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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현대 도시의 풍요로움 속에서
도시인들은 왜 자유롭지 못한가?
현대 도시의 장엄한 외관과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도시인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큰 고통과 억압조차 느끼고 있다. 이는 자신이 만든 도시 공간이 물신화함에 따라 그 삶에 소외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헤겔과 마르크스, 하이데거 이후 1960~1970년대 정점을 이루었던 소외 연구는 최근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도시 공간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을 소외의 개념, 특히 새롭게 제시하는 ‘장소 소외’와 르페브르가 주창한 ‘도시 소외’의 개념으로 풀어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소외로서 공간 정의’의 개념을 논의한다.
👨🏫 저자 소개
최병두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같은 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 명예교수이며,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방문교수,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초국적 이주와 환대의 지리학』(2018), 『인문지리학의 새로운 지평』(2018), 『인류세와 코로나 펜데믹』(2021),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2018, 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공간적 사유』(2013),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2017), 『불균등발전』(2017, 공역) 등이 있다.
📜 목차
책을 펴내면서
제1부 도시 소외의 전개
제1장 도시 소외의 양상과 배경
소외된 노동, 소외된 소비
생태적 소외, 소외된 생명
소외에 관한 관심과 그 배경
소외의 총체적 장으로서 도시공간
제2장 근대 도시와 소외의 근원
근대적 도시공간의 발달과 소외
자연과 토지로부터의 소외
도시 노동의 소외
기술과 분업에 의한 소외
제3장 탈근대 도시와 소외의 심화
탈근대적 도시공간으로의 전환
일상생활의 소비에서의 소외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의한 소외
정보화와 비물질적 소외
건조환경과 금융화에 의한 소외
제2부 장소 소외: 개념, 역사, 사유들
제4장 장소(성), 장소 상실, 장소 소외
‘장소 상실’에서 ‘장소 소외’로
장소와 장소성의 개념
장소 상실에 관한 다양한 개념들
장소 소외의 개념화: 1) 소외의 개념에서
장소 소외의 개념화: 2) 장소의 개념에서
제5장 장소 소외의 간략한 역사
장소/공간의 역사와 분석틀
생활공간에서 체계공간의 분화
현대 사회에서 장소 소외와 그 배경
의사적 장소 창출과 그 한계
제6장 장소 소외와 탈소외의 사유들
‘무위의 장소’에서 비판적 장소론으로
존재의 소외와 거주하기: 하이데거
세계소외와 장소에 대한 권리: 아렌트
물화된 도시와 산책자: 벤야민
일상생활의 실천으로서 걷기: 세르토
제3부 르페브르의 소외론
제7장 소외의 개념과 이론의 발달
소외란 무엇인가?
고전적 소외론
일상생활과 소외론
보편적 소외론
제8장 르페브르의 소외론 1: 일상생활 비판과 소외
경제적 소외에서 일상생활의 소외로
르페브르의 소외 연구
연구방법으로서 삼항변증법
일상생활 비판과 소외
소외/탈소외의 변증법
제9장 르페브르의 소외론 2: 도시·공간적 소외론
도시·공간에 관한 관심과 연구방법론
도시의 개념과 발달 과정
도시혁명과 도시적 소외
도시 공간의 생산
도시의 공간적 소외
제4부 공간 정의와 탈소외
제10장 사회공간적 불평등과 공간 정의
사회적 불평등과 소외
지리적 불평등과 공간적 소외
공간적 불평등의 이론적 준거들
(불)평등과 공간 정의
제11장 공간 정의의 재개념화
공간 정의 개념의 재구성
모멘트로서 공간적 정의
정의와 소외/탈소외의 변증법
소외의 정치경제학적 재인식
제12장 탈소외로서 정의로운 도시
소외 완화를 위한 정책과 그 한계
소외 극복을 위한 이론적 논의
소외 극복과 도시에 대한 권리
탈소외로서 정의로운 도시
참고문헌
찾아보기
📖 책 속으로
소외된 소비는 구매자들의 자발적 행동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의 소비 욕구는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도화된 전자매체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산·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세밀하게 분류·관리하면서 편의점에서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다층화된 방식으로 판매를 촉진한다. 소비자들은 이처럼 조직적으로 관리된 소비방식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신분과 지위를 과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과시적 소비는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의 남용 등 무분별한 소비 지출을 촉진하고 가계부채를 급증시킨다. 현재의 소비를 위해 미래의 소득을 앞당겨 지출하게 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결국 소비자들이 미래의 노동조차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인은 자신의 노동에서 소외될 뿐 아니라 자신의 소비에서도 소외되고, 결국 자신의 미래로부터 소외된다.
--- p.20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서양 속담처럼, 도시의 노동자들은 봉건영주로부터 자유를 얻었지만, 또한 아무런 생산수단도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이중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실제 도시 노동자들은 시골의 자연환경과 토지로부터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임금을 얻는 대신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양도하는 소외된 노동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즉 근대적 도시(공간)는 자본주의적 잉여가치의 창출을 위한 중심지이며 또한 동시에 소외된 노동의 집중·집적지로 발달하게 되었다.
