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연락이 끊겼다. 카톡을 읽지 않는다. 흔한 이별이다. 이제 자유인가? 하루하루 그녀를 잊어갔다. 글로리아의 집착은 계속되었다. 그것은 미련이 아니라 북수심같다. 그녀는 있지도 않은 내 결혼 상대를 찾고 있었다. 숨 쉬는게 불편하다.
스산한 그림자가 일어났다. 가까이 보니 은빈이었다. 세월은 나그네처럼 걷고있다. 그리움이 그 옆에서 따라 걷고 있다. 소식이 끊긴 사랑이 희미해진다. 어느날에는 이 사랑도 지워지리라. 밤은 더욱 깜깜해졌다. 사랑 앞에 절망이 있다.
기다림이 체념을 불렀다. 이제 그만......
시달림 끝에 드는 잠은 깊다. 꿈결인듯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듯 하다. 카톡 알림음이다. 지겹다. 글로리아의 카톡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아예 열어볼 생각이 없다. 상처 입은 여자는 차라리 조용하다. 화가 난 여자가 번잡스럽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일인지 글로리아의 카톡이 잠들었다. 일상은 평범하고 쓸쓸했다. 그런날 그런 바이다. 장난처럼 시를 만지작거리다 휴대폰을 닫았다. 눈길에 무언가가 걸렸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카톡이 와 있다. 세상에나 은빈이다.
'나 병원이에요 그날 가는 길에 교통 사고'
'뭐라고 괜찮아? 내가 당장 갈께.' '아니에요 지금 면회도 안돼고 내가 엉망이에요.'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그래도 안돼요. 나도 여자랍니다.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걸요.'
'어떻길래'
'차마 눈 뜨고 못볼 꼴 얼굴 수술했어요.'
전해 들은 상태는 심각했다. 얼굴 광대뼈 골절, 갈비뼈 골절, 허리 인대 파열, 다리 통증.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가해 차량은 그녀를 차가운 차도에 버려두고 도주했다. 그것도 도난 차량이다. 차주의 알리바이는 확실하다. 운전자를 잡을 길은 막연하다. 희미한 씨씨티브이 영상이 전부이다. 암울한 구름이 감도는 속에서 이 상태와 상황을 이해해 나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마음만 그녀 곁에 둘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늦은 밤 눈을 감을 때까지 카톡을 남겼다. 은빈도 빠짐 없이 답을 했다. 남은 시간에 내 시집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세상을 빠져나와 둘만을 서로 마주보는 사람이었다.
그시절 나는 너 밖에 너는 나 밖에 없었다. '일 갔다 올께 밥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있어 사랑해.' '네 식사 잘하시고 날이 차니 옷 따듯하게 입으세요. 빨리 다녀 오세요.' 얼굴을 마주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것과 상관 없다.
남자는 남편을 향해 여자는 아내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보라색 꽃을 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기운이 사라졌다. 하얗게 빛나는 영상이 자꾸 찾아왔다.
'쇼핑 가실래요?'
'엥 나가도 돼?'
'아니요. 그냥 제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녀오세요.'
'에이 엉터리. ㅋ 그래 뭐가 갖고 싶은데.'
'예쁘고 싼 속옷.'
'그거면 돼?'
'귀여운 양말.'
'또?'
'곰돌이 인형 당신이라 생각하고 안고 잘래.'
'알았어. 혹시 모르니 외출복 하나 보낼께.'
'그럼 원피스 스몰.'
'그런대 가면 얼굴 볼 수 있어?'
'붕대 풀었어요. 당신 만나기 전에 붓기 엄청 빼야해. 나 못생겼다 그러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