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는 피스톤스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아지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 팀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보여준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온 서부 원정 21연패를 끊어낸 경기이기도 했고, 시즌 초반 서부 원정 4연전을 2승 2패로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경기이기도 했죠.
피스톤스로서는 드물게 ESPN에서 전국 중계 방송된 경기이기도 했는데, 킹스도 이건 마찬가지였는지 데시벨을 측정해 기네스북에 등재되는등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딸랑딸랑거리는 종을 개인에게 나누어주어서 경기장 분위기가 무척 시끄럽고 격앙된 분위기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박빙이었던 경기를 3쿼터 막판에 열점차로 벌린뒤 이 차이를 끝까지 유지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게임의 MVP는 조쉬 스미스였습니다. 스탯으로 기록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다 해주었습니다. 44분간 뛰면서 21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5스틸 4블락. 6-13의 야투율에 3점슛은 2-6. 피스톤스가 조쉬 스미스를 왜 데리고 왔는지 증명해준 게임이었습니다. 그렉 먼로가 커즌스를 막느라 애를 먹으면서 파울이 쌓였고 때문에 제한된 시간만을 소화할 수 있었는데 이 공백을 스미스가 완벽하게 메워주었습니다. 수비에서는 5스틸 4블락이 말해주듯이 forced turnover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리그 최강의 선수임을 보여주었고, 속공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게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조쉬 스미스에 무엇을 하는지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겁니다. 팀이 이 조쉬 스미스를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거죠. 스미스는 늘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줍니다. 볼을 가지고 있어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오픈 코트에서도 하프 코트에서도,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인사이드에서도 아웃사이드에서도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가 던진 6개의 3점슛은 거의 대부분 리듬 슈팅이었습니다. 팀 공격의 흐름을 깨는 어이없는 샷은 거의 없었어요. 스스로를 잘 제어하고 있고, 현명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우승팀에 필요한 최고의 조각이 될 수도 있고 최하위 팀의 외로운 에이스가 될 수도 있는 선수예요. 팀이 스미스를 어떻게 활용해 위닝팀으로 올라갈지 고민해야 할 겁니다.
스미스와 함께 스트롱사이드를 장악한 선수는 브랜든 제닝스였습니다. 예의 확률낮은 야투는 여전히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그의 부정확한 야투는 팀의 공격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었지만 스미스와 함께 러닝 게임을 주도하면서 템포를 높이고 하프 코트에서는 상대팀 일선 수비를 앞으로 끌어 내면서 빅맨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등, 포인트가드로서 나름의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브랜든 나잇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같은데요, 낮은 야투율은 비슷하겠지만 게임 내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의 정도에서 나잇과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턴오버를 해도 자신이 금방 다시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달까요. 스미스와는 다르게 공격의 흐름을 끊어먹는 야투를 던지는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어제처럼 먼로가 파울트러블에 걸렸을때 제닝스-스미스 조합으로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야 하는지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위크사이드에 열려 있는 슈터들을 찾아내는 능력도 나쁘지 않았구요.
벤치에서 나와 고비때마다 위크사이드에서 흐름을 다시 살려낸 스터키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30분의 출전 시간 대부분을 2번에서 플레이했는데요, KCP가 주전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게임의 중요한 순간 코트 위에 있었던 선수는 스터키였습니다. 외곽슛은 없지만 미드레인지에서 공간이 오픈되면 여지없이 마무리짓는 능력은 좋았습니다.
괴물같은 더블-더블을 기록한 드루먼드도 점점 자신의 ceiling 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코트 전체를 읽는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포스트업 기술이 없으며 좋은 풋웤도 가지고 있지 못한데 슛터치도 참 투박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대단히 제한적인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몸뚱이가 사기이긴 한 것 같습니다.
KCP는 커리어 최초로 선발로 출전, 수비와 속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3점슛 영점을 잡지 않으면 더 많은 출전시간을 얻지 못할 것 같네요. 수비에서 KCP가 나올 경우 상대적으로 퍼리미터 수비까지 안정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가 3점슛 감각을 빨리 회복해 더 긴 출전시간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천시 빌럽스가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윌 바이넘이 네번째 가드로 밀려 나면서 피스톤스는 제닝스 - KCP - 스터키 로테이션으로 게임을 치뤘습니다. 싱글러가 23분을 뛰면서 스미스가 4번으로 갈때의 스몰 라인업에서 위크사이드 코너 3점슛 스페셜리스트 롤을 맡았는데 기대했던 외곽슛 감각은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슈팅 밸런스가 깨진 것 같습니다) 의외로 골밑에서 받아먹기를 잘 해주면서 팀의 일곱번째 로테이션 멤버로의 입지를 굳혀 가는 것 같습니다.
