강해졌고 투명인간인 그놈한테서 무사할 수 있었으니."
철수는 종규와의 사투를 통해 세크메트가 자신에게 한 모든 행동을 헤아릴 수 있었다.
연구소에서 받았던 훈련이 모두 자신의 생존을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미 그녀를 용서했다.
"하지만 네가 우리 꼰대한테 손찌검한 건 용서할 수 없어. 가서 우리 꼰대한테 사과해라.
방금 나한테 했던 거 같이 진심으로……."
일전에 끔찍한 광경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세크메트가 철수의 아버지를 기절시켰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철수의 안구를 뽑기 직전에 일이었다. 철수는 그때 있었던 일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세크메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크메트와 철수는 수술실 밖으로 나가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승희가 기다렸단 듯이 다가와서 그들에게 말한다.
"두 분 뭐하다가 이제 돌아오세요? 아버님께서 이제 막 깨어나셨다구요."
철수는 말없이 승희를 지나치고 아버지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 멈춰 섰다.
철수 아버지와 철수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철수는 몇 달 만에 아버지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이윽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 철수 아버지가 철수를 안아주며 말한다.
"철수야, 무사해서 다행이다."
철수 아버지는 승희와 인섭을 통해서 이미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상태였다.
철수는 자신을 안아준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익숙하지 않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렸을 때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안겨보는 따듯한 아버지의 품이다.
문뜩 철수 아버지는 철수의 등 뒤에 서 있는 세크메트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다… 당신은?"
철수 아버지가 몹시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세크메트는 철수 아버지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내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결례를 범한 것에 사죄드립니다."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세크메트가 작게 말했다.
그녀가 바깥세상에서 누구한테 무릎을 꿇은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무릎까지 꿇었다는 것은 적어도 그녀한테 있어서 엄청난 것이다.
"아가씨는 여전히 참 아름답구먼……."
철수 아버지가 세크메트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있었단 듯이…….
어느덧 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자 철수 일행은 이곳 시설에 나와 세크메트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철수와 인섭이지만, 인적이 없고 누추한 그곳 시설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승희는 자신을 걱정하는 대섭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다 설명해주었다.
세크메트를 제외한 모두가 악몽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이윽고 차는 승희네 집 앞에 멈췄다.
마침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대섭을 비롯한 승철, 지만, 태진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승희는 차에서 나오자마자 대섭의 품에 안기며 말한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승희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는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지 대섭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인섭은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대섭 일행은 저마다 철수 아버지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어이! 이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나 좀 가르쳐 줘라."
인섭이 철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철수와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먼저 맘에 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철수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 없었다.
결국, 그는 할 수 없이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인섭에게 가르쳐주었다.
현재 이곳에 분위기는 몹시 훈훈하고 평화로웠다.
오랫동안 떨어졌던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 생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서 다시 만난 연인과 형제 그리고 친구들, 모든 것이 다 원래대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은 거다.
다만 세크메트는 이 자리에 포함되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혼자서 외롭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 그녀가 있을 자리는 없던 것이다.
그러기에는 자신이 그들과는 너무나 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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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다음편도 많이 기대하세요.
첫댓글 댓글 1빠ㅋ 이번편은 아주 훈훈하네요. 모두가 재회하고 따뜻한 분위기. 혼자 떨어져 있는 세크메트가 왠지 불쌍해지는..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여튼 다음편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오호~ 철수♥인섭이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조용한 한주~~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와~ 컴퓨터 오늘고쳤는데 못본부분이 많았네요^.^ 참재미있어요 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이번편은 평화롭게 잘 넘어갔네요. 다음화를 기대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에피소드가 평화롭게 마무리되었군요. 다음편은 과연..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잘 봤습니다.. 철수가 개념찬 인간으로 나와서 참 좋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훈훈한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정말 훈훈하면서도 재미있네요.ㅎㅎ 110화 기념으로 처음으로 댓글올립니다.지금까지 재미있게 소설 봤는데 갈수록 정말 재미있어지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된다죠. 앞으로 많이 기대하고 봐주세요.
이번이야기는 감동이 흐르네요.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섭이가 철수 번호따내ㅋㅋㅋ 근데 순순히 알려주네 집번호지만
커밍아웃인가.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철수 인섭 친구가 된건가ㅎㅎ
감사합니다.
모든게 다시 돌아왔네요~ 다시 새롭게 시작돼는 느낌?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됄지 기대돼네요
감사합니다, 많이 기대하세요.
항상 잘 보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인섭 철수의 전화번호 주고받는 광경이
원작과 너무 매치돼서 상상이 안돼네요 ㅋㅋㅋ
세크메트는 언제나 강하면서도 외로운 모습이군요
한영이와의 재회도 궁금해지네요
인섭과 철수 러브모드? ㅎㅎ 아무튼 많이 기대해요.ㅎ
철수랑 인섭이 저렇게 친해지는거 보니까 훈훈하네요. 보는 제가 기분이 다 좋아짐. 세크메트는 외로워보이는게 불쌍합니다... 그래도 테리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일듯...
평화롭게 진행되네요. 왠지 세크메트랑 대섭팸과도 인연이 생길거 같습니다.
정말 훈훈하네요. 보니까 딱 중반인데 이제 새로운 스토리가 진행될거같네요.
앞으로 스토리가 너무 기대된다.. 조직스토리로 갈거 같은데...
종규스토리는 해피하게 끝났네요. 연락처 주고받은거보니까 인섭이도 앞으로 계속 나올거같습니다.
세크메트한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ㅜㅜ 티아마트가 친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