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년 전인듯 싶네요
미니스커트에 커피색스타킹, 힐을 신고
고양시청 주변 주택가를 돌아다닐 때였어요
오래된 주택가다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이라 패싱하기엔 만만해서 자주
왔었던 곳입니다
가을철 저녁 예닐곱시쯤 되면 어둑어둑해지면서
패싱에 약간 자신감(?)이 생기죠
물론 종아리의 스타킹이 햇빛에 반짝이는
대낮이 더 나을때도 있지만 환한만큼
일반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건 어쩔수
없네요
그날은 오피스걸처럼 스커트정장에
갈색 하이힐이었어요
가끔씩 패싱을 하는 주택가이다 보니
지리를 웬만큼 꿰고 있었고 그날은
구두방에 가보자고 결심을 했지요
주택가 중앙로 내리막길에 조그만
구두방 부스가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늘 앉아계셨어요
인근에 차를 대고 핸드백을 들고
내려서 구두방 앞으로 갑니다
할아버지가 쳐다보시네요
하이톤 목소리로
'할아버지 구두 닦을수 있어요?'
한번 제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제 발을 봅니다. 그러더니
분홍색 여자슬리퍼를 주시네요
스커트를 여미고 조심스레 앉아서
하이힐을 벗습니다
커피색 스타킹 속의 빨간색 페디큐어가
흐릿하면서도 섹시해 보입니다
힐 벗는걸 보시더니 구두를 가져가시네요
아무말도 않고 제 하이힐을 닦기 시작하네요
전 앉아서 슬리퍼를 벗고 발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합니다
스타킹 신고 꼼지락거리는 발은 은근 섹시하죠
근데 할아버지는 신경도 안쓰고 구두닦는데만
집중하십니다
전 스타킹 팁토를 손으로 잡고 쭉 땡겨봅니다
할아버지는 힐끗 보더니 역시 무심하게
제 힐만 묵묵히 닦으시네요
스타킹 신은 제 발을 힐끗힐끗 훔쳐봐
주기를 바랬던건 욕심같네요
다 닦았는지 제 앞에 놓습니다
전 조심스레 발을 밀어 넣습니다
그건 쳐다보고 계시네요
'얼마죠?'
'삼천원'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삼천원을 꺼내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나오는데 보지도 않으시네요
아무래도 남자티가 났을텐데 정말
무심하네요
절 일반 여자로 봐줬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위로했습니다
이 사진이 그때 그 하이힐이예요
너무 오래 신었는지 많이 낡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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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구둣방에서 하이힐 닦았던 기억...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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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1
23.04.10 22:3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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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엘칸토.....^^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정도라면 일상에서 얼마든지 즐겨도 될것 같아요...
확실히 브랜드 구두가 발이 편해요
이 구두는 10년 넘은것 같아요
제가 가장 아끼는 구두예요
남폼으로라도 구두 닦는 곳에선 대화를 해 본 기억이 없어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의 우직한 모습만 기억 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나 혜정씨나 외모는 별반 차이없을듯 싶어요
제가 조금 더 용기를 내지 않았나 싶네요
한번 용기내서 나와보시길 추천합니다
당당하게 거리를 걷고 싶지만 ..패싱.통과,.이 않되죠.
고작. 나이드 신 노인 앞에서는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