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inoceros의 “코뿔소”
1959년에 발표된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희곡작가 외젠느 이오네스꼬의 “코뿔소”라는 희곡이 있습니다.
벌써 70년 전 발표된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Rhinoceros의 “코뿔소”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하기 시작하는 초현실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당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파시즘과 집단주의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하는 작품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 한사람 코뿔소로 바뀌고 결국 주인공 베렝제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코뿔소로 변하지 않는 사림으로 남게 됩니다.
사람이 코뿔소로 바뀌는 것은 인간의 비합리성과 광기를 상징합니다.
주인공 베렝제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광기에 휩싸인 집단에 편입되는 사람들과 대립합니다.
그 줄거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프랑스의 어느 광장에 난데없이 코뿔소가 나타나 질주하면서 달려옵니다.
너무나 빠르게 크고 무서운 것이 달려오니까 사람들이 코뿔소를 보고서도 미처 피하지를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코뿔소가 지나간 자리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코뿔소가 몇 마리가 지나갔는지? 어떤 코뿔소인지? 도무지 결론을 내지 못합니다.
거기에다 그것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신문에 “어제 광장에 코뿔소가 지나갔습니다.”라는 그 기사를 보고도 믿지 않습니다.
그 지나간 흔적들을 보면서도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해갑니다.
이 작품은 잔혹한 세계 대전의 한 복판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의 광기를 본 외젠느 이오네스꼬가 나치즘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는가를 코뿔소라는 작품을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치즘이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과 세상을 바꿔가는 지를 주목하고 있는데 코뿔소라는 피부가 두껍고 코뿔이 뾰쪽하게 나 있는 거대한 동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나치즘을 눈에 보이는 공포로 보이도록 형상화 한 것입니다.
코뿔소 병에 가장 먼저 걸린 사람은 직장인 베푸였습니다.
그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코뿔소로 변한 사람은 한사람 밖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그냥 한 사람의 불행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초창기 나치에 부역했던 사람에 대해서 빗대 인물입니다.
“아 그 사람은 좀 겉돌았잖아!”
그 사람에 대해서 사회성이 좀 부족하고 또 이례적이고 외례적인 사건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렇지만 지식인이고 논리적이었던 친구 쟝도 코뿔소로 변하게 되는데
자기를 걱정하는 친구 베렝제를 무시하고 밟아 죽이려고 합니다.
그것은 곧 이데올로기가 친구도 버릴 수 있는 사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회지도층을 비롯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 무리에 합류를 하면서 모두가 코뿔소로 변해 갑니다.
결국 소수가 다수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역전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이 코뿔소 병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이제는 내가 소수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그 두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코뿔소가 되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코뿔소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코뿔소의 힘과 강함을 아름다움으로 숭배하면서, 인간들이 코뿔소의 언어를 배워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아직 코뿔소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말 무력한 사람으로 여기면서 자기혐오에 빠지게 됩니다.
또 한편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스피커 집단 엘리트들의 모습을 보면 코뿔소병이 확산되어가는 순간에
그들은 하나같이 중립을 선언합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판단을 유보합니다.
인간과 코뿔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렇게 변신하는 것은 어떤 근거가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런 질문을 외면한 체 현학적인 질문을 수없이 양산해 냅니다.
그러는 동안 코뿔소 병은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퍼져나갔습니다.
코뿔소 병이 주류가 되자 이 엘리트들은 코뿔소가 인간보다 우월하지 않을까? 라는 논리에 스스로 빠지게 됩니다.
주인공 베렝제는 아주 무력한 인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하는 것을 보며 각성합니다.
나중에 홀로 인간으로 남은 베렝제가 말합니다.
“광기는 그냥 광기야! 광기는 광기지! 나는 이 사건에 연대위식을 느껴... 나는 이 사건에 개입할꺼야! ”
“모든 사람이 다 코뿔소로 바뀐다해도 나만은 인간으로 남겠다.”
주인공 베렝제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광기에 휩싸인 집단에 편입되는 사람들과 대립합니다.
이오네스꼬의 “코뿔소”에서 사람들은 부지중에,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코뿔소로 변합니다.
물론 그 이유들을 면밀히 들어다 보면 사실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 안에 있는 욕망과 그들 안에 있는 두려움과 또 그들 안에 있는 오만함과 그들 안에 있는 무력함이라는
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감추어진 체 코뿔소가 되어가고 코뿔소가 되고 코뿔소가 되고 싶어하기 까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21세기 오늘날에도 사회적 정치적 동조와 광신, 그리고 광기. 스스로 정의의 사도이며 악을 처벌한다고
미쳐 날뛰는 이 지구별 악당들과 스스로 그 악당들과 한편이 되어 폭력과 만행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사람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우리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