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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만 흘러내리는 어두운 바다 저쪽으로
숙부의 볏짐 가득 실은 목선이 사라진 뒤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 광막하게 펼쳐진 바다의
거칠게 출렁거리는 물너울 위에는
신도 악마도 없었다.
오직 나와 들썽거리며 출렁거리는
마녀 같은 밤바다와 별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나의 참담한 실존을 알아차렸다.
거기에서 내 목선의 노를 저어줄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노를 젓기 힘들다고
잠시도 노 젓기를 멈추고 쉴 수도 없었다.
팔이 뻐드러지더라도 계속 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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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딸아,
늙은 아비는 건강할 때면 보이지 않던 것이
앓을 때면 문득 보이곤 한다.
슬픈 눈으로 보기 때문일 터이다.
기쁜 눈은 가슴을 달뜨게 하지만,
슬픈 눈은 냉엄하게 응시하곤 한다.
‘유식학(唯識學)’에서,
우리의 눈빛이 별빛과 햇빛과 달빛을 만든다고 했는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너희 자신만의 독특한 슬픈 눈빛을 지니도록 하여라.
그 눈빛으로 너희들만의 풍경을 창조하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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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세한도〉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추워지고 슬픔 속에 젖어든다.
추워짐과 슬퍼짐이란 것은
온실 속 같은 다사로움과 달뜸으로 인해
물러져 있는 의식을 냉철하게 하는 오싹함이다.
그 냉철로 인한 슬픔과 오싹함은
나의 흐물흐물해져 있는 삶을
성난 얼굴로 살펴보게 한다.
**** 한승원 <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
첫댓글 대학 시절
한승원 작가의 작품을 많이 잇엇던 기억이 아슴하네요
~~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멘부커상 수상 했을 때 접했는지라
이번엔 우연히 아버지인 한승원님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한강의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항상 얼굴에 피곤기가 가득한 한강의 얼굴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가벼운 저를 돌아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팔이 뻐더러지더라도
노를 저어야 햇던
그 소년의 마음을
그려보는
저녁 한 때
이 부분의 문장들 읽는데
울컥했습니다.
썸네일 보고선
정명화의 연주곡명이 궁금햇더만
~~~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
깊고 그윽한 첼로 소리
...
금강산 그 절
저녁 예불 같음이라~~
Tal Barr
처음 접하는 뮤지션이네요
...
출퇴근 길
팝 음악 들으면
알고리즘으로 여러 곡들을 듣게 되는데
사이먼&가펑클의 이 노래가 자주 나와서 건너뛰기 햇더랫는데
...
새로운 뮤지션으로 듣는 이 즐거움~~
해 질 녘 첼로 소리로 듣는 성불사
어찌나 묵직하던지요..
변주곡이라 더 귀 기울이게 되었던 .......
@여정
저도 익숙한 곡이라 패스 하곤 하는데
연주자가 신선해서 귀 기울이며 들었더랬습니다.
꽃별의 연주
올만에 감상합니다
출퇴근길
매일 두시간여 음악을 듣지만
의외로 감상하는 장르가 좁아서
이즘은 의식적으로 여러 곡들을 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꽃별을 아시는군요.
글 내용과 어울리는 이미지인 것 같아 눈길이 간 케이스입니다.
연주도 매력있네요.
플라워님 생일 겸
명곡모임 가는 길
~~
성불사 첼로 연주 들음서
바쁜 마음
다독여 봅니다
연속듣기로 감상합니다
어둠이 내리는 저물녘 들으니 더욱 좋습니다
플라워님 생신 축하 드린다고 전해주시고
명곡 도반님들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다들 보고 싶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_()_
@musicok 저녁 먹고
담소 나누고 헤어졌어요
...
나이 들어도 다들 바쁘셔요
일 하고
여행 가고 등등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