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책을 찾아드립니다. 수수료는 당신 삶의 이야기!”
2년 만에 돌아온 속편
여전한 감동과 미스터리,
그리고 더욱 강화된 환상성과 서늘함
『헌책방 기담 수집가: 두 번째 상자』가 출간되었다. 2년 만의 속편으로, 전작의 감동과 재미를 이어나간다. 헌책방 주인인 작가는 절판된 책을 찾아주는 대신, 의뢰인에게서 그 책에 얽힌 삶의 이야기들을 수집해왔다. 이를 담아낸 전작은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일본, 중국, 러시아, 태국 독자들과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속편이 찾아왔다.
속편은 기존 독자들은 물론, 신규 독자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도록 구성했다. 의뢰인의 개별 사연들이 여전한 감동과 재미를 자아낸다. 새롭게 눈에 띄는 점은, 한층 더 강화된 환상성과 으스스함이다. 작가는 ‘심야책방 기담회’ 자리에서 나온 기기묘묘한 사연들을 긴장감 있게 들려준다. 중편 분량으로 담은 미스터리한 모험과, 조력자들의 과거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 저자 소개
윤성근
서울 은평구에서 헌책방을 꾸리며 책에 둘러싸여 읽는 삶을 살고 있다. 책방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이 좋았고 헌책방 주인장이 되는 꿈을 꿔왔다. 컴퓨터를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늘 책을 가까이했다. 서른 즈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와 헌책방에서 책밥을 먹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열었다. 헌책방을 운영하지만 신간도 사서 읽는다. 한 달에 30~40권 정도다. 그 사이에 책방에 탐나는 책이라도 들어오면 손님이 구매하기 전에 읽는다. 책을 즐기고, 책과 함께 생활하며, 책으로 노동한다. 그야말로 책과 함께한다. 책 읽는 사람이 내딛는 변화의 발걸음과 자유로움을 지지하며, 책 읽기를 주제로 풀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그 마음을 이번 책에 담았다.
2018년에는 서울 지역 서점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우수 서점인 표창을 받았다. 서울 책방학교에서는 작은 책방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공유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책 행사에서는 특강을 진행했다. 헌책방 일을 하는 틈틈이 글도 쓴다. 저서로는 『헌책방 기담 수집가』(2021), 『서점의 말들』(2020),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2018),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2016), 『내가 사랑한 첫 문장』(2015) 등이 있다. 덧붙이자면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애정해 여러 나라에서 펴낸 앨리스 책과 굿즈를 수집하고 있다. 피터 뉴웰이 삽화를 그린 1901년판과, 이탈리아에서 펴낸 이수지 작가의 그림이 들어간 초판 앨리스 책을 특히 아낀다. 책방 이름도 여기서 따 왔다.
📜 목차
1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아, 살아 있다
에티오피아의 달팽이
ABC 마니또 수수께끼
채플린과 함께한 여름방학
두 번의 가출
할머니를 위한 즉흥곡
언어를 다듬는 조각가
2부 목요 문학회 미스터리
사건 편
추리 편
해결 편
3부 심야책방 기담회
늙지 않는 남자
이 책, 재밌어요
미영이의 오디오북
기이한 여정
도서관 귀신 소동
4부 책과 함께 꾸는 꿈
수수께끼의 펜팔 친구
신이 보내준 사람
거구지만 괜찮아
오지라퍼 전주 이씨
아버지의 꿈
30년 동안의 인연
외전: 조력자들
시계 수리공 N씨
책 보부상 H씨
📖 책 속으로
모든 책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그 책이 한 번 더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책을 읽어주었을 때다. 책은 다 같은 책이지만 어떤 사람의 손에 닿아 책장이 넘겨지면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책이 된다. 독자와 책이 만나면 세상 무엇과도 같지 않은 멋진 삶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 순간이야말로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 p.9
“놀라지 마세요. 의사가 상상하던 일을 해보라고 그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뭐였게요?”
“글쎄요. 설마 마라톤 풀코스 완주 같은 건 아니겠죠?”
“아뇨. 책을 읽고 싶었어요.” 안경 너머로 M씨의 눈가가 또 살짝 움직였다.
--- p.23
“정이라는 단어도 발음하면 예뻐요. 한국어에는 그런 말이 많아요. ‘사랑’, ‘아름다움’, ‘강물’, ‘봉우리’. 이런 말로 서로 대화하면 마음도 예뻐지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정말로 우리말엔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발음이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았다. 늘 쓰는 말이라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외국인의 입을 통해 들으니 자주 다니던 산책길에서 새로 피어난 풀을 발견한 듯 신선한 감각이 느껴졌다.
--- p.35
그런데 선생님은 내가 쓴 장래희망인 ‘실내야구장 주인’을 보고는 웃지도 않았다. 장난이라고 판단했던 건지 지우고 제대로 다시 쓰라고까지 했다. 나는 잔뜩 겁을 먹고는 글자를 지우개로 지워 없앴지만, 거기에 또 뭘 써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은 “시간 없으니까 아무거나 써. 대통령 같은 거 쓰면 되잖아!”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 p.53
모든 사람의 앞엔 각자의 베일이 있어서 인생의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베일에 색도 칠해져 있다면 안개 낀 숲길을 헤매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인생의 베일을 걷어주 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인생에 저마다의 베일이 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알려줄 뿐이다.
--- p.74
“글은 물론 잘 써야 하지만 책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사람들이 돈 내고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연히 책을 쓸 때는 사람들 입맛에 잘 맞추는 기술도 필요해요. 음식점에서 주방장이 자기 입맛에만 맞춘 요리를 만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럴 거면 가게를 열면 안 되는 거죠. 제아무리 글을 잘 써도, 결국 읽히는 책은 따로 있어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내용을 써야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말이에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p.135
가게 안은 밀림처럼 책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이 있었나, 새삼 실감했다. 책을 고르는 건 고사하고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때, 마치 이끌리기라도 하듯 한쪽 책장으로 몸이 움직여졌다. 곧이어 책장 한구석에서 얇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왜 그 책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길이 없다.
