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의 항명 사표라는 태풍이 국가의 기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당권주자 시절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접어들던 당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으며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를 거부,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야당 의원이던 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 기강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들 앞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6년 뒤 민정수석 ‘패싱(무시)’ 논란이 이번엔 문재인 청와대에서 불거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발표한 검찰 인사안을 대통령에게 재가받는 과정에서 신현수 민정수석이 배제됐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법무부 장관-민정수석’ 간 문제라는 점에서 청와대 비서실 직속 관계인 ‘비서실장-민정수석’ 이 충돌했던 김영한 전 수석 때와는 구도가 조금 다르다.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인 민정수석 간 힘겨루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청와대 수석은 차관급이지만, 사정·인사검증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 대통령 최측근이 앉아 법무부 장관을 압박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사법연수원 10기) 민정수석은 검찰 후배인 이귀남(연수원 12기) 법무부 장관과 일했다. 그래서 권 수석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박근혜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 검찰과의 관계 정립에 어려움을 겪다 5개월만에 교체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처럼 단명하는 경우도 있다.
18일 청와대는 “신현수 민정수석이 18~19일 이틀 휴가원을 냈다.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22일 출근할 예정”(고위 관계자)이라고 밝혔다. 당·청은 당장 갈등이 드러나지 않게 덮으려는 분위기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확인차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봤다”며 “이견이 있던 건 사실 같다. (하지만) 잘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신현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의 민정수석이던 시절 사정비서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사람”이라며 “어쨌든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 중 친(親)조국 성향의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깊숙이 개입, 박 장관 편에 섰다는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실 내 이견은 없다”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직속 관계인 민정수석-민정비서관 간 불협화음이 본격적인 ‘항명’ 프레임으로 비쳐지는 걸 경계하는 기류가 강하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김영한-우병우 관계를 날 세워 비판했다. 위로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아래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에게 패싱당했다는 김영한 수석을 두고 그는 “지금 청와대에는 위아래도 없고, 공선사후(公先私後)의 기본개념도 없다”며 “‘콩가루 집안’이란 말이 있지만, 국가운영의 심장부가 어떻게 이처럼 비극의 만화경일수 있는가”라는 내용의 긴급 성명을 냈다.
18일 국민의힘에서는 신 수석을 두고 “비정상적 일들이 너무 빈발하니 임명된 지 한 달 밖에 안 된 핵심 측근인 민정수석이 반기를 들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아니겠나”(주호영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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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년 남았다.이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