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은 장애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 광주시 하루 확진자는 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실로암공동체에서도 장애인 당사자나 직원, 활동지원사 등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다행히 대부분 가벼운 감기 증상처럼 지나가고 있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최중증 장애인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하지만 코로나 관리체계가 재택치료로 전환되면서 중증장애인은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지난 한 주간에 코로나로 인해 중증 장애인 두 분이 별세하였다. 문제는 조기에 치료제 처방을 받거나 병원에 입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분하고 애석하다. 고 정희숙 님은 보건소에서 기저질환이나 장애인 여부도 파악이 안 되어 있었다. 호흡기를 사용하던 문창경 님도 코로나19 확진 후 4일 만에 사망했다.
최근 오방센터를 통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보건소와 구청, 시청에 알아보았으나 독거장애인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고향에 계시는 70대 어머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딸의 집에서 지원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치료제 처방이 절실하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광주시내 감염병 지정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치료제 처방을 문의한 끝에 한 병원에서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문제는 지정약국에도 치료제가 바닥이 나서 겨우 한 곳에서 구할 수 있었다. 오방센터 직원이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였다.
사회복지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워커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전혀 달라지다 보니 사회복지사의 윤리와 전문성이 요구된다. 요즘 같은 시기는 워커가 서비스의 질뿐 아니라 생명까지 좌우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은 취약함 속에 깃들어 있다."(류은숙)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약한 자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곧 자신의 존엄을 세우는 것이다.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