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유학의 원조, 김용택 시인
선진외국이나 대도시가 아니라 '깊은 산골'로 유학가는 역주행 사례가 마을마다 벌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산촌유학‘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중이라도,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산촌의 학교를 다니고 시골살이를 체험하는 ‘산촌유학’이란 기존의 생태캠프나 자연체험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한 체험이나 놀이에 그치지 않고 한 지역에서 자연과 더불어,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생활해야 한다. 농가의 어른들이 도시 아이들의 임시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어 시골의 공동체문화, 자연환경, 생태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몸으로 익히도록 본을 보인다.
산촌유학은 34년 전 일본의 한 교사가 시작했다. 입시 지옥에 빠져 있는 도시 아이들에게 지역의 농가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농가의 일을 돕도록 했다. 자립정신과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주려는 목적이었다. 점차 농가에서 머물기 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본격적으로 산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폐가가 된 농촌 살리기’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마저 거두었다. 지금 일본은 180여 지자체가 산촌유학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촌유학의 원조는 김용택 시인이다. 2006년 재직하던 임실 덕치초등학교의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실험이 그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 주로 어머니와 함께 이사해 생활하고 있다. 이른바 가족형 산촌유학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후 완주 고산, 단양 한드미, 양구 팔랑리, 진안 새울터전원마을 등의 센터형 또는 농가 복합형사례, 밀양 단장, 울주 상북의 지역아동센터 결합형 사례, 경남 함양, 경북 예천의 농가형 사례 등이 속속 산촌유학의 길에 따라나섰다.
상주 화북, 양양 오색(설악산 자연학교), 진안 용담(송풍초교), 남원 산내, 봉화 재산(내일학교), 경주 양북 범곡리, 양산 배내골 등에서도 산촌유학을 준비하거나 추진중이다.
산촌유학은 곧, 마을만들기
산촌유학의 의미는 그저 새로운 교육방식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교육사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마을만들기, 지역활성화를 이루는 중요한 방법으로 산촌유학을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관계하는 학교나 교육단체 등의 조직이 바로 마을만들기의 중요한 요소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산촌유학을 하는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그 지역의 주민, 문화, 자연과 관계를 맺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밖에 없다.
강원도 양구 동면 팔랑리에서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 부설 철딱서니 학교가 운영하는 양구산촌유학센터는 마을만들기와 산촌유학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이곳의 임당초등학교 팔랑분교는 전교생 13명에 3명의 교사가 있었으나 2007년 10월부터 산촌유학을 하면서 전교생이 20명으로 늘어나고 교사는 1명이 증원됐다.
2007년 여름, 마을 주민소유 빈집을 사단법인문화도시연구소에서 마을 공익 이용조건으로 지상권만 매입, 전면 개보수해 청소년 교육체험 비영리단체인 '도농문화교육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산촌유학을 준비한 것이다.
농촌관광을 통한 도농교류 활성화, 마을 역량강화 지원, 마을의 교육문화프로그램운영 지원,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운영, 도시 아이들의 산촌유학프로그램을 통해 폐교위기 에 처한 분교의 활성화 등이 당초 내건 목표였다.
특히 지역사회와 학교가 서로 협력해 도․농 교류학습을 활성화하고 농촌으로의 회귀를 통해 소규모학교 살리기를 통해 '도․농교류 학습의 확산 및 돌아오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추진한게 효과를 보았다는 안팎의 평가다.
마침 산촌유학센터가 자리한 마을의 입지는 고층습지인 용늪(국내 람사협약1호)이 자리한 대암산 자락 400m 준고랭지의 친환경적인 농업과 산촌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산촌유학을 하기에 적지인 셈이다.
산촌유학센터는 시골유학센터 1개동(45평), 펜션형기숙사 1개동(40평), 다목적강당 1개동(30평), 꼬마농부 체험장(논400평, 밭200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산촌유학센터가 들어선 팔랑리를 거점마을로 2012년 까지 7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양구 숨골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대표적인 마을만들기 선진지인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도 산촌유학에 열심이다. 마을위원장 등 선도농가가 앞장 서 아이들의 숙식을 맡고, 마침 산림청에서 산촌생태마을 사업비를 받아 조성해놓은 산림문화회관을 산촌유학센터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산촌유학은 마음 만들기
2007년 2월 국내 최초의 센터형 산촌유학 사례로 출발한 전북 완주의 고산산촌유학센터. 이곳은 원래 사단법인 '한국아난다마르가 요가협회' 본부였다. 귀농인인 조태경센터장이 단식캠프, 요가캠프, 명상캠프, 어린이캠프 등 각종 캠프 수익금으로 농사로 담보되지 않는 초보귀농인으로서의 생계를 의지해온 명상센터이자 마음수련원이었던 것이다.