--- p.172
“아, 그렇군요. 아까 쳐다보시는 것 같길래... 그럼....”
“잠깐만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그가 말했다. S는 놀라서 다시 앉았다. 다음 순간 그는 읽고 있던 책을 닫더니 표지를 S쪽으로 보여줬다.
“이 책, 재밌어요.”
--- p.180
Y는 책을 어루만지며 이제 방랑은 끝났다고 자신을 향해 선언했다. 사방으로 찾아다닌 파랑새가 사실은 자기 집에 있었다던 동화가 떠올랐다. 삶의 이치를 찾아 수십 년 떠돌이 생활을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알았지만, 받아들이는 방법을 미처 몰랐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중요한 깨우침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통해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알 수 있다.
--- p.220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난다면 그것은 진짜 세상이 아니다. 삶의 이야기는 소설과 달리 의외로 모순투성이고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라는 미로 속을 떠돌아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그러므로 길을 걷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를 어쩌다 만나거든 순수한 마음으로 손 내밀어주길 바란다. 기이한 일들이 안개 입자만큼이나 빽빽하게 들어찬 막막한 세상에서 이보다 더 소중한 인연이 또 어디 있겠는가.
--- p.224
새책은 공장에서 태어나 곧장 서점으로 오는 것이라 아직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상태다. 읽은 사람이 없는 책은 아직 책이 아니다. 책은 누군가가 읽었을 때 비로소 책이 된다. 읽히지 않은 책은 글자가 적힌 종이뭉치일 뿐이다. 거기에는 아직 어떤 이야기도 스며들지 않았다.
--- p.247
사랑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치 않은 둘만의 아름다운 우주가 아닐는지. 하늘 위에 셀 수 없는 많은 별과 은하계들이 존재하듯이 이 세상에도 그만큼의, 아니 그 이상의 사랑이 날마다 태어나는 게 아닐까.
--- p.268
그가 내게 해준 말처럼 곡선이 올라간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고 내려갈 때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복의 총량은 어느 방향으로 삶이 움직이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사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내 판단은 수정되어야 옳다. L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모르긴 해도 태조 이성계보다도 훨씬 행복한 삶을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오지라퍼 전주 이씨로 기억될 것 이다.
--- p.290
사람 사이의 인연은 대개 특별한 매개체가 보이지 않는 끈 역할을 한다. 돈이나 자동차, 반려동물이 그런 역할을 맡기도 하고 때로는 또 다른 사람이 인연의 끈이 되는 수가 있다. 나는 책 다루는 일을 오래 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책과 사람이 이어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 p.303
헌책방의 책을 둘러보다가 유독 어떤 책 한 권에서 약한 빛이 배어나오는 걸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 마치 그 책이 부르고 있는 것처럼. 그럴 때 전혀 관심이 없던 책이라고 해도 한 번쯤 꺼내서 펼쳐보 길 바란다. 그 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인연이 만들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때론 책을 손에 잡은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책 속엔 분명히 깃들어 있다.
--- p.314
🖋 출판사 서평
“사연을 들려주시면 책을 찾아드립니다”
아무리 찾기 힘든 책이라도
특별한 여정은 계속된다,
의뢰인의 이야기만 흥미롭다면.
오늘날 책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굿즈일까? 콘텐츠일까? 아니면 데이터 더미일까? 많은 사람들이 점점 그런 방향으로 책을 바라보는 것 같고, 그럴수록 책을 둘러싼 세계는 점차 말라가는 것만 같다. 그렇게 삶의 동반자가 되는 책은 희귀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 책의 저자는 책에 대해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책과 삶이 긴밀히 얽혀 있으며, 인연의 고리가 된다고 믿는다. 그런 생각 아래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10년 넘게 사람들의 ‘인생 책’을 찾아주었고, 그에 얽힌 삶의 사연들도 함께 수집해왔다. 그 방법이 무척 독특하다. 손님이 시중에 절판된 책을 찾아달라고 의뢰하면, 수수료로 돈 대신 왜 그 책을 찾으려 하는지 삶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 것이다. 그 사연들을 정리하여 전작 『헌책방 기담 수집가』를 발간해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년 만에 돌아온 속편 『헌책방 기담 수집가: 두 번째 상자』는 전편의 감동과 재미를 이어나간다. 새로운 에피소드들은 물론, 책 탐정의 중편 미스터리 사연, 그리고 기기묘묘한 심야책방 기담회까지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울러 베일에 가려져 있던 조력자들, 시계 수리공 N씨와 책 보부상 H씨의 과거도 공개된다.
속편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독자들은 물론 신규 독자들도 전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꼭 전작 먼저 읽지 않고 속편부터 독립적으로 읽어도 괜찮다.
총 4부 구성으로, 기본 스타일의 제1부, 제4부가 새로운 스타일의 제2부, 제3부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다. 1부와 4부에서는 전편과 같은 개별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절판된 책과 관련된 의뢰자의 사연이 독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책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추리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2부에서는 중편 분량의 미스터리한 모험 이야기를 다룬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에,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긴 분량으로 사연이 소개된다. 3부는 특히 환상성과 으스스함이 도드라지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있다. 저자가 과거 한여름 밤에 개최했던 ‘심야책방 기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들려준 사연들이다.
‘아, 왜 나는 살면서 이런 책, 이런 사연이 하나도 없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당신은 저자의 헌책방에 의뢰자로 언젠가 찾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 마음은 책을 대하는 당신의 관점이 비로소 변화되었다는 표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