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암 앞 낡은 건물… 장산 명당을 가리다
산마다 골마다 명당이 있다. 풍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도 어느 지점에 이르면 왠지 포근한 기운을 느낀 적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도 잘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오래된 사찰이 자리 잡은 곳을 좋은 명당으로 여기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장산에도 크고 작은 사찰들이 많다. 당장 대천공원에서 오르면 장산사와 석태암, 그리고 폭포사와 원각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 중에서 석태암은 장산계곡 애기소를 끼고 있으면서 그 주변 기운이 온화한 것이 풍수에 문외한이 봐도 좋은 터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장산을 오르내리며 스쳐 지나는 곳인데 자리 잡은 명당과 어울리지 않게 사찰 입구에 낡은 건물이 볼썽사납게 서 있다. 슬레이트 지붕에 비록 벽면에 페인트 칠은 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외관이 아주 누추해 보인다. 서 있는 자리도 장산계곡을 막고 있어 좋은 풍광마저 가리고 있다.
과거 장산계곡을 정비한답시고 애를 쓴다는 게 장산계곡을 아주 다른 형태로 변모시킨 적이 있다. 그 당시 정비공사를 요란스럽게 벌이길래 이 건물의 정비도 이루어지길 기대했으나 털끝 하나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지금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이곳은 장산등산로와 계곡이 서로 만나는 곳인데다 계곡에 아주 넓게 접한 곳이다. 이런 곳에 낡은 건물이 자리 잡아 장산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는 것은 장산 마고할매도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갈수록 장산의 귀함을 온 주민들이 느끼고 있다. 곳곳에 체육시설이며 휴식공간들이 속속 들어차서 해운대주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장산은 이미 명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 이에 걸맞게 석태암 측과 잘 협의하여 낡은 건물이 만들고 있는 장산의 그늘을 하루빨리 지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