"'어린이예술치유캠프', '어린이요가명상캠프'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아이들 가슴속의 상처와 시대의 아픔을 껴안게 된" 것이 조씨가 산촌유학센터를 열게 된 분명한 이유이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 참된 지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며 삶의 과정 전체를 이해하게끔 도와주어야 하는 것'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는 조씨는 "교육이란 '각자에게 주어진 이 삶을 스스로 진지하게 탐구해가는 교육’이어야 하며 '저마다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고 바로 이게 산촌유학센터를 시작한 결정정 계기”라는 진솔하고 절절한 자기고백을 털어놓는다.
이 센터에서는 '교육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들은 왜 학교에 다녀야만 하고 수많은 과목을 경쟁적으로 공부하며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일상의 화두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영성(spirituality)을 계발하고 '몸과 마음과 영혼의 완전한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진정한 교육이란 '새로운 세계를 응시하고 창조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터득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따라서 명상수련원이기도 한 고산산촌유학센터에서느 요가와 명상,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치유 등의 마음수련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황토 흙집 짓기, 우렁이 논농사, 옷 만들기와 천연염색, 효소만들기, 과수농사, 산나물채취 등 자연 속에서 스스로 일하고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아이들은 직접 음식 만드는 법도 배우고 이부자리, 설거지, 빨래, 온갖 청소 등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인다. 자립·자치의 인간형, 그리고 무엇보다 공동체의식을 몸에 익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운다.
학생 선발은 이곳의 프로그램 자체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에 '아토피나 비만 등 산촌 유학 생활이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전학 희망자'를 우선하여 3대1이 넘는 경쟁을 거쳐 선발했다. 현재 16명의 아이들이 전학생 또는 교류학습자로 생활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초 학생수 13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해있던 완주군 고산면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에 산촌유학생 6명이 전학오면서 학생도 늘고, 교사도 2명이나 증원돼 학교도, 마을도, 지역도 활기를 되찾았다. 중학생은 완주중학교에 다닌다.
강원도 양양 오색리에도 마음을 수련하는 오색산촌유학센터가 문을 열어놓고 있다. 장년의 우성숙씨는 '설악산자연학교'라는 마음수련센터로 시작,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내내 붙잡고 살았다.
"오색산촌유학센터는 아무런 철학도 시간도 프로그램도 없다"는 우씨는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이랑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설악산 오색에서 그냥 신나게 놀려고" 산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토피로 고통 받는 친구들, 부모님이 먹고 살기 바빠 챙기지 못하는 친구들, 숙제 없고 학원 없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 친구들, 자연 속에서 자연과 같이 자연처럼 살고 싶은 친구들'이 우씨가 같이 놀고 싶은 아이들이다.
고산산촌유학센터 강령의 취지문은 '아이들은 자연이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학생들은‘나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늘 선서하고 마음에 새긴다. 마음 만들기가 곧 ‘마을 만들기’이고 ‘세상 잘 살아가기’라는 진실을 산촌으로 유학간 아이들은 배우고 깨닫고 있는 것이다.
산촌유학의 메카, 영남지역
전국에서 가장 산촌유학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 경북, 경남 등 영남지역이다. 주로 사회복지 활동가 들이 주축이 돼 사업을 펼치고 있어 지역아동센터와 결합한 형태와 방식을 띠는 것이 이 지역만의 산촌유학 특징이기도 하다.
1970-80년대 도시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방치된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하여 민간운동차원에서 시작된 공부방에 역사적 근원을 두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아동의 권리 보호, 학습 등 교육, 놀이 및 오락, 지역사회 연계 등의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어 산촌유학센터와 자연스럽게 접선하고 있다.
경남지역에는 2008년 1월 울산 상북지역아동센터, 2월 밀양 산동지역아동센터가 문을 열면서 이른바 '영남알프스지역 공동체살리기'라는 면단위 거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산촌유학센터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영남지역에서도 울산(울주) 지역의 사례는 단연 주목할만하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는 울산 소재 사회복지 및 환경운동 관련 지역활동가들이 마을에 터를 잡고 소호지역아동센터, 소호산촌유학센터를 설립하고 소호분교 아름다운작은학교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소호마을 산촌유학 사업 역시 마을만들기 운동의 시각과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살기좋은 소호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호리는 울산과 경주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산촌지역으로 이농현상과 아동의 타 지역 유학 등으로 학생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 소호분교가 폐교위기에 놓여있다. 지역아동센터 기반 산촌유학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친화적인 방과후 보육과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려고 한다.
