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경복 시절 9화 소년단 따라 제주도 1/2 2025 06 12
1959년 5월쯤, 소년단(boyscout)이 제주도로 훈련을 간다는 소식을 접한 내가 함께 따라가고 싶은 생각에 무조건 담당 선생님한테 달려가서 저도 같이 가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어렵사리 허가를 해주셨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굳이 안 된다고 하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소년단이 아닌 내가 따라가서 소년단 교범에 나와 있는 천막 치는 법, 응급처치법, 항고(일본어, 등산용 식기)에 밥하기, 매듭 맺는 법 등등도 많이 배웠다.
따라가고 보니 소년단에는 2학년 형들도 많이 있어 어려운 점도 있었다.
소년단이 제주도로 가면서 일단 포항 해수욕장에서 하룻밤 숙박하여 모래사장에 천막을 치고 잠시 바닷가에서 있었던 무슨 일인지를 구경하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다. 물론 무슨 일이었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소년단이 가지고 간 천막은 A형 텐트라고 가장 작은 것으로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고 높이도 낮았다. 하지만 가장 가볍고 값도 저렴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였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최부웅이다.
뒤쪽의 A형 텐트는 조금 크고 높아서 5~6명이 함께 잘 수 있었고 중간 이상 위쪽에 환기구가 있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난방용 불을 피울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 중독을 피하려고 만든 것이다. 둘이 등산을 갔다면 A형 텐트 안에서 밥을 해 먹기도 했지만 많이 좁아 그런대로 지내고 오는 것이었다.
먼저 50cm 정도의 기둥 세 개 정도 연결해 끼우고 텐트 양 끝에 난 구멍에 끼우고 줄을 기둥 위쪽 쇠에 매고 땅이나 모래바닥에 고정 천막용 못을 박으면 된다. 이럴 때 매듭법을 잘 알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모래사장에서 잘 안되면 큰 돌덩이에 묶고 모래 속에 묻을 수도 있다.
우리 텐트 치는 쪽으로 신혼부부가 결혼식 끝나고 해안가로 구경을 나와 우리 텐트 치는 곳 가까이 와서 앉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곧 그들이 결혼식 끝나고 온 것임이 밝혀져 축하한다면서 여러 친구들이 주변에 몰렸는데 그 장면을 찍은 것이다. 우리가 여든이 넘었으니 적어도 지금 살아있으시다면, 아흔을 넘기셨을 것이고 손자 손녀도 여럿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뒷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유정민, 무엇인가 주눅이 든 듯 제대로 끼지도 못하고 얼굴만 내밀고 참석한 듯 서글픈 모습이다.
맨 왼쪽 신용식 다음 다섯 번째 팔짱 끼고(수영복에 흰 줄 2개) 약간 뒤로 기울리고 구부린 듯 내가 서있는 것은 사진 찍으면서 내 뒤의 형 얼굴이 잘 안 나온다고 나보고 숙이라고 해서 그런 모양이 되었다. 박창준 이병삼 최부웅도 보인다.
첫댓글 포항에서 배타고 제주도로 갔던가요? 사진에 나오는 소년단원 숫자가 대단한데 당시로서는 고생길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담당 선생님 졸라서 따라간 집념도 알아줘야 할듯 합니다.
맞아요, 배 타고 갔는데 생각은 안 나요. 그 때 찍은 사진이 있으니 기억날 뿐이랍니다. 2학년 소년단 형들은 전부 몰라서 조심 조심했던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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