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앙코르 가기
☞길 : 인천-방콕-코랏-피마이-파놈룽-깝청=(국경)=오스맛-씨엠립-바탐방-파이린=(국경)=끄롱야이-찬타부리-방콕-인천
☞언제 : 2006년 2월 18일(토)-3월 1일(수) 11박 12일
☞누구랑 : 가족(연오랑, 세오녀, 초등학교 4학년 찬이)
2006년 2월 20일(월) 오후
박물관에서 나와 보리수 나무 숲인 싸잉암(Sai Ngam)으로 간다. 2km 정도 거리인데, 그냥 걷기에는 좀 멀지만, 뚝뚝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피마이 사람들은 거의 호객을 하지 않는다.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하는 거지도 없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심심할 정도다. 한 대의 자전거와 세 사람.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방법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한 사람씩 뒤에 태워서 어느 정도 가다가 내려놓고, 다시 돌아와 걸어오는 사람을 뒤에 태워서 또 가다가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태워서 가는 방식으로 싸잉암까지 갔다. 세오녀와 찬이가 빨리 자전거를 배웠으면 좋겠다. 초곡에 사는 박선생 가족 네 사람은 이번 겨울에 캄보디아에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을 했다고 한다. 산악 자전거 네 대를 자전거 가방에 넣어서 싣고 간 것이다. 우리 가족이 꿈꾸는 일은 박선생 가족은 먼저 실행한 것이다. 가는 길에 타이 마사지 센터가 보인다. 큰 건물에 낮에만 운영하고 있다. 09:00-17:00
큰 보리수 나무 숲이다. 1911년 태국 왕실의 왕비가 방문한 이래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연못도 있어 주말 나들이나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숲 입구에 방생용 새와 물고기들이 잡혀있다.
‘행운과 장수를 위해 새와 물고기에게 자유를 주세요’
(Please give the freedom to the birds and fishs for your best of luck and long life)
자유의 값을 알아보았다. 새 한 마리는 10 바트, 물고기는 한 봉지에 20 바트다. 그런데 같은 물고기라도 크기와 생김새에 따라 몸값이 다르다. 대체적으로 큰 물고기는 비싸고 작은 물고기는 싸다. 하지만 예쁜 물고기는 작아도 비싸다. 금빛과 은빛 물고기는 두 마리에 20 바트, 한 마리에 10 바트다. 참새 한 마리 가격이다. 먹는 관점에서 보면 크고 맛이 있어야 비쌀 텐데, 방생되는 물고기는 예뻐야 비싸다. 우렁이는 한 스무 마리를 담아 놓고 있다. 우렁이 한 마리의 자유는 1 바트 정도다. 장어도 한 마리에 10 바트다. 인간의 자유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나의 자유는 얼마에 구속될 수 있는가? 패키지에 묶여 가는 여행이 아닌 스스로 찾아다니는 이런 여행은 얼마나 값비싼 것인가 새삼 감사드린다.
숲속 곳곳에 신당이 차려져 있다. 화려한 색으로 된 천과 꽃들을 치장해놓고 있다. 하늘을 가린 숲으로 인해 어둑한데, 사람이 거의 없어 조금 으스스하다. 아이 둘과 함께 온 아빠는 방생 물고기 비닐봉지를 들고 연못가에 앉아 있다. 난 처음엔 물고기를 잡고 있나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한 마리 한 마리 놓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연못은 생각보다 물이 맑다. 처음 보는 수초가 많이 자란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여학생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남자친구들과 데이트를 하고 있다. 세오녀가 무비 카메라로 계속 찍는다. 한참 청춘들이 데이트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우리 나라 중고등학생들은 공부에 짓눌려, 저렇게 놀지 못하니 우리 눈에 생소하게 보이는 것이다.
코코넛 하나에 10 바트. 두 개 사먹다. 세오녀는 미얀마에서 깎던 버릇대로 3개 20 바트로 깎으려고 한다. 결코 비싼 게 아니기에 나는 깎지 말고 부르는 가격대로 사자고 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뚝뚝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다시 오던 방식으로 가야할 판이다. 찬이를 먼저 뒤에 태우고 세오녀가 걸어서 간다. 그런데 공원 입구에서 뒷짐칸에 할머니와 아이가 타고 가는 픽업(일제 Isuzu) 차가 지나가다가 저 앞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눈치 채지 못했는데 우리를 태워주려 한 것이다. 덕분에 찬이와 세오녀는 그것을 타고 갈 수 있었다. 무척 고맙다. 첫 히치하이킹이다.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하던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는데 말이다.
♣ 환율 1$=979,36 원(2006년 2월 17일, 외환은행 사이버 환전 클럽 이용 65% 우대), 당시 고시 환율은 1$=990.43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