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뜻 깊은 한해였다. 도시재생신문은 송년호를 맞아 올 한해 주택재정비시장을 강타한 핵심이슈 TOP5를 추려 소개한다.
이슈1-용산4구역사태 시장 ‘쇼크’
용산사태 이후 재개발․재건축 이슈화
올 1월20일 신문․방송의 헤드라인에는 ‘용산참사’라는 용어가 올랐다. 이후 수개월 동안 이 단어는 국내 재개발사업을 특징짓는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됐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이하 전철연) 회원들, 경찰, 용역 직원들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당시 폭력 문제, 용역 직원, 안전 대책, 과잉 진압 여부 등에 대한 논란과 함께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고 이후 수사 결과, 홍보 지침, 왜곡 시도 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올해 초 용산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입법전쟁이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규제완화를 부르짖는 여당 측 입법안과 규제강화를 주장한 야당 측 안이 충돌하면서 자고나면 도시정비법이 바뀌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슈2-임대주택의무비율 폐지
잦은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시장 혼란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 공성진 의원, 정희수 의원, 민주당 강창일 의원,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 등이 입법 발의한 굵직굵직한 법안들이 국토해양위에 계류되면서 숱한 논란을 불러왔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과 공성진 의원이 같은 시기에 입법발의한 재건축 임대주택의무비율 폐지와 관련한 사안은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두 의원에 의해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 폐지의 대안으로 김 의원 측 안에서는 늘어난 용적률의 50% 범위에서 짓도록 한 재건축소형주택의 전용면적을 60㎡로 제한했다. 반면, 공 의원 안에서는 소형주택의 전용면적을 85㎡로 좀 더 완화하고 정비계획에서 정한 허용세대수 제한도 받지 않게 했다. 결국 서울시 주장을 받아들인 김성태 의원안과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안을 인용한 공성진 의원안이 적절하게 절충점을 찾아 국회 최종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사업의 득실여부가 핵심이슈로 급부상하면서 많은 재건축단지들이 사업시기를 늦추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을지를 저울질 하는 등 시장혼란도 가중됐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도시정비법 관련 입법발의를 남발하면서 시장혼란이 가중됐다.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당연히 같은 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끼리도 내용이 상충되거나 일부 안건에 있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용산사태 이후 법안 발의의 구체적인 원칙과 내용, 실행과정에서의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상황논리에 맞춰 급조된 듯한 느낌을 주는 내용들도 상당수 있어 법안 심사과정이나 법제정 후 실제 적용과정에서 논란도 많았다.
이슈3-조합설립동의서 양식 하자
비용분담사항 누락 조합설립무효 잇따라
정부가 승인한 동의서로 설립된 조합들이 무더기로 조합설립무효 위기에 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3월 19일 순화1-1구역 조합설립무효 소송 건에 대해 법원이 조합원부담금 등 도정법이 정한 일부 항목을 누락했음을 전제로 조합설립무효 판결을 내린 것.
4월 19일 부산고법도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반대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부산고법이 “건교부가 승인한 표준 동의서를 사용했으나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국토해양부장관 고시의 형태로 발령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운영규정안이나 별지3-2 동의서 양식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할 뿐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당시 전국에서는 건교부가 제안한 동의서를 사용하지 않은 조합이 없었다. 국토부는 하자 치유를 위해 추진위 운영규정에 첨부된 동의서 양식을 도정법 시행규칙 별지4호로 격상시켰다. 전국의 조합들마다 변경된 동의서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를 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국의 반대파들은 순화1-1구역 판결을 이정표로 조합을 옥죄였다. 당시 전국뉴타운재개발지구 비대위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순화1-1구역 판결은 뉴타운재개발조합설립무효의 이정표”라고 전했다. 홈페이지에는 ‘순화1-1구역 판례는 과거 건교부지침에 의한 표준동의서를 사용해 설립된 조합은 모두 무효가 될 것이며, 전국 대다수의 조합이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한 순화1-1구역 판결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정하는 4가지 종류의 정비사업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돼 건교부의 동의서를 이용한 모든 조합이 무효’라고 공지했다.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던 이 사안은 대법원이 지난 9월24일 ‘조합설립 무효의 건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이관할 것을 확정지으면서 일단락 된 듯 보인다.
