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생존을 위한 처세
생존을 위한 처세
-감자를 읽고-
김해주(순천매산여고 1년)
얼마 전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이성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라.” 난 그 말을 들으며 여간 실망한 게 아니었다.
이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중요하다고 나름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을 살면서 이성으로 살아가되 감성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교육을 받고 사회 규범을 배우면서 이성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생존의 극한 상황에 달하면 지금껏 교육 받아왔던 그 교육과 사회 규범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대지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태백산맥에서 외서댁이 몸을 더럽혔듯이 복녀도 마찬가지이다.
복녀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민의 집안에서 자랐다. 그
래서 딴 농민들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과 같지 않고 막연하지만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기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살림이 어려워지고 복녀는 같은 마을 홀아비에게 80원에 팔려 시집을 간다.
그의 영감은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어서 살림은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칠성문 밖 빈민촌에서
살게 된다. 그 궁핍한 곳에서 살게 된 복녀는 결국 그 생활에 못이겨 일을 적게 하고 돈을 많이 버는
그런 처세술을 익히게 된다.
복녀는 자기가 지금껏 지녀왔던 도덕이라는 기품과 사람으로서 도리를 저버린다.
어떤 사람은 이런 복녀를 보면서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지금껏 배워왔던 도덕과 사회 규범을 잊을 수 있는가? 라고 생가하며 복녀의 그 나약한 모습을 탓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복녀의 잘못이었던가? 암울하고 궁핍했던 시대가 복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지 결코 복녀 스스로 그 길을 택한 것은 아니였다.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생존을 위해서 이다. 만약 해고를 당하게 되면 돈을 벌지 못하고 그러면 자신의 가족들이 모두 굶어 죽게 되는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밥!! 그 다음 춤과 노래를...”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다른 것 어떤 돈이나 권력 등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아주 가난한 사람은 어떻게 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난한 사람이 생존을 핑계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럴 때야 비로소 이성이 필요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욕구를 분출하되 범죄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이성이지. 그 잘난 교육과 사회 규범 때문에 생존의 욕구를 막아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한 하나의 처세술을 터득하게 된 복녀는 이젠 아무 꺼리낌 없이 그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감자를 캐다가 중국인 왕서방에게 들킨 복녀는 이제 왕서방에게 몸을 팔고 돈을 벌고 이제 빈민촌에선 어느 덧 부자가 된다. 하지만 왕서방은 새색시를 들이게 되고 새색시를 들이던 그 날 밤 복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왕서방에게 달려 갔다가 결국 왕서방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그는 뇌일혈이라는 병명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우리의 암울하고 궁핍했던 시절... 사람의 죽음마저도 돈으로 바꿀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결국 복녀도 그 시대와 역사의 이름 없는 희생양으로 남게 되고 만다. 처절하게 살아가길 원했던 복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암울하고 궁핍했던 시대를 넘진 못했다. 복녀가 잘못된 방법으로 살아가긴 했지만 다시 한 번 그것이 복녀의 탓이 아니라 궁핍했던 시대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그 복녀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껏 배워왔던 지식과 사회 규범들 때문에 아마 굶어 죽었을 것이다. 아니..나도 복녀처럼 몸을 팔았을까? 아마도 전자쪽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그러고 싶다. 이성으로 판단하라던 친구의 그 말이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나 확실한 것은 사람의 삶과 생존보다 더 귀하고 값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그 자체만으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며 그 삶이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면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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