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2020. <강원문학> 제52집 발표
햇살이 안고 온 인형
전 세 준
“야! 너 참 예쁘다! 이젠 네가 내 동생이야....축하 해! ”
동훈이는 예쁜 동생을 가슴에 꼭 안아주며 몇 번인가 얼굴에 입맞춤을 해 줍니다.
“아이, 간지러워. 그...그만 해.”
동훈이는 새로 태어난 동생을 꼭 안아 줍니다.
“와, 동훈이 동생이 태어났데!”
어느 사이 모여 왔는지 친구들이 동생을 꼭 안고 있는 동훈이가 부럽다는 듯 손뼉을 칩니다.
“어디 좀 나도 안아보자.”
누군가 동훈이가 안고 있는 동생을 안아 보려고 합니다.
“안 돼! 다치면 큰일이야!”
“한번....한번 만 안아보자. 나도 동생을 안아보고 싶단 말이야.”
기운 센 반장이 동훈이가 안고 있는 아기를 잡아당깁니다.
“안 돼! 안된단 말이야 내 동생이야!”
놀란 동훈이는 와락 소리를 지르며 동생을 더욱 꼭 안고 빙그르 몸을 숨깁니다.
“얘 동훈아,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안방에서 큰 소리를 지르는 동훈이 목소리를 듣고 엄마가 들어옵니다
“안된단 말이야! 내 동생 건드리지 마라!”
“응? 얘 동훈아. 학교 갈 시간 다 되었어! 어서 일어나!”
엄마는 동훈이가 꼭 안고 있는 흰 가슴 곰돌이를 당기며 동훈이를 흔들어 깨웁니다
“안 돼! 안된단 말이야!”
“얘, 동훈아 정신 차려!”
엄마의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엄마의 큰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뜬 동훈이는 가슴에 안고 있던 동생을 찾는 듯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방안을 살핍니다.
“동생? 무슨 소리냐?”
“응, 내 동생. 엄마 내 동생 못 봤어?”
“동생?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니?”
“내, 동생이 없어졌어! 아이들이 안고 간 모양이야! 엄마, 어서 찾아 봐.”
“얘 동훈아 정신 차려! 무슨 동생..... 너 무슨 꿈꾸었니?”
“응? 여기....”
사방을 살피던 동훈이는 침대 아래 떨어져 있는 흰 가슴 곰돌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네가 안고 자다가 떨어트린 모양이구나. 어서 세수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해라.”
엄마는 동훈이의 방을 나와 다시 주방으로 갑니다.
“사내 녀석이 무슨 장난감을 안고 자니. 허허허 녀석.”
아빠도 한 마디 하며 껄껄 웃습니다.
“엄마, 나 동생 하나 있으면 참 좋겠는데...”
“허허 동생은 무슨 .... ”
“심심해서 그래, 동생이 있으면 둘이 재미있게 놀 것 같아.”
“그래?”
“그럼 혼자 오락게임도 안하고 재미있게 놀 텐데.....”
동훈이도 숟가락을 놓으며 자기 방으로 가면서 한마디 합니다.
“여보, 우리 동훈이가 매일 혼자 놀기가 심심한 모양이에요.”
“우리 생활이 지금 그럴 형편이 안 되니....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둘을 어떻게....”
“당신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또 그 소리.”
수 없이 들어 온 말을 또 듣는 것이 엄마는 싫습니다.
“그래도 동훈이를 보더라도... ”
“당신도 이젠 그 소리 그만해요. 요즘 하나 기르기도 힘든 세상에...”
아빠는 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출근 합니다
엄마는 한 푼이라도 생활비에 보탠다고 점심 저녁 식당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훈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쓸 곳 못쓰고 아끼고 또 아끼고 있는데도 생활이 이런데...당신도 이제 포기 하고 우리 동훈이 하나만이라도 잘 키워요.”
늘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빠 엄마는 마음이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동훈이는 잘 때 가지고 같이 놀라고 아빠가 사 준 큰 흰 가슴 곰돌이를 안고 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일요일이나 학교가 쉬는 날 친구 집으로 놀러갔다 온 날이면 동훈이의 마음은 더 허전합니다.
동훈이는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 늘어갈수록 마음은 더 허전해 왔습니다
“엄마, 나 동생...”
“또 그 소리.”
엄마는 이제 그 소리가 짜증스러운 듯 동훈이를 바라보면서도 왠지 측은해 보입니다. 늘 학원에 다녀와서는 혼자 집에서 놀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엄마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더 엄마에게 동생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 봐야 엄마의 짜증만 듣기 때문입니다. 잘 때도 여전히 흰 가슴 곰돌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모르게 꼭 안고 잠이 들었고 꿈에서 늘 아기 인형으로 변한 흰 가슴 곰돌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맞고 했습니다.
