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복슬한 털 가진 낙타 친척… '우우' 콧소리 내며 감정 표현도 해요
알파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알파카는 남아메리카 대륙이 고향이에요. 귀여운 외모 덕에 최근 반려동물로도 주목받고 있죠. /위키피디아
얼마 전 영국에서 훈훈한 뉴스가 전해졌어요. 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76세 할머니의 생일에 알파카가 찾아왔다는 소식인데요. 반려동물 가게를 운영했다가 지금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의 소원이 바로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알파카를 직접 보고 쓰다듬어 보는 거였대요. 농장에서 할머니를 찾아온 알파카의 왕방울만 한 눈이 정말 사랑스러웠답니다.
동화책에 나올 법한 귀여운 외모를 가진 알파카. 우리나라에서도 알파카를 볼 수 있는 카페나 농장이 여러 곳 있는데요. 원래 고향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안데스산맥 일대랍니다. 이곳은 해발 3000m 안팎에 비도 많이 오지 않는 험준한 산악지대예요. 이곳에는 중앙아시아와 중동·북아프리카에 사는 낙타와 친척뻘이지만 덩치는 훨씬 작고 혹이 없는 동물들이 살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비쿠냐’라는 녀석이에요. 기다란 목에 늘씬한 네 다리를 가진 비쿠냐는 무리 생활을 하는데요.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비쿠냐를 가축으로 길들인 게 바로 알파카랍니다. 그러니까 비쿠냐와 알파카의 관계는 멧돼지와 집돼지 관계랑 비슷하죠. 비쿠냐가 가축으로 길들여진 이유는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혹독한 산악지대 기후에서 살아가기에 비쿠냐의 털만큼 좋은 옷감이 없거든요.
알파카의 털은 따뜻하고 푹신할 뿐 아니라 색깔도 무려 52가지나 돼요. 수천 년 동안 아름답고 푹신한 털을 가진 알파카가 나오도록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알파카를 교배한 결과죠. 알파카 털은 면양(가축화된 양)의 털보다 탄력이 좋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대요.
알파카는 귀여운 외모 덕에 최근 반려동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어요. 다 자란 알파카의 어깨높이는 1.1m, 몸길이는 2.2m, 몸무게는 90㎏ 정도인데요. 어린아이들이 가까이서 봐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덩치죠. 낙타 중 가장 큰 쌍봉낙타(몸길이 3.3m, 어깨높이 2m)와 비교하면 알파카는 마치 쌍봉낙타의 새끼처럼 보일 거예요.
게다가 알파카는 ‘앉아’ ‘일어서’ 같은 간단한 명령도 잘 알아듣는대요. 차에 태워서 이동할 일이 있을 땐 곧잘 짐칸으로 뛰어올랐다가 내리기도 한답니다. 알파카는 무리 일원들끼리 소통도 잘해요. ‘우우~’ 하는 콧소리를 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요. 알파카의 임신 기간은 사람보다도 더 긴 11개월 반인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새끼도 ‘우우~’ 하는 콧소리를 내면서 엄마와 대화를 나눈대요.
그런데 알파카의 모습이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은 않아요. 무리 생활을 하는 특성상 수컷은 누가 더 힘이 센지 서열을 가리기 위한 싸움을 자주 하는데요. 이럴 때는 뒷발을 딛고 일어서 기다란 목을 상대에게 휘감으며 육탄전을 벌이죠. 이 과정에서 상대의 몸을 이빨로 물기도 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