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워낙 지저분해서 물청소나 할까 하고 수돗물을 틀었더니
아내가 기겁을 하고 재빨리 뛰어나와 수도꼭지를 잠갔다.
"이 양반이 정신 나갔나
이웃들이 당장 신고하겠네"
시의 규정으로 뜰에 물을 뿌릴 수 있는 날짜는 집 번지수 끝자리인 짝수날에만 된다며
아내는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두었다.
낚시 갔던 옆집 영감님이 강바닥이 보여 그냥 왔다고 하니 가뭄이 심하다.
잔디도 갈색으로 변했고 화초들도 시들시들해서 아주 맥이 없어 보인다.
요즈음 아내는 잠이 없는지 빨리 일어난다.
출근이 늦을까 좀이 쑤시는 바쁜 시간인데 언제부터 뜰에 나와 있었는지
다가오더니 아주 부드럽게 말을 붙인다.
(이 할멈이
바쁜 아침에 또 뭔 소릴 하려고?)
"저기 좀 봐요
오늘 아침에 막 피었네, 그동안 몹시 가물었는데도"
앞뜰에 무궁화 몇 송이가 피었고
아내는 반가운 목소리에 웃음을 머금었다.
얼마나 대견하고 반가운지 일찍 퇴근해서 자세히 챙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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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수고 덕에 올해도 어김없이 앞 뒤뜰에 여름 화초들이 피었지만,
뜰 한쪽의 무궁화 몇 그루를 솎아낸 흔적이 못내 아쉽고 허전하다.
오래전 우연히 무궁화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풀포기같이 가녀린 묘목을
몇 그루 구하여 꺾꽂이 겸해서 다독거려 심었더니
어느새 성큼 자라 옆집 경계선을 따라 뒤뜰 개울가까지 풍성하게 자랐다.
활짝 핀 무궁화를 볼 때마다 보살핌과 거둠 없이도 키보다 훌쩍 커버린 빠른 성장과
철마다 잊지 않고 무더기로 피워내는 소담스러운 자태들이 대견스러웠었는데
어쩐 일인지 이삼 년 전부터 몇 그루가 시들시들하더니 작년 여름엔 대부분 고사하고 말았다.
앞뒤 뜰은 개미와 달팽이가 많은 땅이다.
이 녀석들이 뿌리를 갉아 못쓰게 하는 것 같아 살충제를 뿌리기도 하고
토양 탓인 것 같아 부토를 섞어보기도 했었지만,
여러 그루가 고사해서 솎아낸 자리가 저렇게 비어 보이는 것이다.
"미물도 눈치가 빤한데 어찌 식물이라고 거둠과 보살핌을 모를까"
혼잣말처럼 나의 게으름을 탓하는 아내도
무궁화 솎아낸 자리가 텅 비어 허전한가 보다.
무궁화는 토양온도가 15~20 C 일 때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입고병이 나무의 내부에 발생하여 수분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큰 나무라도 급속히 말라죽게 된다고 하는데,
원인은 아마 옆집 지붕의 물받이 홈통 때문인 것 같다.
고장 난 물받이 홈통을 오랫동안 방치하여 내 집 정원 쪽으로 물이 흘러들곤 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대가 높은 앞뜰에 두 그루가 살아남아
요 며칠 새에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무궁화는 여느 화초와는 달리 멀리서 조망하는 것이 제격이다.
노랑 꽃술에 보라색의 중심부가 소담스럽게 은은한 연분홍 송이를 받쳐주는 형태가
성스럽기까지 하니 나라꽃으로 삼았던 선인들의 안목에 감사할 일이다.
사실 무궁화는 관상용으로 그렇게 인기 있는 작물은 아니다.
화려한 색깔의 튤립이나 장미, 향기 짙은 라벤더나 라일락보다는
우울한 보랏빛의 꽃잎이 시들고 둥그렇게 말려서 한철 내내 낙화한 바닥의 어지러움과
가까이 다가서면 까맣게 엉겨 붙은 진딧물로 차라리 지저분하기까지 하다.
이곳에서도 무궁화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꽃봉오리가 크며 색감과 질감이 진한 듯하여 고국의 그것과는 조금 상이한 느낌이지만,
이곳에서는 흔한 화초 축에 드는 편이다.
Hibiscus syriacus라는 학명으로 일반적으로는 샤론의 장미라고 한다.
샤론의 장미라고 하니 장미의 아종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내 눈엔 장미꽃과 그다지 닮은 것 같지는 않다.
하이비스커스 중 일부 종이 장미를 닮은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궁화는 장미와는 전혀 다른 형태다.
아무렴 어떤가
사랑스러운 여인처럼 로맨틱한 샤론이라는 이름이다.
이스라엘 샤론 들녘에서 피는 꽃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샤론이라는 어느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보는 것도 어울릴 것 같다.
