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지혜와 시므이의 죽음
먼저 시므이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
니다. 시므이는 바후림 출신 벤야민 사람인 게라
의 아들이고 사울 임금 집안의 친적 가운데 한
사람인데, 사울이 죽고 난 후에 다윗이 임금이
되었지만 압살롬의 반란으로 인해 도망가던 때
에 바후림에 이르렀을 때에 나타나 다윗에게
저주를 퍼부었던 사람입니다.
(2사무 16,5 이하 참조)
그렇게 저주를 퍼붓는 시므이를 신하들은 죽이
자고 하였으나 다윗은 "주님께서 다윗을 저주하
라고 하시어 저자가 저주하는 것이라면 어느 누
가 '어찌하여 네가 그런 짓을 하느냐?"고 말할
수 있겠냐면서,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목
숨을 노리는데, 하물며 이 벤야민 사람이야 오죽 하겠냐며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 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 겠느냐면서 시므이에게 저주하라고 내버려 두라 고 하였습니다.
아무튼 그랬었는데 압살롬이 죽고 다윗이 온 이
스라엘의 임금이 되자 시므이는 자신이 다윗에
게 저주를 퍼부었던 일을 기억하고 다윗의 보복
이 두려워 다윗을 찾아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임금님, 저의 죄를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께서 예루살렘을 떠나시던 날 이
종이 저지른 죄를 기억하지 마시고, 마음에 품지
마십시오. 이 종은 죄지은 줄을 잘 알고 있습니
다."(2사무 19,16 이하 참조)
위의 내용을 보면 시므이는 다윗에게 자신의 잘
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대목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마음에 두든 말든
그것은 다윗의 몫이고, 자신의 죄를 기억하든 말
든 그것 또한 다윗의 몫이고, 그때의 그 사건을
마음에 품든 말든 그것 또한 다윗의 몫입니다.
그저 시므이의 몫은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
사 청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시므이는 다윗에
게 한마디도 용서를 청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
니다. 한마디로 교만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자 츠루의 아들 아비사이가 "시므이가 주님
의 기름부음받은이를 저주하였으니, 그는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였으나 다윗은 "내가 오늘
에야 이스라엘의 임금임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날 이스라엘에서 사람이 처형당해야 하겠소?"
하며 시므이에게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오."
하고 말하였습니다.
아무튼 시므이는 이렇게 두 번씩이나 다윗의 넓
은 마음 덕분에 죽음을 면하고 살게 되었는데,
다윗은 죽기전에 솔로몬에게 시므이에 대한 유언
을 다음과 같이 남깁니다.
"바후림 출신으로 벤야민 사람 게라의 아들 시므
이가 너와 함께 있는데, 그는 내가 마하나임에 간
날 나를 심하게 저주한 자다. 그렇지만 그가 요르
단 강으로 나를 마중 나왔을 때, 나는 주님을 두
고 '그대를 칼로 죽이지 않겠소.' 하고 맹세하였
다. 그러나 너는 지혜로운 사람이니, 이제 그런
자에게 벌을 내리지 않은 채 그냥 두지 마라. 너
는 그를 어떻게 처리 할지 알 것이다. 백발이 성
성한 그자가 피를 흘리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해
야 한다."(1열왕 2,8-9 참조)
그러니까 다윗은 솔로몬이 지혜로운 사람이니
어떻게 시므이에게 벌을 내릴지 믿었다는 것입
니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솔로몬은 시므이에게
어떤 벌을 주어서 시므이를 죽였을까요?
사실 다윗이 시므이를 솔로몬을 통해서 벌을 주
라고 한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구약성경
당시엔 누군가가 한 저주는 그 저주를 한 사람이
죽어야만 그 저주가 풀린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
유로 아마도 다윗은 시므이를 벌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그런 시므이을 벌주라는 다윗의 유언을
어떻게 지혜롭게 처리하였을까요? 솔로몬은 시
므이를 불러다 놓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너는 예루살렘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살아라.
그리고 거기에서 다른 어느 곳으로도 나가면 안
된다. 나가서 키드론 시내를 건너는 날에는 네가
정녕 죽을 줄 알아라. 네 피에 대한 책임이 네 머
리 위로 돌아갈 것이다."(1열왕 2,36-37 참조)
그러니까 시므이는 솔로몬이 제안한 약속만 잘
지키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로몬과 그러한 약속을 한 지 세 해가 지날 무렵,
시므이의 종 둘이 갓 임금 마아카의 아들 아키스
에게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러자 시므이
는 달아난 종을 잡으러 떠났습니다. 곧 시므이는
예루살렘을 떠나 갓에 다녀온 것입니다.
이 사실이 솔로몬에게 보고되었고 결국 시므이는
약속을 어긴 자기 죄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생명보다 재물, 곧 달아난 종을
잡아오는 것이 시므이에게는 더 소중했던가 봅니
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시므이만 어리석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명보다 재물을 더
소중하게 여기다가 죽은 사람이 성경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고, 우리들 역시도 한편으로는 생명
보다도 재물을 맨 윗자리에 놓고 살았던 시므이
와 닮은 삶을 사는 경우가 왕왕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솔로몬은 시므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이용해서 시므이 스스로 멸망의 길을 선
택하여 걸어가도록 지혜롭게 일을 잘 처리하였
습니다. 역시 지혜하면 솔로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