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과를 수행으로 만드는 기도 - < 광성사 >
티벳에서는 하루를 ‘튄’과 ‘튄참’의 두 때로 나눕니다. ‘튄’은 수행할 때, 공부할 때, 입선(入禪) 등의 의미로 수행에 집중할 때를 말합니다. ‘튄참’은 하루 중 ‘튄’을 제외한 남은 시간 모두를 말하는데, 한국말로 옮기면 보림 할 때, 쉴 때, 방선(放禪)할 때를 의미합니다. 이 때 쉬는 것이란 그냥 편하게 놀거나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경전을 읽거나 진언을 외거나 하는 것입니다.
생활할 때 ‘시간표’가 있으면 계획적으로 살 수 있듯이 하루를 ‘튄’과 ‘튄참’으로 나누어 계획적으로 수행하면 이득이 매우 많습니다. 직장이나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경우 출가수행자들과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나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튄참’에 해당합니다.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이라 하여 그것이 수행과 전혀 관련없는 시간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향상시키는 수행이 되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삼독심에 물들어 퇴보하거나 의미없이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루의 일상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하여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그 안에 있는 숱한 일상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우리의 생활을 수행 쪽으로 방향을 틀게 할 수 있습니다. 몸으로 절하고 독송하면서도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형식을 정해서 하지 않더라도 잠깐이나마 긍정적인 마음을 먹기 위해 노력하면 오히려 자기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일할 때 좋은 마음동기로 하면 다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한 호흡간에도 얼마든지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 일체중생의 고통과 업을 내가 마시겠다 생각하고, 내쉴 때 내 공덕을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하겠다고 한다면 훌륭한 수행이 됩니다.
스승들께서는 이와같이 수행이 수행으로, 법이 법으로, 대승수행이 대승수행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튄’과 ‘튄참’을 잘 살펴서 우리의 생활이 제대로 된 수행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1. 깨어날 때
깨어날 때 수행이 잘 된다면 잠잘 때도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젯밤에 죽지 않았으니 삼보의 은덕이 크다. 만약 삼악도에 떨어졌다면, 지금 어떤 형편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오늘 하루 불법을 잘 행해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스님이나 재가불자 가리지 않고 티벳인들은 보통 이러한 생각으로 기도문을 외면서 아침을 시작합니다.
지난밤 죽지 않음은 삼보의 은덕이네
삼악도에 떨어졌다면 어찌할 것인가
오늘 하루 불법을 잘 행하도록
바른 마음동기를 갖게 하소서.
2. 청소하고 세수하기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이부자리를 개고, 잠자리를 청소하는 것도 좋은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먼지는 그냥 먼지가 아니라, 번뇌의 먼지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듯 저도 불법을 부지런히 닦겠습니다”라고 생각합니다.
듈니 싸듈 마인 뇨몽 듈
듈니 뇨몽 밍떼 듈기 민
케빠 남끼 듄데 남 빵뻬
데니 쌍게 뗀라 박외 규ㄹ
먼지는 흙먼지가 아니고, 번뇌의 먼지이다.
먼지는 번뇌의 다른 이름이지 먼지가 아니다.
지혜로운 이가 이 먼지를 버리게 되면
그것이 불법을 부지런히 닦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마음공부의 과제나 원(願)에 맞게 번뇌를 탐욕, 화냄, 어리석음, 자만, 질투, 인색 등의 다음과 같은 단어로 바꿔서 기도문을 외우면 좋습니다.
번뇌(뇨묭) 탐욕(되착) 화냄(셰당 / 콩툐)
어리석음(띠묵) 자만(ㅇ아겔) 질투(ㅊ햐독) 인색(세ㄹ나)
또는 다음과 같이 장소를 정화시키는 기도문을 독송할 수 있습니다.
탐쩨두니싸시닥항상 모든 대지가 쎅마라쏙 메바당자갈과 먼지 하나 없이 락틸따르냠벤듀예손바닥처럼 평평하고 랑신잠뽀르네규르찍청정한 유리보석으로 변하게 하소서.
