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용 신부님 페북)
광복절의 뜻을 왜곡하는 적반하장
—진짜 ‘범죄자 사면 잔치’는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적반하장’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생생하게 구현된 경우가 또 있었을까.
국민의힘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파렴치한 범죄자 사면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논평은 내용과 주체 모두에서 심각한 도덕적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누가 범죄자인가?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은 이미 법적 절차를 거쳐 상당 부분 무죄가 확정되었거나, 유죄라고 해도 정치적 표적수사와 과잉기소 속에서 빚어진 경미한 사안이다. 조국 사건은 검찰권 남용의 교과서가 되었고, 윤미향 사건 역시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의 대표적 사례였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중에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중대한 범죄가 인정된 인물들이 버젓이 복권되어 돌아왔다.
예컨대,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 ‘파렴치한 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을 배출한 정당이 ‘공정’을 말하는 것은, 마치 불법 사채업자가 금융 윤리를 강연하는 꼴이다.
현대판 음서제? 아니, 기득권 세습의 장본인은 누구인가? 국민의힘은 조국 전 대표를 “현대판 음서제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현대판 음서제, 특권과 세습의 온상은 한국 보수 정치, 국민의 힘 그 자체다.
수십 년간 지역주의와 조직 동원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며, 재벌·관료·정치 권력이 맞물린 ‘권력 카르텔’을 형성한 것이 누구였는가? 수많은 고위직 자녀들이 공기업·대기업·권력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누구의 통치 아래 고착화되었는가.
조국 사태를 빌미로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은, 기득권 유지의 본질을 가린 정치적 연막이었다. 진정한 불평등의 구조는 손대지 않은 채, 한 명의 개인을 희생양 삼아 ‘정의의 가면’을 썼을 뿐이다.
위기의 청년들을 갈라치기하며 정치를 수렁으로 떠민 주범들이 하는 짓을 보며 악의 악랄함과 교활함을 마주한다.
광복절의 의미를 모독하는 진짜 주체는 국민의 힘 내란정당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광복절이 악질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날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묻고 싶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을 유린한 쿠데타 세력, 광복의 가치를 거꾸로 돌린 군사독재 잔당의 후예가 광복절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광복절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날이자, 모든 억압과 불의로부터 해방을 기념하는 날이다. 보수정권은 수차례에 걸쳐 이 날을 ‘정권 친위 세력 구제의 날’로 만들어왔다.
이승만 정권 시절 친일 경찰과 관리들이,
박정희·전두환 시대에는 유신 잔당들이,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권력형 비리 정치인들이 광복절을 ‘면죄부 데이’로 소비했다. 내란범 윤석렬, 일본에다가 퍼주기 했던 윤석렬을 두고 친일 이완용 얘기를 들먹이는 국힘은 정말 후안무치하다.
국민의 짐으로 살아온 국힘당은 국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내란 정치’ '친일정치'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조국·윤미향 사면을 두고 또다시 ‘국론 분열 프레임’을 꺼내든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가 에너지를 좀먹는 내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민생·기후위기·양극화·국제질서 변화 등 산적한 국가 과제를 외면한 채, 과거의 정치 공세를 되풀이하며 사회 갈등을 의도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운영 방해’에 가깝다. 한마디로, 다시 내란당(內亂黨)이다.
적반하장의 정치은 이제 종말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정당성은 사면 대상의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조국과 윤미향의 사면은 오히려 정치 보복 시대를 끝내고, 사회 통합을 향한 상징적 제스처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진정 ‘범죄자 사면 잔치’를 우려한다면, 먼저 자기 발밑을 보라. 자신들의 부패와 범죄, 그리고 그로 인해 희생된 민주주의의 잔해 위에 서서 ‘공정’을 외치는 모습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의 초상이다.
역사는 언젠가 이런 적반하장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이 위선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