소호지역아동센터와 산촌유학센터 설립은 울산지 교육청, 지역문인, 울산생명의 숲,울산환경운동연합, 민노총, 참교육학부모회, 지역중고교 교사, 그리고 소호리 마을주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산촌유학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장치가 될 재정적인 후원그룹과 협력단체에는 지역의 기업과 독지가들이 참여하고, 사단법인을 통한 지속적인 후원금 모금 등도 병행하고 있다.
연내 개소를 앞두고 설립 및 개소 작업은 건물 리모델링, 전통생활체험, 숲체험로, 야외교실 등의 야외체험학습시설 제작, 프로그램 기획, 리플렛, 인터넷카페 등 홍보, 공동농장 조성, 산촌유학 시범마지원사업 추진 등 분야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이 역할분담하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의 활동가들은 경북도의 민간단체 지원사업 등의 일환으로 산촌유학전국협의회 운영, 산촌유학활동가 양성과정, 산촌유학 캠프, 지역 아동센타 교류, 산촌유학마을 조사, 마을지도 제작 등의 전국적 사업 또한 주도하고 있다.
울주군에는 두서면 내와마을에도 울산숲자연학교를 통한 '숲자연학교의 산촌유학을 통한 마을만들기로의 확장'을 위한 '아름다운 체험마을 내와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경북지역에서는 경주시 내남면과 양북면에서는 경주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산촌마을사람들이 마을만들기 사업과 노인 및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연계한 산촌유학 사업을 추진중이다. 추진모임의 대표인 최경락씨가 2002년 폐교를 임대, 자연명상원으로 출발, 생명의 숲 자연학교 등을 겸하며 생태적인 학습프로그램 위주의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농가형산촌유학은 경남 함양, 경북 상주 및 예천에서는 귀농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에서는 햇살네 농가를 중심으로 인근 마천초등학교와 서하초등학교와에서 정규학과를, 방과후에는 책읽고 글쓰기, 농사체험, 전통놀이,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계절별로 단기 체험 및 교류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경북 상주 화북면에는 귀농인 농가 중심으로 추진되던 산촌유학 사업은 인근 초등학교와의 제휴 협의가 진행되는 상태이다.
귀농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지역으로 알려진 봉화(내일학교)와 합천(자연학교)에서도 도시와 농촌을 잇고 소통시키는 유효한 프로그램으로서 산촌유학 사업을 준비중이다.
이색적으로 경남도에서는 도내 5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3박4일 동안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과 심성계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자체 주도 경남산촌유학교육원을 함양 안의면에 설립,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가르치는 게 없는 산촌유학
산촌유학을 하는 사람들은 산촌유학은 가르치는 게 없다,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고 한다. 그저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부모이자 교사 노릇을 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고 시골살이의 단순하고 소박함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경북 예천 용문의 산촌유학센터에서도 가르치는 게 따로 없다. 굳이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지 않는다. 시골살이 자체를 온통 교육프로그램으로 보고 일상을 가족이 되어 함께 생활할 뿐이다.
이곳에서는 우선 계절별로 농사체험을 한다. 씨앗 뿌리기, 김매기, 물주기, 잎 따고 열매 따기 및 캐기, 거두기, 잿간 화장실을 이용하고 자연퇴비 만들기, 호미·삽· 괭이 사용하기 등이 있다. 사람으로서 먹고사는 기본적 활동들이다.
시골살이에 필요한 물건이나 놀이 기구 만들기도 소중한 교육이다. 나무 의자, 비닐 집, 방충망, 닭장 만들기, 담쌓기, 물총 만들기, 썰매 만들기, 연 만들기, 톱·망치 사용하기 등을 익힌다.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온갖 나물과 꽃, 열매 등으로 산야초 효소, 매실 효소 만들기도 배운다. 우리 음식 만들기,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하기도 생활하는 데 요긴한 산 교육이다.
동물 키우기, 개울에서 여름에 물고기 잡고 물놀이하기, 겨울에 썰매 타기, 산에서 눈썰매 타기, 곤충 관찰, 아침 산책하며 자연의 소리 듣기, 밤 산책하며 별자리 관찰하기, 모깃불 피워보기, 땔감 준비하고 아궁이 불 때기, 고구마, 감자 구워 먹기, 도끼 사용하기, 장날 장보기, 운동화 빨아 보기, 옷 개서 서랍장에 정리하기, 이부자리 개고 펴기, 자기 방 청소하기, 독서, 일기쓰기, 학과 공부하기 등, 산촌생활에서는 산촌이 교실이고 일상이 교육인 셈이다.
