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강론 >(12.28.일)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며, 오늘 교중미사는 2025년 정기 희년 폐막미사로 봉헌합니다. 아울러 이번 주간은 ‘가정성화주간’입니다. 우리 가정을 예수님의 성가정처럼 만들어가기로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분이지만, 갓난아기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성모님의 품에서 숨을 쉬고, 성모님의 젖을 먹고, 기저귀를 차고,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그렇게 하신 이유는 이렇게 강조하고 싶으셨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거룩한 곳이다.’ ‘부모의 사랑은 신성하다.’ ‘하느님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도 함께 계신다.’
고향 나자렛의 작은 집에서 양부 요셉은 목수 일을 하고, 성모님은 가정 살림을 하는 중에 아기 예수님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살림살이가 보잘것없어도 가족 서로 아끼고, 함께 기도하는 충실한 가정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몇 년 전, 김 요셉 씨는 30년간 성실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재취업은 쉽지 않고,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나날이 심각해졌습니다. 대학생 두 자녀의 등록금과 생활비, 노부모님의 병원비까지 감당하기에는 아내의 작은 가게 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고, 어느 날 그는 깊은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거실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소피아가 아빠에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교리시간에 배운 건데요, 나자렛 성가정도 어려울 때가 많았대요. 예수님이 아기였을 때 헤로데 왕이 잡으려고 해서 이집트로 피난도 가고, 요셉 할아버지도 가난한 목수였대요. 그래도 서로 사랑하고 하느님을 믿었대요.”
그는 딸의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가정의 진정한 가치와 하느님에 대한 신뢰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날 밤, 그는 온 가족을 거실에 모았고, 자신의 두려움과 절망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나누었습니다.
“미안하다. 그동안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고 돈만 벌어오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어. 하지만 오늘 소피아를 통해 깨달았어. 우리 가정의 진짜 보물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걸.” 아내 마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손을 잡았습니다. “당신이 우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우리 함께 이겨낼 수 있어요.”
첫째인 아들이 “저 아르바이트 더 하고, 등록금은 제가 마련할게요.”라고 말했고, 둘째인 딸도 덧붙였습니다. “저도 장학금 신청할게요. 우리는 가족이잖아요.”
그날 밤, 그들은 벽에 걸린 성가정 성화상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예수님 가정처럼 정말로 서로 사랑하고 하느님을 신뢰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요셉 씨는 새 일자리를 찾는 대신, 그동안 갈고닦은 목공기술로 작은 공방을 열기로 했습니다. 가족 모두 힘을 합쳤습니다. 아내는 온라인 마케팅을, 아들은 디자인을, 큰딸은 SNS 홍보를 맡고, 둘째 딸은 공방에서 숙제하면서 아빠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 공방은 그 지역에서 손꼽히는 맞춤 가구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가정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매일 저녁 함께 식사하고, 주일마다 함께 미사에 참례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 활동도 합니다. 특히 공방 한쪽 벽에는 성가정 성화상이 걸려 있고, 그 밑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나자렛 성가정처럼, 사랑으로 하나 되는 우리 가정’
금방 말했던 일화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메시지를 세 가지로 요약해보면,
첫째, ‘가정은 완벽함이 아니라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성가정도 피난, 가난, 불안을 겪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과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가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자녀 교육의 고민 외에도 여러 위기가 있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는 것입니다.
둘째, ‘가정은 대화와 소통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요셉 씨가 자기 괴로움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정 없이 서먹한 가족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집에 살아도 자기 할 일만 신경 쓰며 서로 마음을 모르고, 대화 없이 살아가는 가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성가정은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셋째, ‘가정은 신앙의 요람’입니다. 어린 딸의 말이 아빠의 삶을 바꾸었고, 가족 함께 기도하고, 함께 미사 참례하며, 함께 신앙생활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가정은 사랑을 배우는 첫 학교이고, 하느님을 만나는 첫 성당”입니다. 예수님의 성가정은 죄 많은 인류를 어떻게 구원해야 할지 정신수양을 하고, 온 힘을 모으는 보금자리였습니다.
우리 본당에 부부, 부모 자녀, 가족 2대, 3대가 함께 미사 참례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그분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하게 됩니다. 계속 그렇게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도 백천본당 가장으로서 우리 공동체를 행복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 우리 가정의 모범이 되고, 그분들이 우리 가정에 늘 함께하시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