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이다. 새벽 묵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들어왔다. “여보세요? 천수답 목사님이죠?” “네 맞습니다. 누구실까요?” “네, 자신을 다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사님의 새벽 묵상을 듣는 청취자입니다. 누군가 넉 달 전부터 새벽 묵상을 보내줘서 꾸준히 들었는데 며칠 전에 목사님이 안식교가 목사님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안식교가 이단인 줄 알았는데 지난 4개월 동안 꾸준히 들어 오면서 이단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더 정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신가요?”
그분은 교회 관련 사업을 하시는 서울 모 교회 장로님이셨다. 수많은 교회와 거래를 하다 보니 발이 넓어서 본의 아니게 교회 거래를 소개하는 중개인 역할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를 파는 목사님과 새로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님을 소개해서 교회를 사고파는 일에 관여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교회를 사고판다는 해괴한 이야기를 듣긴 했어도 설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까 하고 의심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에 관여된 사람과 통화를 하고 보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다.
물론 개척 교회를 시작할 때 상가 구매 가격이나 전세 비용, 혹은 집기 같은 것들은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들 그리 안 하겠는가?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건물 안에 있는 교인들 숫자를 파악해서 사고판다면 이것은 완전 다른 문제다. 그런데 실제로 파는 사람은 더 많이 받기 위해, 그리고 사는 사람은 좀 더 싸게 사기 위해 목사들이 흥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해서 자신의 신앙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복음 전도자가 아니라 장사꾼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돈을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저급하고 비열하고 짓이다.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자기의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해 의료 공백, 의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은 휴학하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정부 때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건으로 서로 충돌했지만 결국 정부가 뒤로 물러나면서 의사고시도 한 주일이나 뒤로 미루어지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의료인력, 돈이 안 된다는 지방에는 이제는 의사들을 쉽게 만날 수 없을 지경이 되어가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증원을 미루면서 의료환경 먼저를 외치지만 너무 속이 뻔한 자기들 밥그릇 지키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정책을 완벽하게 갖춰놓고 의대생을 늘릴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사회 어느 부분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다음에 사람을 늘린단 말인가? 이것은 결국 하지 말자는 억지일 뿐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래도 최소한 의료인이라면 환자를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사에게 환자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억울하고 원통해도 목사는 말씀을 가지고 교회를 지키며 목회로 싸워야 하고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싸워야 한다.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버려두고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런 정신으로 의사하면 안 된다. 힘들다고 목회직 버리고 돈 벌다가 돌아와 다시 목회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이나 밥그릇 빼앗기기 싫다고 환자 버리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 수술하겠다고 칼 잡는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어떻게 목숨을 맡기며 어떻게 그런 사람을 믿을 수 있겠나? 나는 그 직업에 대한 숭고한 자부심과 사랑이 없이는 하면 안 되는 직업이 목회직과 의료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