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이헌 조미경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그 당시 농촌의 학생들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알바벳을 외우고 공부했다
내 나이 또래는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선견지명이 있거나 자식 공부에 열심인 부모님들은 제외하면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국제화 시대, 영어를 모르면 뒤처진다는 교육을 받게 된 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이가 한글을 떼기 전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원어민이 수업하는 학원에 보냈으니까
아이를 위해 함께 알파벳 소문자 대문자를 카드에 써서
매일 암기를 시키면서 잘 따라 하는,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아이를 키우느라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나는 공부에 손은 놓았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흥미 유발과 누군가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사색하며 그 속에 빠져 살 때는, 외국어의 중요성보다는
지금 나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급선무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늦은 나이에 외국어 시험 때문에 눈이 아프게 읽고 또 읽으며
고민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영어가 어렵다고 성적이 저조할 때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채근했던 나 자신이
지금은 반대로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쉽게, 공부할 비결을 아이들에게 묻고 있다.
아이들은 말한다. 자신들은 내가 공부하는 영어가 쉽다고 이구동성 말하는데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모국어로 된 논문 비평을 읽고 해석하고
요약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외국어를 독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서 하루하루 스트레스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사람은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한다는데 매일 집중력을 흐리는
외국어 공부 때문에 정작 해야 할 글쓰기를 못하고 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반복 학습만이 해답이라니
다시 한번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