청소할 때 짤막하게 티벳말로 ‘듈뽕 디마뽕’이라고도 외울 수 있습니다. 듈뽕은 먼지, 디마뽕은 나쁜 냄새입니다. 이것들을 깨끗이 한다고 생각하면서 ‘듈뽕 디마뽕'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세수나 샤워할 때는 몸을 씻으면서 청정하지 않은 몸의 장애, 번뇌의 때를 깨끗이 닦겠다라고 생각하면 수행쪽에 가까워집니다. 다음과 같은 진언을 해도 좋습니다.
세정진언(洗淨眞言) 옴 하나마리제 사바하
세수진언(洗手眞言) 옴 주가라야 사바하
3. 공양올리기
공양은 산스크리트어로 ‘뿐자’이고, 티벳어로는 ‘최빠’입니다. ‘최빠’는 ‘기쁘게 하다’, 즉 공양 올리는 대상을 기쁘게 한다는 뜻입니다.
세 가지 공양이 있는데, 첫째 물질적 공양이고 둘째가 몸과 입으로 불보살님과 스승들을 기쁘게 하는 공양입니다. 스승의 공덕을 입으로 찬탄하고, 몸으로 스승을 돕거나 시봉하는 행위가 해당합니다. 세 번째로 스승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공양입니다. 이 가운데 스승의 말씀을 실천하는 공양이 최상의 공양입니다.
또한 공양을 분류할 때 실제 공양과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공양으로 나누거나, 위없는 공양과 위있는 공양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한국의 불자들은 불상이나 탱화를 집에 거의 모시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집에 불상 모시기를 두려워하고, 어떤 이들은 함부로 불상을 모시면 심지어 귀신이 붙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불보살이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티벳에서는 대부분 집에 불상이나 탱화 등을 모시고, 늘 공양을 올리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이 값비싼 보석이나 귀한 물건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깨끗한 공양수나 빵과 과일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정갈하게 씻어 올리는 것도 훌륭한 공양이 될 수 있습니다. 깨끗한 공양수를 한 잔, 석 잔, 일곱 잔 이렇게 올리거나 꽃 한 송이, 향 한 자루를 정성껏 올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집에 불상 등이 없을 경우에는 ‘람림’ 같은 경전 앞에 공양물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 탱화나 불상의 부처님을 실제의 불보살님으로 관상하여 공양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양물을 올릴 때 티벳에서는 ‘옴아훙’ 진언을 외웁니다. 옴은 수많은 불보살님께 공양 올리기 위하여 내가 올리는 공양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아는 감로수로 바뀌는 것을, 훙은 깨끗하지 않은 먼지들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이와 같이 짧게 ‘옴아훔’하고 진언을 할 수도 있고, 칠지공양, 만달라 공양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공양기도문
ㄹ하당미이최베제천신과 인간의 공양물 ㅇ외쑤쌈당이기뜔실제와 마음으로 만들어진 꾼상츄딘라나메최상의 구름모양 공양물이 남케캄꾼캽규르찍허공에 가득하게 하소서.
만달라 공양
싸시뾔기 죽싱 메똑땀리릅 링시 닌데 겐빠띠쌍게 싱두 믹떼 불와이도꾼 남닥 싱라 쬐빠르쇽이담 구루레나 만달라깜 니르야 따야미온 대지에 향 바르고 꽃 가득히 올리고 수미산과 사대주, 태양과 달로 장엄한 이 곳을 불국토로 관상하여 공양올린 공덕으로 일체중생 부처 이루게 하소서.
