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는 일은 반복적이면서도 언제나 새롭다. 사려고 작정했던 것 말고 뭔가를 더 추가하는 것도 흥미롭다. 길가엔 언제나 물건들이 쌓여 있고, 그중 어느 것인가에 끌려 우리는 계획에 없던 것을 사게 된다. “오는 길에 사면 될 것을 서두르”는 이상한 순간적 심리가 작동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해서 구매한 물건들의 거의 불가능한 조합이 이루어진다. 톱을 사러 갔다가 귤도 사게 되는 것이다. 톱과 귤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만남은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파격적인가를 알려준다. 귤 봉지가 톱니에 걸려 찢어지고 귤이 쏟아지는 것도 이러한 파격의 연장이다. 그리하여 귤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방금 전까지 예측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눈앞에서 태연히 펼쳐진다. 그뿐 아니다. 삶은 이상한 것이다. 애초에 작정하고 샀던 톱은 사용 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게 잊히지만 우연히 샀던 귤은 아니다. 귤을 모두 꺼내놓은 지 며칠이 지나도 웬일인지 “주머니에서 귤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예정에 없던 귤은 오히려 하나의 사건이 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