--- p.36
소외는 매우 철학적이고 사회이론적인 개념이지만, 또한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예컨대 박완서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나오는 대화로, 한 노총각이 초희라는 노처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건다. “초희씨, 숭늉이 커피에 의해서 소외되어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식사 후 늘 마시던 숭늉 대신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숭늉을 대신하게 됨에 따라, 숭늉은 따돌림을 받았다거나 또는 배제되었다는 의미로 소외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이다. 여기서 소외란 일상생활에서 한 때 관례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나 사물들이 더 이상 그러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또한 이러한 소외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소외란 … 하나의 대상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다른 것으로 대치된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소외란 어떤 집단에서 기피·제외되거나, 사람들 간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 또는 주체의 상실로 무기력하거나 자포자기한 생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 p.171
인간 사회에서 소외의 기원은 고대 사회의 ‘우상숭배’에 까지 소급될 수 있겠지만, 근대 시민사회와 관련된 소외의 개념은 루소의 저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은 사회계약을 맺음으로서 본래적인 자유를 양도하지만, 대신에 시민의 자유를 소유하게 된다”라고 주장하며, 소외와 같은 어원을 가지는 양도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원초적 자유의 상실을 소외로 이해했다. 또한 그는 『에밀』에서 “신은 만물을 선하게 창조하였으나, 인간이 만물에 간섭하여 악하게 되었다”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자연의 파괴를 통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소외에 관한 루소의 개념화는 두 가지 모순된 의미를 내재한다. 즉 루소에 의하면, 소외란 문명화된 인간들이 사회적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자신(본성 또는 자연상태)의 진정성과 자율성을 상실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소외를 함의하는 원초적 자유의 상실은 소외되지 않은 사회화라는 규범적 이상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루소의 소외 개념은 마르크스의 소외 개념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헤겔의 소외 연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 p.175
르페브르가 관심을 가지고 고찰한 주제는 엄격히 말해 도시 또는 도시집합체가 아니라 ‘도시적인 것’ 또는 ‘도시사회’이다. 그에 의하면, “도시사회는 농업적 생산을 흡수한 지배 과정으로서 산업화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를 의미한다. 이러한 도시사회 개념은 ‘도시혁명’에 관한 그의 개념 규정과 연계되어 있다. 도시혁명은 “성장과 산업화에 관한 문제(모델, 계획, 프로그램들)가 탁월했던 시기에서부터 도시적 문제성이 탁월해져서 도시사회에 특이한 해법과 처방에 관한 연구가 주요해진 시기까지 현대사회에 영향을 미쳤던 전환”을 의미한다. 즉 도시혁명의 개념은 농업적 세계에서, 산업적 세계를 거쳐 도시적 세계로의 역사적 이행과 더불어 도시 내적 변화, 즉 정치도시에서 상업도시, 산업도시, 그리고 완전한 (지구적 또는 행성적 차원의) 도시사회로의 전환과정을 함의한다.
--- p.220
오늘날 도시적 소외는 이러한 분배적 정의의 새로운 방안들의 모색만으로 극복되기 어렵다. 자본주의적 도시 소외의 핵심은 노동 및 생산과정에 있다. 노동은 인간이 물질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계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잉여가치의 창출을 위한 임금노동으로 전락함으로써 소외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심화되고 있는 노동의 소외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동의 영역 밖에서 탈소외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비록 그 바깥에서 탈소외의 가능성을 실현한다고 할지라도 노동의 영역은 여전히 소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생산적 정의가 필요하다.
--- p.321
🖋 출판사 서평
물신화하는 도시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 사회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최첨단 사회가 일 것이라는 벅찬 희망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이 점점 기술적 타율에 의해 지배되며 인간은 철저히 소외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장엄한 외관은 도시를 만들어 내는 인간의 고통을 감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삶이 짓눌리고 있음을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느끼긴 할지라도 왜 이러한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렇게 도시 공간은 점점 더 물신화되고, 도시인의 삶에는 소외가 만연해질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망각된 소외
소외의 개념은 헤겔과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마르크스주의와 키에르케고르와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실존주의의 철학적 전통들 속에서 핵심적인 이슈였으며, 프랑크푸르트학파나 포스트모던 이론가들로 이어져 1970년대 철학 및 사회이론에서 연구의 정점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외 연구는 학문적 사유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정보화 사회 또는 탈산업사회로의 전환으로 인간의 소외가 점차 완화된 것으로 추정 또는 기대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의 소외는 완화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되고, 이로 인해 소외 개념이 본질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외는 오늘날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탈소외로서의 공간 정의
도시의 사회공간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을 소외의 개념으로 풀어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소외로서 정의’의 개념을 들 수 있다. 르페브르가 “도시적 소외는 소외의 다른 모든 형태들을 담고 있으며, 또한 이들을 지속시킨다”고 주장한 것처럼 오늘날의 거대하고 복잡해진 도시공간은 모든 유형의 소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욱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소외에 대한 성찰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인의 삶을 억누르는 ‘도시 소외’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소외로서의 ‘공간 정의’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부활하고 있다.
도시 소외와 공간 정의
이 책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구상된 연구를 위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 소외에 2가지 방식으로 접근한다. 먼저 근대 및 탈근대 도시의 형성과 발달과정에서 밀접하게 관련된 여러 요소들이나 과정들이 도시 소외를 어떻게 유발, 촉진하는가를 살펴보고(제1부), 나아가 주요 이론가들의 연구를 공간적 관점에서 재고찰한다(제2부, 제3부, 제4부). 이를 통해 도시 소외 및 공간 정의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의 구상 틀이나 여러 논제들을 제시함으로서 그 의의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