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6.(금)
庚子년 丙戌월 壬辰일
편인 묘, 편재 관대. 화개살. 일지 술을 장성으로 두면 재살(수옥살), 괴강.
辰에 임수, 신금 입고.
원국에서 정임합 목, 진술충, 묘술 육합을 깨는 묘진해.
일운에 진이 와서 자진합수, 진술충
입천정에서 얻어온 고구마를 바람 통하는 다용도실 그늘에 펼쳐두고 며칠을 말렸다.
상온에 두는 고구마는 통풍이 되지 않으면 썩기 쉽기 때문에 일단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화요일에 가져왔을 때부터 바로 구워서 맛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단맛을 들이기 위해 창턱에 올려놨다 바닥에 내려놨다가 아침 저녁으로 뒤집어주기도 하고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서울행 버스를 탄 바람에 고구마 캐는 현장을 보진 못했지만
고구마 순을 심을 당시 텃밭의 자갈도 골라내고 물도 두어번 주었다며
소심하게 지분 있음을 강조하곤 했는데 막상 발굴되어 나온 상처투성이 고구마를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그간 지현보살의 신랑님이 심어놓은 비트며 쑥갓, 고추, 가지는 입천정의 요긴한 찬거리가 되었고
나 또한 감사히 맛보곤 했는데 고구마는 그들 작물과는 다른 애틋함이 있다.
이 고구마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5월24일 볕 좋은 만춘에
대구에서 날아온 지현보살과 그 낭군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직접 딴 딸기 한 바구니와 고구마 순을 한단 사왔던 그 봄이 엊그제 같다.
신랑님이 공터였던 텃밭을 괭이질로 뒤집어 고랑을 내고 두둑을 쌓아 일일이 손으로 고구마 순을 심고
퇴비를 주고 주변 잡초도 다 정리한 뒤 지현보살이 구운 파전과 막걸리를 나눠 마신 기억도 새롭다.
영해 생활 시작한지 딱 1주일 되던 때 였다.
고구마는 그렇게 영해에서 나와 동시간대를 보내며 성장했다.
고구마가 척박한 땅 속에 뿌리내려 영차 영차 부피자람을 할 때 나는 일없이 마을과 항구, 해변을 쏘다녔다.
다섯 달 동안 고구마는 덩이뿌리를 주렁주렁 생산했는데 나는 소비로 연명하며 여전히 부평초처럼 헤매고 있다.
막 캐낸 고구마는 전분이 당질로 변하지 않아 단맛이 덜하기 때문에
큐어링(curing)이란 숙성 과정을 거쳐 판매된다.
‘치유’ ‘아물게 한다’는 의미의 ‘큐어링’은 고구마를 저장하기 전에 널리 행해지는 상처 치유방법이다.
수확 직후 고온다습한 곳에 4일 정도 보관하면 고구마의 상처 부위에 코르크 층이 형성되면서
저절로 치료돼 고구마가 더 이상 상하지 않고 병원균 침입도 억제된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나에겐 주식에 해당하기 때문에 늘 쟁여 놓는데
모양이 일정치 않는 못난이 고구마가 싸기 때문에 곧잘 주문한다.
덕분에 오이처럼 긴 놈, 꼬부라진 놈, 두 덩이가 붙은 쌍둥고구마까지 온갖 것을 만나게 되는데
첫 출하된 아이들을 보니 그 모양의 험하기가 못난이 보다 심하다.
큐어링이 필요하다.
온도와 습도, 그리고 시간을 들여 기다려야 한다.
절로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땅의 지복과 인간의 노력 외에 시간의 분이 필요하다.
영해 생활은 나에게 큐어링의 시간이었다.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 면역력이 생기는 치유의 과정. 재생의 시간.
하지만 단맛이 들고 숙성되기는 아직도 멀었다.
널어둔 고구마 중 몇 개를 골라 상처나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보았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웬걸, 달큰하고 포실 포실하다. 자라다 만 듯한 한 입 사이즈가 더 맛있다.
입을 대자마자 빠르게 사라지는 고구마.
8개를 구웠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달랑 1개만 남았다. 것도 쬐끄만 놈으로...
내일도 나는 아침부터 고구마를 씻고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인고의 시간은 자라는데만 필요한 건 아닌것 같았습니다
고구마 캐는 날 보니 돌들과 함께 딱딱하게 굳어버린 흙 속에서 고구마를 캐내는 것 또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습니다
행여라도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고구마가 다칠까봐 무릎까지 꿇고 하나하나 온 정성을 다해 캐시드라구요
땀을 비오듯 흘리시면서....
그래서 저도 캐 봤습니다만
달랑 3개 캐고 신서방님께 아웃 됐습니다
어설퍼서리~ㅋ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귀한 고구마이니 보약처럼 드시길요~ㅎㅎ
사진만 봐도 달고 고소해 보입니다
아...고구마에 빗대 나만 생각했지 그 출산의 고역을 생각지 못했네요.
고구마도 사람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