한 달 두 달...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엄마는 이상하게도 온 몸이 더욱 피곤 해 왔고 이상하게도 엄마의 배가 불러왔습니다.
“동훈이 아빠, 나 요즘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뭐가?”
저녁을 먹고 동훈이가 자기 방으로 갔을 때 엄마는 아빠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몸이... 그전 같지 않아요.”
“그전 같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무래도 이상해요.”
“어디 아파요? 너무 식당일에 무리하지 말아요.”
“그런 게 아니고...”
엄마는 왠지 말하기에 주저주저 합니다.
“무슨 일인지 얘기 해 봐요.”
“....”
엄마는 근심 띤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면서도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식당에서...”
“아, 아니... 배가 좀...이상해요.”
엄마는 걱정스럽다는 얼굴입니다
“배가?”
“아무래도 애기가 생긴 것 같아요...”
“애기가? 동훈이 엄마, 그게 정말이에요?”
“네,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사실이면 어떻게 하지요?”
“와! 잘 되었네, 동훈이 엄마! 그러지 안아도 우리 동훈이가...무척 좋아하겠네.”
아빠는 갑자기 엄마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좋아합니다.
“동훈이 아빠도 좋아요?”
“조금은 걱정되지만,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걸...동훈이 엄마, 우리 동훈이를 생각해서라도... 좀 고생이 되겠지만....”
동훈이 아빠는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 합니다
“사실, 나도 동훈이가 혼자 늘 흰 곰돌이를 안고 놀 때 마다 좀 미안했는데....”
“그렇지요? 사실 나도....‘
“동훈이 아빠도?”
“그래, 그래요.”
아빠는 연실 싱글벙글 입니다.
“얘, 동훈아. 이제 조금만 기다려라.”
그날 저녁 아빠는 동훈이에게 살짝 귓속말을 합니다.
“뭐라고요? 정말?”
곰 인형을 안고 있던 동훈이는 갑자기 후다닥 안방을 열고 엄마 앞으로 다가 갑니다.
“엄마, 고마워요! 와, 내 동생이.....신난다! 엄마, 어디 어디 봐요.”
동훈이는 엄마의 배를 살며시 만집니다. 정말 엄마 배가 그전에 보던 것과 달리 조금 볼록한 것 같습니다.
“와! 만세, 나도 동생이, 동생이 생긴다!”
동훈이는 소리를 지르며 안고 온 흰 반달곰을 획 내 던집니다.
“얘, 동훈아 그러면 안 돼! 흰 곰도 네 동생이잖아. 동생처럼 예전같이 사랑 해 줘야지...”
“응, 맞아! 그래야겠지? 미안, 미안.”
동훈이는 다시 곰돌이를 가슴에 안습니다.
“와! 내 동생이 생긴다! 신난다!”
동훈이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며 자기 방으로 달려 나가 침대에 벌렁 누워 이리저리 딩굴며 곰돌이를 더욱 꼭 안아줍니다.
“녀석, 무척 좋은 모양이죠?”
“아! 좋고 말구지... 그렇게 친구 동생들을 부러워했는데. 하하하 저렇게 우리 동훈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 좋네요. 고마워요 여보.”
동훈이 아빠는 갑자기 엄마 배를 어루만지며 엄마 등을 톡톡 두들겨 줍니다.
“아이, 왜 이래요 당신까지...”
“아, 나도 동훈이 만큼 좋으니까... 우리, 둘만 잘 키웁시다.
동훈이 아빠도 잠시 걱정스러워하던 엄마도 빙긋 웃습니다.
“와! 나도 동생이 태어난다. 야, 신 난다 신난다!”
그 때입니다.
지금까지 보이지 못한 아기 인형을 안고 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옵니다.
“와, 내 동생이다!
가슴을 활짝 열고 햇살을 부등 켜 안은 동훈이는 계속 싱글벙글 입니다.*
*약력
*1976 강원일보 신춘문예소설 입선
*1993. <아동문학세상> 동화 신인상 당선
*지은책: 동화집<아빠를 찾았어요>외5권 꽁트집<비틀거리는 바다> 회고록<회상의 문턱에 서> 동요가사집<기다림>외
*<강릉문학상> <관동문학상><14회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불교 동요대상>등
첫댓글 옛날 엄마가 동생을 낳을 때 왜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모르겠어요.지금은 아이를 낳치 않으려고 하네요. 선생님 잘 계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어쩐지 책상 앞에 오래앉아 있지 못하고...ㅎ ㅎ 늙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