이슈4-서울시 공공관리자제도
불안한 시행에 따른 반발 거셌다
서울시는 지난 7월1일 공공관리자 제도 전면 도입을 발표하고, ‘서울시 소재 성수전략지구에 시범실시 한다’고 밝혔다. 공공관리자제도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내 484개 정비구역 중 68%에 해당하는 329개 구역에 적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말 그대로 ‘공공주도형 도시주거환경 개선사업’ 정착에 대한 추진 의지를 내 비친 것이다. 서울시 혁신안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안의 형태로 2009년 7월 13일 국회에 제출되었고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 계획이 출발부터 순조롭지는 못했다. 첫 시범사업지구인 성수지역 정비업체 선정과정에서부터 공정성시비에 휘말렸고, 이후 진행된 한남뉴타운의 정비업체선정과정에서는 아예 정보공개를 불허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의 비선라인이 구청과 협의해 미리 선정한 업체들을 짜 맞추기 식으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샀고, 실제 선정 결과에 거론됐던 업체가 그대로 반영돼 “공공관리자제도를 하는 이유가 뭐냐”는 빈축을 샀다.
전문가들은 현행 공공관리자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 있다.
첫째 공공관리자제도는 혁신안의 초기 구상에 의해 마련되고 많은 논의를 거쳐 완성된 것이 아니라 2009년 용산사건이 발생 이후 급조된 방안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시공사 선정의 경우 현행 도정법은 선정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명시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제출한 개정법안은 이를 삭제하고, 시공사 선정과정에 시장ㆍ군수가 선정과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선정방법 및 지원방식 등을 시ㆍ도지사가 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선출직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시공사 선정과정에 참여하게 하거나 선정방법 및 지원방식을 정하게 하는 것은 정비사업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기능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셋째는 서울시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면서 추진위원회 승인 이전까지 소요되는 공공관리비용 등은 공공(서울시와 해당 구청)에서 부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개정법안에서는 시장ㆍ군수가 소요비용을 지급한 후 구성된 추진위원회로부터 비용부분을 징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당초 공공부담원칙과는 상이하게 표현되어 있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넷째는 서울시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철거과정에서 세입자 이주대책 등에 대해서는 조합으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선정과정에만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것처럼 특정업체와 공무원과의 결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재개발․재건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시행정이 아닌 주민과 세입자간 또는 지역 간의 조화를 위하여 공공의 역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이 먼저 분명하게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슈5-조합설립무효소송 행정법원으로
조합의 법인격을 확인시켜준 ‘명 판결’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를 이유로 직접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여야 한다.”
지난 9월 24일 대법원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온 조합설립무효 항고소송에 대해 조합설립무효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하나의 요건에 불과한데, 이러한 행정처분의 요건 중 하나일 뿐인 조합설립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것은 제기된 문제를 치유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 부분은 행정소송을 통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정모씨 등 15명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으로 이들은 “해당 조합이 조합설립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시행령 제26조가 정한 개략적인 비용분담에 관련한 사항 등을 제대로 명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조합설립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원심 판결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사건이 제1심 관할법원인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기돼 심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전속관할의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에 대한 설립인가처분을 보충행위로 보았던 종전의 실무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나머지 부득이하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보고 “이는 실제로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으로 제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시 확인해 보면 ‘조합설립결의가 적법했느냐의 여부에 앞서, 행정법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 지방법원에서 다뤄진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종전 대법원 판례는 재건축·재개발조합결의나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에 대해 민사소송을 허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을 내려 수많은 조합들이 혼란을 겪어왔다.
이 판결에 앞서 9월 17일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과 관련된 판결에서도 같은 법리적 해석을 적용해 “관리처분계획 관련소송은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조합설립 또는 관리처분계획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총회결의 하자를 근거로 그동안 반대파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전국의 수많은 조합들이 근심을 덜 수 있게 됐다.
또 공법으로서 도정법의 위상확립됐다.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을 행정주체로 인정했고,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은 행정소송으로 다뤄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 향후 같은 형태의 문제소지를 차단했다.
편집부
첫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뜻있는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