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기아의 에이스인 최상덕(31)이 요즘 심기가 편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부진한 성적 탓에 최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후반기 들어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번 건너뛴 것이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28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와야 했지만 가내영으로 선발이 바뀌었다. 이날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서 땀을 닦던 최상덕은 말은 안했지만 속은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다.
지난달 28일 광주 롯데전에서 7이닝동안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지만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3경기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3연패.
이달 4일 광주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4실점을 하면서 시작, 10일 인천 SK전에서는 2⅔이닝동안 5실점,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4⅓이닝동안 2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달 가까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30일 현재 7승7패에 방어율 4.76. 성적으로만 보면 동료 키퍼(12승)와 후배 김진우(8승)에게 뒤져 '제3선발' 수준이다.
더구나 '제4선발'인 손혁마저 이달 2승을 올리며 당당하게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치고 나오고 있는 형편이니 최상덕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최상덕의 부진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다.기아 김성한 감독.
김감독은 "(최)상덕이가 제 페이스를 찾아야 후반기 선두 행진에 이상이 없을 텐데…"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팀 최다승(12승)을 올리며 '나홀로' 선발 마운드를 지키던 최상덕이 부진하니 팀이 선두를 달려도 어딘가 텅 빈 느낌이다. 김감독은 "그나마 이번에 상덕이가 한번 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
후반기 들어 5할 승률(3승3패)를 거두고 있는 선두 기아. 에이스 최상덕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후반기 페넌트레이스의 관건이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의기소침요? 그런 거 잊은 지 오래입니다." 최상덕이 '실력'으로 에이스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짧은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송송 맺히도록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