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너가 개발한 단일분자현미경의 원리를 나타낸 그림이다. 약한 레이저를 쏘면 그 레이저와 딱 맞는 형광단백질만 빛을 발하는데, 레이저를 달리해 가며 다양한 형광단백질을 발광시켜 그 때마다 사진을 찍은 후 합치는 방법으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다. 오른쪽 세 사진 중 맨 왼쪽은 일반 현미경으로 찍은 리보솜 막, 가운데 그림은 같은 시료를 단일분자현미경으로 찍은 것, 맨 오른쪽은 가운데 사진 일부를 확대한 것이다. (출처. 일반인을 위한 해설자료, nobelprize.org
전자의 터널링 현상을 이용한 주사터널링현미경의 원리
널링현미경의 원리는 이러한 터널링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우선 아주 가늘고 섬세한 탐침(probe)을 만든 다음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에 아주 가까이(보통 원자 2~3개의 지름) 가져다 댄다. 그런 다음 탐침과 시료 사이에 전압을 걸면 전자는 둘 사이의 아주 좁은 틈에 형성된 전자구름을 타고 흐른다. 이를 터널전류라고 한다. 탐침을 시료 위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이동시키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가 변화하는 것을 감지하여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터널전류는 침과 시료표면 사이의 거리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령 원자 1개의 직경만큼 거리가 변하면 터널전류는 약 1천배 이상 변한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탐침이 시료를 기계적으로 접촉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만 빼면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책을 읽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러 이전에도 터널현상을 이용하여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고자 한 이들은 여럿 있었지만 그들은 몇 가지 기술적인 한계를 넘지 못했다. 진동의 영향을 극복하면서도 탐침이 시료 위로 정밀하게 움직이며 시료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기술과 그 끝에 원자가 겨우 몇 개만 존재할 정도로 예리한 탐침을 만들어내는 기술, 측정한 터널 전류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기술 등이었다.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러는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한 전자현미경을 만들었고 그들의 현미경은 재료 표면의 미세한 원자구조를 조사하고 세포 속 DNA 관찰을 가능케 하는 등 현대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원자현미경의 탄생과 전자현미경의 계속되는 도전 주사터널링현미경의 또 한 가지 대단한 점은 원자처럼 작은 물체를 관찰할 뿐 아니라 움직이거나 깎아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실험을 하던 중 매우 우연히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원자 수백 개의 덩어리를 깎아내는 정도로밖에 조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원자 하나하나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였다.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Andreas Heinrich,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은 2017년 3월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하여 홀뮴(Ho) 원자의 스핀 방향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메모리소자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이 주사터널링현미경으로 개별 원자를 움직여 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원자를 관측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원자현미경’으로 불리기도 한다. 게르트 비니히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도전체)만을 관측할 수 있는 주사터널링현미경의 한계를 넘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을 관측하기 위해 1985년 원자간힘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pe)을 개발했다. 원자간힘현미경은 캔틸레버라는 탐침과 시료 사이에 작용하는 원자끼리의 인력(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하여 측정하는 기구다. 이 밖에 시료 표면의 마찰력을 재는 LFM(Lateral Force Microscope), 시료의 경도를 재는 FMM(Force Modulation Microscope), 자기력을 재는 MFM(Magnetic Force Microscope), 시료의 전기적 특성을 재는 EFM(Electrostatic Force Microscope) 등 다양한 원자현미경이 개발되었다. 원자현미경의 탐침을 이용해서도 나노 단위의 무늬를 새기거나 나노 물질을 원자 단위로 보면서 자르고, 옮기고, 붙이는 것이 가능하다.
생체분자를 관찰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전자현미경의 한계도 차차 극복되었다. 기존 전자현미경은 진공상태에서 관찰해야 하는데 진공상태에서는 생체분자를 둘러싼 물이 증발하고 구조가 붕괴되어 버렸다. 또한 해상도를 높이려고 전자빔의 에너지를 높이면 시료가 타 버리기도 했다. 스위스의 자크 뒤보셰(Jaque Dubochet), 미국의 요아힘 프랑크(Joachim Frank), 영국의 리처드 헨더슨(Richard Henderson)은 극저온전자현미경(Cryo Electron Microscope)을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생체분자를 액체질소로 얼려 잠시 멈춘 뒤,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3차원 구조를 관찰하여 3D 영상으로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나, 지카 바이러스 등의 구조가 모두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 덕분에 밝혀졌다. 최근에는 이 현미경으로 촬영한 다양한 단백질 구조의 사진들이 각종 유명 학술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