공양진언
옴 나모 방가와떼 벤자싸라 따마다데 따다가다야 아라하데
쌈먀쌈 부다야 떼야따 옴 벤제벤제 마하벤제 마하떼짜벤재
마하비야벤재 마하보디찌다벤재 마하보디 멘됴빠삼짜마나벤제
싸와까르마 아와 라나비슈따나벤제소하
4. 삼배올리기
삼배를 올리면서 절진언을 하고, 불보살님을 관상하며 다음과 같은 진언을 염송합니다. 진언은 자신이 세운 원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골라서 할 수 있고, 시간이 없을 경우 석가모니불 진언, 관세음보살 진언, 문수보살 진언들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쉽게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됩니다.
절진언
옴 나모만주시리에 나마수시예 나마우따마 시리예소하
5. 식사할 때
탐욕이나 집착의 마음으로 먹지 않고, 수행 잘하기 위해서는 이 몸을 의지해야 하므로, 그 마음으로 이 음식을 먹겠습니다라고 생각하면서 공양 기도문을 욉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 이 기도문을 천천히 함께 합송한 후 먹는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거나, 기도문을 외기 어려울 때는 행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더라도 마음으로 기도문을 암송한 후 식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할 때 가슴 가운데 불보살님이 계시다고 생각하여 불보살님께 공양올린다고 생각하면서 식사하거나, 또 몸 안에 우주와 같이 한량없는 유정이 있음을 느끼면서, 그 수많은 유정들에게 보시하는 마음으로 해도 좋습니다. ‘옴아훔’ 진언은 부처님께 공양올릴 때 뿐만 아니라, 식사할 때도 암송할 수 있습니다.
아침공양 기도문
닥쏙 코르쩨 체랍 탐쩨두저와 일체중생이 태어나는 모든 생마다 꼰촉 쑴당 남양 미델싱삼보님과 절대로 헤어지지 않고꼰촉 쑴뽀 뀬뚜 최빠당삼보님께 늘 공양올리고꼰촉 쑴기 진랍 죽빠르쇽삼보님의 가피를 얻게 하소서.
점심공양 기도문
뙨빠라메 쌍게 린뽀체 꼽빠라메 담최 린뽀체 된빠라메 겐뒨 린뽀체 꺕네 꼰축 쑴라 최빠부울 쎌세로 갸덴 뻬이 톡빠 렉쟈르 디니 걀와 세쩨라 데빼 뿌울 왜 됴와 디닥꾼
죠르덴띵진 세라 쬐빠르쇽카세멘당 다와르 릭빠이 데착 셰당 메빠르 뗀 기떼갹치르말락 녬빼치르말락 차악치르말락 뤼네바아시익치르 옴아훔(3번)
위없는 설법자 보배로운 부처님최상으로 구제해주는 보배로운 가르침최고로 이끌어주시는 보배로운 승가귀의처인 삼보님께 공양올립니다.맛있고 좋은 백 가지 맛의 음식잘 만든 이 음식을 불보살님께신심으로 공양한 공덕으로모든 중생이 선정의 음식을 먹게 하소서.음식을 약처럼 생각하여탐욕과 화냄 없이 먹고집착과 자만심으로 먹지 않고보신 아닌 몸 유지하기 위해서만 먹겠나이다.
저녁공양 기도문
왠체 촘덴데끼 쫸아루예전에 부처님 앞에서최신 둡빠르 제뻬 강삭라불법을 제대로 닦는 분들을부신 꾱와 쉘기 쉐빠이외아들처럼 지키겠다고 서원하신최꾱 쑹메 촉라 최빠부울호법신들께 공양 올립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앞에 4줄만 할 수도 있으며, 줄여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할 때도 위의 기도문과 같은 마음으로 먹고, 먹고 난 후 잘 먹었습니다라고 할 때도 위의 기도문과 같은 마음으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6. 옷 입을 때
너무 값 비싸고 화려한 옷,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거나, 반대로 너무 낡고 해진 옷이 아닌 적당한 옷을 입어야 합니다. 비싼 옷을 입으면 복도 그만큼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가슴 가운데 불보살님이 계시고, 그분들에게 공양 올린다는 마음으로 옷을 입으면 옷 입는 것도 복덕 만들고, 업장을 소멸하는 이로운 수행이 될 수 있습니다.
