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
경상도 방언에 곰배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흙을 잘게 부수거나 찰떡을 칠 때에 떡메로 쓰는 T자 모양의 농기구다. 표준어로는 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표준어에서 곰배는 곰배팔이의 준말이다. 경상도 방언의 곰배와 표준어 곰배의 뜻이 전혀 다른 셈이다. 그러나 이 두 말의 밑바탕에는 떼지 못할 관계가 있다. 곰배팔이의 뜻 속에 그 연관성이 숨어 있다.
곰배팔이는 팔을 펼 수 없거나 팔뚝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농기구 곰배의 모양을 보면 금방 곰배팔이란 말이 생긴 연유를 알 수 있다.
곰배 모양의 T자 세로획은 사람의 몸뚱이고, 가로획은 양팔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팔은 팔인데 팔뚝이 없고, 또 팔을 오므리고 펴고 할 수가 없다. 이로 볼 때 곰배팔이란 말은 경상도 방언의 농기구 이름인 곰배에서 왔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표준어의 곰방메란 말도 농기구 곰배에서 유래함이 분명하다. 그 형식이 곰배에 메를 더한 꼴이고, 뜻도 농기구 곰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에서 보는 것처럼, 경상도 방언의 농기구 이름인 곰배는 표준어 곰방메, 곰배팔이 등의 밑동이 되었다. 그러나 그 바탕 말인 농기구 곰배는 없어지고, 뜻이 전혀 다른 곰배팔이의 준말로만 쓰이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곰배라는 말을 농기구 이름으로만 쓰지, 곰배팔이의 준말로는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표준어의 곰방메, 곰배, 곰배팔이 등의 말밑이 된 농기구 이름인 곰배를, 표준어 메와 같은 복수 표준어로 정해서 널리 쓰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곰배라는 이 말뿐 아니라, 이런 범주에 들 수 있는 말들을 널리 조사하고 가려서, 복수 표준어로 살리는 일은 우리말의 외연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