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여름에 쓰는 편지
허수경
그해 여름은 추웠어요 복날인데 아무도 뜨건 탕을 먹으러 가지 않았어요 모여 앉아 울고 있었어요, 아냐 아냐 그건 아냐, 하며 누군가가
미숫가루물을 목으로 넘기자 기도해 통성해, 하며 누군가가 수박을 두 동강으로 잘랐어요
별들은 구토를 하면서 누런 하늘에 창백하게 박혀 있었어요 닭에게 모이를 주러 양계장 문을 열면 추운 바람에 찬 여름이 슬몃 어깨를 잡곤 했어요.
노래 좀 들려줘, 닭들이 외쳤지요. 추워 추워 노래좀 들려줘. 소녀가수가 가로등 밑에 서서 삼 개월 남은 삶에 대해 부르는 노래 좀 들려줘 모이를 주던 손에 고드름이 듣고 닭의 눈을 바라보던 눈에 얼음이 돋아들었어요
한 번도 살해해본 적이 없는 손 그 손으로 울면서 죽은 자를 애도할 것도 같았지요 누가 돌아오고 있었어요
돌아오는 골목에는 자객이 숨어 있었지요 냄새 나는 양말을 신은 자객이었어요. 추운 여름 동안 양말을 갈아신을 장롱을 잃어버린 한 불쌍한 사내였지요. 돌아오는 누군가에게 칼부림의 선물을 안고 쓰린 위장을 바깥으로 내놓은 자객이었어요
그해 여름은 추웠어요 당신이 그 골목에서 젖은 지전 이천 원을 던져주던 이가 나라는 걸 알아보셨어요? 복날인데 어떤 식당도 뜨건 탕을 끓이지 않던 망국의 저녁을 기억하셨어요?
별들이 구토를 하며 창백하게 하늘에 있어요 아마도 그 별들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걸 잊게 하려고 여름은 그해 여름은 그렇게 추웠나봐요 닭은 잊어버리세요 이미 다섯 세대는 지나간 새 세대의 닭들이 양계장의 문을 열면 감은 눈으로 물을 마시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