7. 잠자기 전
1) 하루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잘못된 것과 잘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이 때의 기준은 십악과 십선입니다. 하루의 모든 행 가운데 선행이 많은지 악행이 많은지 돌이켜 생각해보고, 그 다음에는 신구의 삼문으로 지은 10가지 각각의 악행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십선계 각각의 계목에 비쳐보고, 또 반대로 삼문으로 지은 선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십선계 각각에 대비합니다.
2) 잘못된 것은 참회합니다.
잘못된 것은 그날그날 즉시 참회합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면 죄는 소멸됩니다. 내가 오늘 타인에게 화를 내거나 욕심을 부려 괴로움을 주었다면 이를 마음속으로 깊이 참회하고, 다음날이라도 상황을 잘 살펴 그 대상에게 직접 참회를 하여 용서를 구할 수 있다면 참회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강살타진언(백자진언)
옴 뻰자사뜨사마야 마누빨라야 벤자사뜨떼노빠띡따 디도메바와
수또카요메바와 수뽀카요메바와 아누락또메바와 사르와싣디메따
야짜 사르와카르마수짜메 찓땀시리양꾸르훔 하하하하호 바가왼
사르와 따타가따 벤자마메무짜벤지바와 마하사마야 사뜨아훔 펟
일체악업을 참회하는 기도문
오호라! 위없는 스승이신 금강지불 등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 청정한 승가이시여, 저를 보아주소서.
저 이름 라고 부르는 이가 시작 없는 전생부터 지금까지 번뇌인 탐욕, 분노, 무지의 힘으로 몸 말 뜻으로 지은 불선의 죄 열 가지, 무간죄 다섯 가지, 이것과 가까운 죄 다섯 가지 지은 것과
별해탈계를 어긴 것, 보살의 학처 어긴 것, 밀교의 맹세 어긴 것, 부모를 공경치 않은 것, 전승사와 아사리를 공경하지 않은 것, 해탈을 추구하는 도반들을 공경치 않은 것과
삼보에게 해 끼친 업, 승가를 비난한 업, 중생에게 해 끼친 업 등 내가 짓거나, 짓게 했거나, 남이 짓는 것을 뒤따라 기뻐한 것 등 삼선도와 해탈의 장애가 되고, 윤회와 삼악도의 원인이 되는 죄와 허물 모두 위없는 스승이신 금강지불 등 시방에 계신 모든 불보살님과 청정한 승가의 눈 앞에 드러냅니다.
이미 지은 죄업 감추지 않겠습니다. 깊이 참회합니다. 다시는 짓지 않겠습니다. 드러내고 참회하지 않으면 고통이 따를 것이니, 드러내고 참회하여 나 행복에 머물겠나이다.
금강살타 보살
3) 잘된 것은 회향합니다
회향은 공덕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내가 행한 어떤 작은 선행이든 일체중생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회향하면, 일체중생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그 공덕은 남아있게 됩니다.
반면 큰 공덕일지라도 무병장수와 같은 현생의 이익을 구하는 데 회향하면, 그 현생의 이익이 달성된 순간 공덕은 모두 소멸됩니다. 우리는 늘 작은 공덕이라도 일체중생을 위해 회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보리농사 지을 때 보리 열매를 위해 농사짓는 것이 목적이지만 보리대를 원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보리심으로 공덕을 회향하면, 현생의 이익까지도 부수적으로 얻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좋은 마음으로 잠자면 자는 과정이 모두 수행이 됩니다. 반면 나쁜 마음으로 자면 악업이 됩니다. 자기 전에 경전이나 수행에 대해 생각하고, 부처님과 스승을 기억하며, 무상이나 보리심, 공성과 같이 가르침에 대해 생각하고 잠이 들면 잠잘 때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