주말에는 주변의 금당실전통마을 등 유적지 및 볼거리 탐방, 지역 행사 참여 하기, 다양한 유기농업 농장 방문, 천연 염색 및 천연 비누 만들어 보기, 도서관·청소년 수련관 이용하기, 산행, 명상 등을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한다.
결국‘산촌유학의 생활’이란 '시골에서의 참살이'를 뜻한다는 게 교육의 철학이자 기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생활(삶)'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시간을 가지도록 애 쓴다. 무엇보다 자연요법, 자연밥상 등 시골살이의 식생활에 대해서 몸소 실천하는 프로그램들을 강조해 운영하고 있다.
산이 깊고 계곡이 많은 지리산자락 함양 봄바람네 산촌유학도 특별할 게 없다. 우선 공부를 봐주지 않아도 될 정도의 학습태도와 학교생활에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를 대상으로 주로 단기 교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자연체험이 아니라 농가의 일상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기를 바란다. 특히 자기 생각을 정리하거나 표현력을 높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글쓰기 지도에 많은 힘을 들인다.
음식만들기, 과자만들기, 노작, 탐사방문 활동 등이 낮시간의 주요 교육프로그램이다. 저녁시간에는 다양한 글쓰기를 하거나 일상과 관련한 자기경험 나누기를 한다. 주말에는 함양벼룩시장 참가, 안의면 5일장체험, 함양도서관 방문, 결혼이주민여성들과의 만남 등의 지역활동에도 참여한다. 삶이 교육이고, 놀이가 교육인 셈이다.
산촌유학은 대안 운동
산촌유학은 교육과정으로서는 물론, 마을, 지역, 미래로 나아가는 지속 가능한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산촌유학 제도가 확산된다면 농촌의 붕괴와 공동화를 억제하고 도농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유력한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도 그랬듯이 최근 진안, 울주 등 지자체마다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산촌유학 협의체를 만들어 일본처럼 지자체나 교육청의 재정 지원을 받는 문제, 학생 모집이 어려운 문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문제, 자생적인 수지구조 구축 문제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하지만‘기러기아빠’를 양산하고 국제중 설립 논란에 휩싸이는 등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위험한 교육 현실에서, 보다 인간적인 삶과, 생태적인 미래를 주장하는 산촌유학은 지속가능발전의 명백한 대안 중 한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촌유학, 또는 교육이라는 숙명적인 주제에는 도시 아이와 시골 아이, 도시 부모와 시골 부모, 농가 부모와 활동가, 시골학교의 교사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 등의 인간관계가 얽혀있다.
우리 교육, 우리 사회, 우리 스스로를 치열하게 점검해보고 수정해보자. 그리하여 서로 상생하고 대동하는 오래된 미래로 가는 문의 열쇠 하나쯤, 산촌유학에서 발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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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것이라 믿었던 산촌유학도 우리의 현실에선 사업으로 읽혀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일이 커지고 복잡해지며, 거기에 이권이 개입되어 본래 운동의 정체성을 흐릴까 조심스럽습니다. 현장에서의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이 필요함을 생각합니다.
'고산산촌유학센터 강령의 취지문은 '아이들은 자연이다'로 시작한다'/이 부분 읽으면서 예전 읽었던 책이 떠올라 추천합니다. 아이 키우면서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고민하며 읽었던 책인데, 그 책 제목이 '아이들은 자연이다(장영란,김광화)'입니다. 한권 더 보태면 '아이들은 놀기위해 세상에 온다(편해문)'.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사업가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읽어볼게요.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명령하듯 말하는 게 보통이었다. '물 좀 가져와라, 빨리 일어나라' 등등. 또 비슷한 잔소리를 반복해서 하곤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가면서 이런 말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시키자면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 한다. '물 좀 갖다주겠니?'라고 잔소리 대신 아이 상태를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어제는 왜 늦게 잤니?'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다.' - 아이들은 자연이다, 102쪽
'어른들의 일터는 아이들의 놀이터 ; 아이들은 철저하게 아날로그로 자라야 한다. 아날로그의 품을 팔지 않는 디지털은 휘황한 껍데기이고 거짓말이고 환영일 뿐이다...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놀이를 꼽으라면 나는 어른들이 제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옆에서 아이들이 보거나 따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