무궁화 앞에 서서 가슴 가득 밀려오는 따스함과 이 애잔함을
어쩔 수 없는 향수와 삼천리강산 우리나라 꽃이라는 애국가의 가사 탓으로 여기기에는
오늘의 이 상념이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 은연중 무궁화는 우리나라에서만 피는 꽃으로 생각했다 (Jul 2018)
첫댓글 무궁화 꽃
잘 키우셨네요
옛날 보다는 무궁화가 정원에 많이 보입니다
네 대부분 고사하고
두그루 겨우 살았습니다
해거리를 하는 지 한해는 풍성하고 어떤해는 봉우리가 빈약하기도 합니다
노래나 듣고 속 푸시죠 ㅎ
https://youtu.be/BsgwIiT0Jy4
PLAY
ㅎ 댓글 고맙기는 한데
난 조영남 이 양반은 싫수~~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사연 부탁해요~~
@단풍들것네
인물은 보지말구
노래나 들으세요 ㅎ
노래가 뭔 잘못이 있누
@호 태 ㅋ 그렇긴 하지요~~~
근데 가고파 듣다보면 눈물이 난다니까 ~
요기서 꼬리 달면 석촌님 한테 혼날낀데
왠지 무궁화를보면
뭉클해지는것이 저만 그런것이 아니였나 봅니다^^
그렇지요
이곳 5060 카페분들 대부분 그럴겁니다 , 땡큐
가뭄이 심하군요 어제 뉴스에서 영국에서 머리 감는 횟수 줄이라 했다고
물 부족 가뭄 탓이겠지요
우리나라 살기좋은 나라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직도 수돗물 맘대로 마실 수 있고 어디가나 물은 콸콸
무궁화만 해도 우리나라 꽃 하는데 그래서 인지
꽃의 미모 보다 나라 꽃이라는 친근 감에 더욱 이뻐 보입니다
무궁화 필적엔 한 여름 이지요 보리쌀 씻은 물
무궁화 둥치 쪽으로 흘려 보내던 꼭지 엄마의
모습 보리쌀 씻은 물로 세수를 하면 피부가 고와 진다고
부연 물에 세수를 하던
쌀이 귀했으니 쌀물은 좋은 줄 알지만 없으니까요
무궁화 진딧물 등쌀에 제 수명을 다 못누리는 꽃이지요
꽃 술 따서 놀려고 하면 이미 진딧물로 상하고 있으니 말예요
그쪽에선 샤론이 장미라는 고귀한 이름까지..
감사합니다 .
ㅎ 운선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
이전 글 뒤져보다 찾아서 올립니다
내일도 열심히 이전 글 뒤져 볼려구요
글이라고는 제가 이 카페 알고부터 난생 처음 쓰게 되었는데
갈수록 글 써는게 주눅이 듭니다 ~~
타국에서의 향수의꽃 봉우리꽃
우리나라 무궁화꽃 설명
귀한설명 잘 배우고 갑니다..
무궁화꽃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없는듯 합니다
단풍선배님..8월도 알차게 보내십시요
고맙습니다
이곳은 선선해서 아주 좋습니다
이러다 금방 추워질까 걱정입니다~~ 땡큐
잘읽고 갑니다.
가뭄이라니 지구가 불공평합니다.
네 미국쪽 가뭄이 심하다고 하지요
은연 중 무궁화는 우리나라에만
피는 꽃인 줄 알고 있었다
무궁화는 물론
민들레 ㆍ진달래도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꽃인 줄 알았다가
일본여행 때
공항에 내리자마자
돌 뜸에 핀 노란 민들레를 발견한 순간
ㅡ어? 일본에도 민들레가 있네?ㅡ
큰 소리로 말해죠
ㅡ일본에는 가시달린 엉겅퀴꽃이나 있는
줄 알았는데ᆢㅡ이 말은 일본사람
들을까 속으로 오물오물 ㅎㅎ
가뭄에 피어나는 꽃이
색깔이 더 짙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ㆍ
가시달린 엉겅퀴 일본사람 들을까 ㅎㅎㅎ
제가 요번 북대서양쪽 섬에 다녀 왔는데
그쪽에도 엉겅퀴가 있데요
지금 잘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발동 걸려서 아름에 멋있는 글하나 올려볼까 하고
이전에 쓴글 뒤지고 있습니다
밤늦게 뭐 하는 짓이냐고 마누라가 고함을 버럭 지르네요 ㅠㅠ
@단풍들것네
하하
ㅡ그 고함 소리가 숨 쉬는
시이며 수필이에요
단풍님 글이야
물이야 들만 말든
한 풍경 해내는 단풍나무죠
아침 이슬 머금고 있는 무궁화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연보라빛으로 시작하여 속으로 들어가면서
짙은 자주빛 핑크가 얼마나 예쁜데,,,,
꽃 한가운데 노란 암술은 어떻고요ㅕ.
꽃이 오래 피어서 무궁화라고 하는 것이지요.
떨어질 때 는 나무에서 시들어 가는 것이 아니고
깨끗하게 떨어지는 모습, 가뭄에도 그 생명력이
강하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아고오
늦게 보았습니다
글하나라도 꼼꼼히 챙기시느라 보통 수고하시는게 아닙니다. ,애구구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궁화는 나라의 꽃이지요
좋은글 잘보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시지요
일일리 댓글 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