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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의 성공의 비결에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내려 오는 디자인이 자리하고 있다.
부시 돌 바퀴의 소재적 발전과 케이스 마무리의 공법적 변화 외에는 블라이스델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지포 방풍 라이터의 기본 컨셉은 이미 70여년 가까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모든 지포의 제품들은 평생 품질 보증이 따르고 있다.
“작동하지 않으면 무료로 수선해 드립니다” 이것이 지포의 A/S 슬로건이고, 창업후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유지되어 온 방침인 것이다(물론 고장률은 지극히 적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포의 라이터들은 국내에서 사용하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고장이 발생하면 바로 미국 본사로 보내 A/S를 받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배송료는 모두 무료이다.
지포는 1932년 펜실베이니어의 브래드포드에서 설립되었다.
설립자 조지 G. 블라이스델은 보기에도 좋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라이터를 만들기로 결심하였고, 오스트리아의 업체로부터 방풍 기술과 분리 가능한 뚜껑 기술에 대한 사용권을 획득하였다.
블라이스델은 이 바탕을 가지고 자신만의 제품을 위한 재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케이스를 사각 상자 모습으로 만들었고, 뚜껑은 용접된 돌쩌귀를 사용해 몸통에 연결했다. 그리고 심지 주변은 방풍 후드로 에워 쌓았다.
당시 혁명적인 발명품으로 칭송받고 있던 지퍼(zipper, 설명이 필요 없는)에 착안하여 블라이스델은 자신의 새 발명품에 지포(Zippo)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고, 오늘날 지포의 신뢰성을 쌓아 올린 결정적 계기가 된 평생 품질 보증을 실시하게 된다.
전장의 화염 속에서 병사들의 정신과 교감 의문의 여지없이 지포란 이름을 세계 만방에 알리게 된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2차 세계 대전일 것이다.
병사들은 소중한 보물처럼 지포 라이터를 전장 어느 곳에서든 휴대하고 다녔다.
1943년부터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지포의 모든 생산품들은 전 세계의 전장에 세워진 PX(야전 매점)로 실어 날라졌다.
주 원료로 사용되었던 황동과 크롬이 공급이 달리자 지포의 방풍 라이터는 다공성의 저급 금속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위에 두툼한 검은 페인트를 칠하고, 열 처리를 하여 표면에 균열감이 생기도록 마무리되었다. 내부의 연료 유닛은 아연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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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아트로 남은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지포 라이터 |
많은 병사들은 휴대하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손을 대는 일이 잦았다.
자신의 이름이나 그림, 출신 지방을 새기기도 했고, 자신들이 바라는 모든 종류의 희망과 꿈, 두려움 그리고 그리움에 관한 메시지들을 새겨 넣었다.
이런 종류의 이미지들은 종종 트렌치 아트로 불리곤 한다.트렌치 아트 즉 참호 속에서 만들어진 미술적인 결과물을 지칭하는 이 말은 1차 세계 대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는데 전장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병사들의 심리 상태가 참호 벽이나 소지하고 있던 물품에 그려진 것들에서 유래했다.
남아 있는 트렌치 아트 유품들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얻게 되는데 많은 콜렉터들은 이런 트렌치 아트 중 지포 라이터를 유독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현대사를 아우르는 어느 전쟁에서건, 어떤 전투에서건 병사들은 지포 라이터를 휴대하기 마련이었고, 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까지 전장에 개인으로 서 있던 병사들의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이 지포 라이터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는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의 트렌치 아트로 남아 있는 지포 라이터라도 뚜껑을 열고 부시 돌을 튀기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불꽃이 피어 오른다는 사실은 “왜 지포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간명하면서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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