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 소망 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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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2.03. 12:57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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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소망 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 서정적인 필치로 풀어낸 견고한 슬픔의 미학.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절망이 있을지도 모르지.
『소망 없는 불행』에 수록된 「소망 없는 불행」(1972)과 「아이 이야기」(1981)는 한트케가 그간의 언어 실험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전통적 서술 방식을 차용해 문학의 서정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대략 10년의 시차를 두고 쓰인 작품이지만 이 두 작품은 한트케의 주제 의식과 관련하여 볼 때 가장 전형적인 작품이며 그의 작가로서의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일찍이 많은 작품들과 여러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문학 활동과 관련해서는 자신 이외의 여타의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는 한트케가 「소망 없는 불행」에서는 어머니의 자살을, 「아이 이야기」에서는 낯선 곳에서 아이 키우기란 자신의 일상적 삶을 비교적 담담한 문체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경이를 불러일으킬 만한 섬세한 감성이 글쓰기에 대한 성찰과 맞물려 객관성을 획득하고 있는데 특히 「소망 없는 불행」에서는 결코 눈물을 쏟아 내지 않지만 두 눈에 절망을 꾹꾹 눌러 넣은 듯한 단단한 질감의 슬픔이, 「아이 이야기」에서는 여러 인간관계에서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작가가 아이를 키우며 이웃과 크고 작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세계와 화해해 가는 과정이 읽는 이에게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밖에도 날카로운 관찰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시적 묘사 등은 여전히 한트케만의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고 있다.
「소망 없는 불행」은 1971년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하고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쓴 산문으로, 작가는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하면서 전후의 사회적 모순과 정치 상황, 또 생활고를 조명하고 그런 와중에서도 가정에서, 사회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이 자의식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주변 세계에 무관심하던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긍정하게 되고 기타 사회적 제반 상황들에 대해 성찰하면서 어머니의 불행했던 과거 혹은 현재와 소통한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한트케의 치열한 작가 정신이다. 한트케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고 감상적으로 몰입하려 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글쓰기의 반성적 측면을 환기시키면서 어머니의 불행했던 삶과 그것을 언어로 전달하는 작가로서의 사명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 이야기」는 한트케가 연극 배우였던 첫째 부인과 결별한 후, 딸 아미나를 맡아 기른 경험을 토대로 하여 쓰였다. 그는 파리와 독일의 여러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매우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담담한 필체와는 달리 이 작품은 한트케가 작가로서 진일보했음을 보여 주고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 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러 의미에서 폐허로 가득 찬 자신의 어린 시절로 인해 가정생활이라든가 가족 관계 등에 매우 부정적이었던 자신이 딸을 키우며 그것들의 소중함을 인식해 가고 결국 한 인간 속의 소우주까지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 이 작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
「소망 없는 불행」-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억압 속에서 자란 어머니. 젊은 시절에는 다른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결혼 후에는 결국 여느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가사와 육아에 시달리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낸다. 섹스 혐오증과 남편과의 불화로 신경 쇠약을 앓던 어머니는 결국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 목숨을 끊는다. 페터 한트케는 최대한 절제된 목소리로 어머니의 인생을 어린 시절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담담하게 펼쳐낸다.
「아이 이야기」-작가는 첫 번째 부인과 결별한 후 딸 아미나를 맡아 홀로 키우게 된다. 파리와 독일의 여러 도시로 옮겨 다니며 아이를 키우던 그는 점차 아이를 통해 새로운 발견과 기쁨에 눈을 뜨고 세계에 대한 폐쇄적 인식에서 벗어난다.
작가 소개-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중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인 ‘포룸 슈타트파르크’와의 인연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65년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발표한 첫 소설 『말벌들』이 주어캄프 출판사에 채택된 것을 계기로 법학 공부를 포기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1966년 미국 프린스턴에서 열린 ‘47년 그룹’의 모임에서 독일 문학을 과격하게 비판한 한트케는 같은 해에 연극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첫 희곡 『관객 모독』을 발표하면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73년에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수상하였고, 이후 실러상,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한트케는 희곡 「카스파」, 소설 『소망 없는 불행』, 『진정한 느낌의 시간』, 『왼손잡이 여인』 등 현재까지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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