팀은 빅볼을 구사할 때에는 상대팀의 퍼리미터 패싱 게임에 농락당하며 오픈 3점슛을 쉽게 내어주는 약점이 있습니다. 상대팀이 3가드 라인업을 들고 나올 경우 거의 답이 없어지는데요, 모 칙스는 이럴 경우 드루먼드나 먼로중 하나를 바로 벤치로 내리고 싱글러를 투입하면서 나름의 대처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싱글러와 예렙코, 다토메등 벤치에서 나오는 3,4번 백업도 모두 발이 빠른 편은 아닙니다. 이들은 공격에서 외곽슛이 가능하긴 하지만 요즘 리그의 트렌드처럼 빠른 위크사이드 움직임과 볼무브먼트를 통한 스페이싱 창출에 적합한 유형의 선수들도 아니구요. 코너 3점을 활용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피스톤스는 페인트존에서의 높은 공격 효율에도 불구하고 스팟업 3점 효율에서 상대팀과 차이가 많이 나면서 점수차를 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이즈가 좋은 KCP가 스몰라인업에서 2,3번을 두루 막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괜찮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강화를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팀의 현재까지의 성적은 3승 5패입니다. 피스톤스가 패한 다섯팀은 멤피스,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씨티, 포틀랜드, 골든 스테이트로 이들의 현재까지의 성적을 합치면 31승 13패에 달합니다. 멤피스를 제외한 팀들은 모두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만만치 않은 팀들이었습니다. 때문에 현재 팀이 기록하고 있는 나쁜 수비 지표는 약간 과대계상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모두 좋은 외곽슛 능력을 가진 팀들이고, 빅볼과 스몰볼을 두루두루 잘 구사하는 팀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퍼리미터 수비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커스와의 서부 원정 4연전 마지막 경기를 마치면 홈에서 닉스를 상대하고 (골밑 수비 최악의 팀인데 어떤 경기 양상을 보일지 기대가 되네요) 애틀랜타와의 홈엔어웨이 백투백 게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분위기를 반등시켜 5할 승률로 치고 나가야 시즌 초반 흐름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댓글 3쿼터 초반에 드루먼드가 이지샷을 연거푸 놓치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벤치로 들어갔었죠. 그 때 뒤에서 라쉬드 월러스가 어드바이스를 해주더군요. 그 후 3쿼터 후반, 먼로의 파울 트러블로 벤치로 코트에 돌아온 후, 연속적인 풋백과 덩크로 득점을 올려, 점수 차이를 10점차로 벌리며 승부를 거의 결정지어 버렸죠. 라쉬드의 존재 의의와 드루먼드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장면이라 흐뭇했습니다.
먼로와 커즌스의 매치업에서 어제는 커즌스의 완승이었죠. 코트 비전 및 패싱은 먼로가 위이지만, 골밑으로 파고드는 파워와 피지컬에서는 커즌스가 위입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를 보며 그러한 것 보다 더욱 크게 느껴진 차이점은 점퍼의
유무 여부였습니다. 커즌스는 미드레인지 이상의 거리에서도 슈팅 찬스가 나면 과감하게 점퍼를 날리고, 그 성공률도 높았던 반면, 먼로는 슈팅에 자신감도 없고, 던져봐야 들어갈 거란 생각도 안들더군요. 먼로가 슈퍼스타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점퍼의 장착이 필수란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윌 바이넘이 7분밖에 안뛰었는데.. 참 좋더군요. ㅎㅎ
전 제닝스를 아직 좋게는 못보겠더라구요 틈만 나면 던지고 보려는게 팀의 에이스이자 1옵션처럼 구는데 팀의 에이스도 아닌데다 들어가지도 않으니까요ㅎㅎ그래도 요번엔 공을 돌리려는 모습이 전보다 제법 더 잘 보이는게 기특하더군요ㅋㅋ
그나저나 예전엔 커슨스가 대단하다고해도, 먼로나 커즌스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재능의 차이라는게 무엇인질 느끼게 되더군요 멘탈의 차이가 심한데 말이죠 그래도 먼로라면 더 나아지리란 기대감이 있지만요
그리구 저 역시 바이넘이 얼마 안나오니 좋더군요ㅋ
제닝스 샷 설렉션 빨리 고쳤으면 하네요~ 밀워키에서 본인의 역할에서 빠져 나와야할듯
제닝스가 리딩도 좋은편이고 나쁜 샷을 많이 던지는거 같진 않은데, 가끔 던지는 배드 샷들이 워낙 임팩트가 큰것들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거 같습니다. 스터키는 식스맨으로 정말 성공적이네요. 첫 전국방송에서 서부원정 연패를 끊은점, 원하는 베스트5가 나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