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6세 홀에서 바티칸 시국 직원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교황, 바티칸 시국 직원들에 “소리 없이 선을 행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21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바티칸 시국 직원들과 가족들을 만나 성탄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때때로 “겉치장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 시대에 검소함의 길을 제시했다. 아울러 “가정에서는 겉치장할 필요도, 가면을 쓸 필요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사랑, 애틋한 사랑,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Francesca Sabatinelli
“선은 감춰져 있으며, 보이지 않아도 소리 없이 자랍니다. 선은 소리 없이 자라나며, 예기치 않는 방식으로 번성하고, 기쁨의 향기를 퍼뜨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님 성탄 대축일을 며칠 앞둔 12월 21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바티칸 시국 직원들과 가족들을 만나 성탄 인사를 전한 자리에서 “하느님의 온유하신 성품”을 전하는 “감춰짐과 작음”을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은 소리 없이 자라나고 마음에 평화와 기쁨을 준다”며 “이것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늘날 우리는 때때로 겉치장에 집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잖아요.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고 바둥거립니다. 모두가 얼굴은 물론 영혼까지 화장을 하는데, 참 보기 흉합니다. 겉치장의 시대, 화장의 시대입니다. 포도주가 좋은지는 신경 쓰지 않고 값비싼 크리스탈 잔을 원하는 모양새입니다. 좋은 포도주는 일반 잔으로 마셔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겉치장할 필요도, 가면을 쓸 필요도 없죠. 가족들 사이에서는 서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 애틋한 사랑,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라는 좋은 포도주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열매를 맺는 작은 씨앗
교황은 친밀함, 애틋한 사랑,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바로 하느님의 방식이라며,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하느님께서 “위용을 떨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다고 설명했다. “열매를 맺기 위해 땅 속에 감춰져 있는 작은 씨앗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들의 하느님, 꼴찌들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과 더불어 우리 모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가야 할 길을 배웁니다. 곧, 겉으로 보이는 인위적인 종교심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처럼 작아지는 것입니다.”
바티칸 시국 직원들 가족과 성탄 인사를 나누는 교황
사랑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교황은 교회와 사회를 향한 바티칸 시국 직원들의 봉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그들의 업무가 “대부분 매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보여준다며, 그 증거가 “다른 곳보다 이곳 바티칸에서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의 작으심과 감춰지심”을 바라보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 직원들에게 사랑은 요란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의 작은 몸짓 속에서, 서로를 향한 배려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가족, 일상의 평범한 일, 작은 감사의 몸짓, 배려하는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성탄 구유를 바라보면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향한 마리아와 요셉의 배려와 애틋한 사랑을 상상해 봅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이러한 삶의 방식이 깃들길 바랍니다.”
번역 김호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