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
금년(2022. 11.1~4) 3박 4일, 옛날 친구들의 성화로 백령도 관광을 다녀왔다.
이 친구들은 몇 년 전 만나기는 했지만 원래 대학때 오류동장로교회 청년회(60년대) 남성 4중창으로 활동하던..
백령도는 내가 2007~8년, 북포(北浦)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임했으니 꼭 15년이 흐른 후 다시 찾은 셈인데 가는 곳마다, 보이는 장면들마다 감동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옛날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도 만나 너무 즐거웠는데 반겨주었음은 물론, 만류하였건만 굳이 식사까지 대접해 주어서 더욱 감동이었다.
일행은 친구 네 명과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었는데 두무진을 다녀오다가 내가 근무하던 북포초등학교 앞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친구들과 함께여서 아쉽지만 학교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에피소드 1>
식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제법 성숙한 여자아이들 다섯이 골목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북포학교 다니니? 지금 몇 학년?’ 했더니
‘네 6학년이예요.’ 소녀들은 멈추어 서서 쳐다보며 너무도 상냥하게, 공손하게 대답을 한다.
‘지금 6학년이 몇 명이냐?’ ‘6학년만 13명이예요’
‘아, 내가 예전 북포초등학교 교장이었는데 이름은 백충기.... 너희들 보니 너무 반갑다.’ 하면서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여주었더니 한 소녀가 화들짝 놀라며
‘아! 현관에서 교장선생님 사진과 이름을 보았어요!’ 하면서 달려들어 팔을 잡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우루루 몰려들어 손을 잡고 난리법석....
‘교장선생님, 만나서 영광이예요~~~’
하더니 한 소녀는 사탕을 내밀며 ‘교장선생님께 이거라도 드려야지. 건강하세요~~’
그리고는 같이 사진을 찍자며 한 아이는 핸드폰을 열고 다른 아이들은 내 팔에 매달리고....
세상에나.... 뭍(육지)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에피소드 2>
찌렁새(북방 쇠 찌르레기) / 찌렁새 구이 / 댕이(딱정벌레)
찌렁새는 참새보다 조금 크지만 태풍새는 참새보다도 작은 새
식당에 앉아 기다리던 중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식당아줌마가 반찬을 차려놓으러 식탁으로 오기에
‘아줌마, 요새도 이곳에서 찌렁새와 태풍새를 잡아 술안주로 구워먹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줌마가 깜짝 놀란다.
‘아니 뭍(육지)에서 관광하러 오신거 같은데 찌렁새와 태풍새를 어떻게 아세요?’
내가 빙글거리며
‘그 새까만 딱정벌레 댕이를 잡아서 쥐덫에 매달아 잡잖아요?’
했더니 어찌 댕이까지 아시느냐고 화들짝 놀란다.
그래서 내가 북포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 누구인지 잊어버렸지만 찌렁새와 태풍새를 잡았다고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오라고 전화가 와서 달려와 ‘술 한 잔에 태풍새 한 마리....’ 너무 맛있었는데 요 부근 어디 식당 같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 더욱 깜짝 놀라며 지금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찌렁새, 태풍새 잡기를 너무 좋아하셔서 매일 미끼로 쓰려고 댕이를 잡으러 다니셨고, 구우면 꼭 친구들을 불러 같이 술 한 잔 했다고....
그 말을 듣고 보니 15년 전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 식당이 분명히 맞는 것 같았다.
<에피소드 3>
관광일행(5명) / 관광해설사 도○○ 여사 / 김○○ 기사 / 관광해설사 박○○
이곳 북포에서 같이 근무하던 버스기사 김○○가 기억나서 여행계획을 세울 때 미리 통화하고 자세한 관광일정을 짤 수 있었는데 이 친구는 지금은 백령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이 친구는 근무하느라 바쁠 터인데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관광 안내는 물론, 숙소와 식당까지도 소개해 주었는데 굳이 만류하였는데도 우리 다섯 명의 점심식사까지 한 끼 대접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또 백령도 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도○○ 여사는 북포초 과학보조로 근무하던 분인데 굳이 우리일행 저녁 한 끼를 대접하며 상세한 백령도 이야기를 설명도 해 주어서 감격스러웠다.
또 한 분, 대학 3년 후배인 박○○ 전 교장은 부인이 이곳 백령도인이라 그런가 이곳에서 관광해설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두무진 관광을 할 때 만나서 반가워 악수를 나누며 ‘아,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구나...’
그런데 이틀 후 북녘해안 어릿골의 지질구조를 관광하자고 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이들(관광해설사)은 일주일마다 장소를 바꾸어가며 해설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잖아 지질구조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 내가 가자고는 했지만 조금 곤혹스러웠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패총(貝塚)에서부터 10억 년 전에 조성되었다는, 용암에 감람석(橄欖石/Olivine)이 박혀있는 곳까지 데리고 다니며 상세한 설명을 하여서 이것 또한 우리들의 복이라고 할까....
하나 덧붙이면 김○○ 기사는 지금도 친구들이 백령도산 꽃게, 굴, 소라..... 등등 주문하면 즉시 가장 질이 좋은, 가격도 비싸지 않은 것으로 직송해 주는데 친구들 중에 이제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은 먹지 못하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으니 우리의 복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