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리터 주유 배급표 인쇄했던 과거 기록 발견, 긴장 심화
유가 100달러 선 돌파하며 배급제 정당성 확보, 가계 경제 압박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면서 캐나다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47년 전 준비했던 휘발유 배급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방 천연자원부 기록물 보관소에서 1979년 당시 제작했으나 발행하지 않은 배급표가 발견되면서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닮은꼴이 화제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석유 공급 부족에 대비해 1장당 50리터를 주유할 수 있는 스탬프를 인쇄해 만약의 사태를 준비했다.
이 배급표는 구급차나 농가 같은 필수 시설에 연료를 우선 배정하고 일반 시민에게는 공평한 주유 기회를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비록 당시에는 공급이 안정되어 실제 유통하지는 않았으나 중동 전쟁이 격화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 유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미래의 경고장이 되고 있다. 현재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캐나다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달러까지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전 1.29달러 수준에서 급격히 오른 수치다.
송유관이 부족한 캐나다 중부 지역은 물리적인 기름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 배급제 도입이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가 리터당 5달러 수준인 배럴당 150달러나 200달러까지 치솟는다면 돈 많은 사람만 연료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배급제를 통해 평등한 배분을 정당화할 가능성도 높다. 북미 대륙이 과거보다 에너지 자급자족 능력을 키웠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어 한 지역의 타격이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1970년대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주유 날짜를 정하는 홀짝제를 시행했고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일이 반복되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연중 서머타임을 도입하려던 시도도 있었으며 캐나다 역시 이를 검토했으나 일부 주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당시 석유 공급이 하루 수백만 배럴씩 줄어들면서 발생한 가격 폭등 상황은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최근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난관을 넘긴 뒤 다시 안일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반복되어 왔다. 필수 자원인 에너지에 대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0년 전의 배급표가 다시 빛을 본 것은 현재의 안보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