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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여의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조국 교수 초청, 정치혁신 국민대담회 - 조국, 한국 정치에 돌직구를 던지다!'가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의 사회로 열리고 있다
'밥벌이' 하다 쫓겨난 이들과 밥 한번 먹읍시다.
26일 정리해고-장기투쟁사업장을 위한 '희망 밥 콘서트' 개최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대한문 앞에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단식 들어간 지 오늘로 벌써 16일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벌써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오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쌍용자동차 문제는 국회에서 청문회만 했을 뿐 아직 해결된 게 없다.
울산 현대자동차에서는 벌써 1주일 넘게 고압 송전철탑에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라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철탑에 널판지로 2평도 채 안 되는 깔판을 만들어서 버티고 있다. 잠은 어찌 자고, 밥은 어찌 먹고, 대소변은 어떻게 가리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용역깡패들이 공장을 침탈한 뒤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들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홍종인 지회장이 공장 앞 다리 위 난간에 밧줄을 목에 걸고 올라갔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하늘 위에 망루를 짓고 올라가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면하고 버티는 현대자동차, 용역폭력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사과와 처벌은 없고 복수노조를 악용하여 노조를 고립시키기에 혈안이 된 유성기업, 그리고 청문회에서 회계조작도 드러났음에도, 그리고 사회각계의 노력과 이어지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이 23번째에 도달했음에도 여전히 해고자의 복직을 하지 않는 쌍용자동차….
어디 그뿐인가. 며칠 전에 이런 게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코오롱 2801일, 콜트콜텍 2092일, 재능교육 1769일, YTN 해직 1476일, 국립오페라합창단 강제해산 1392일, 쌍용자동차 1250일, 전북고속 686일, 전북버스 226일, 유성기업 525일, PSMC(구:풍산마이크로텍) 357일, JW지회 246일, 골든브릿지증권 186일, 한진중공업 천막농성 139일, ING생명 85일(날짜는 그후 더한 숫자).
1년이 365일인데, 2년이면 730일, 3년이면 1065일인데, 이들 노동자들의 투쟁 날짜는 얼마나 더 쌓여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 24일로 단식 15일을 맞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2801일, 2092일, 1769일... 쌓여만 가는 노동자들의 투쟁 날짜
여기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비정규직 사업장일 수도 있고, 정리해고 사업장일 수도 있고, 특수고용 문제로 싸우는 사업장일 수도 있다. 법이 잘못된 것이든, 제도가 잘못된 것이든, 악덕 기업주의 잘못이 있는 것이든 문제를 풀려고 했으면 이미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만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버티고 있다. 이것을 해결해야 할 임무를 가진 정부도, 정치권도, 심지어는 법원도 모두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고립하기에만 혈안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법원의 판결도 깔아뭉개는 기업에 대해 이 나라의 정부와 정치권이 무언가 진정어린 조치를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이 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어용노조까지 합쳐도 10%도 안 되니 무슨 힘을 쏟을 수도 없거니와 진보정당은 어렵게 국민들이 만들어준 정치적 입지를 패대기쳐서 깨부수어버렸다. 그러니 천막을 치고 거리에 나앉은 노동자들이 하늘로, 망루 짓고 올라가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순서일 것이다.
하늘로 목숨 걸고 올라가야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2009년 1월 20일이 떠올랐다. 용산에서 살자고 망루 짓고 올라갔던 철거민들이 25시간 만에 주검으로 내려왔던 날 말이다. 그 뒤로 용산과 같은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쌍용에서 유성에서, 그리고 올해 SJM까지 말이다. 국가폭력과 사적폭력까지 합쳐져서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게 공식이 되어버린 지금, 노동권은 어디고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 현실은 야만에 다름 아니다.
요즘처럼 끔찍한 죽음들을 곁에 두고 살았던 세상이 어디 있었던가. 부동의 OECD 1위의 자살률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불감증에 걸려 있다. 자살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불안한 일자리와 미래 때문이며, 결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탓에 벼랑에 내몰렸기 때문임을 굳이 자료와 통계를 들추어 설명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IMF 외환위기 이후에 "어어어" 하는 사이에 정리해고가 일상이 되었고, 항상적인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치 갯벌에 소리 없이 차오르는 밀물과도 같다. 비정규직도 그 이전에는 없었거나 미미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900만 명 가까이 헤아리게 되어 고용 형태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천의봉 사무국장이 송전탑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들... 그래도 밥 한번 함께 먹자
늘 그렇다. 내가 당하지 않는다고 침묵하거나 외면할 때 언젠가 바로 내 곁에 그 상황이 다가와 있다. 지금 비정규직이 아니라서,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아서 침묵할 일이 아니다. 노동자도 시민인데, 시민권을 박탈당한 시민의 처지로 곤두박질친 사람들의 문제가 결코 나와 다른 문제일 수 없다.
이번 주에는 이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집회들이 준비되어 있다. 26일에는 송전철탑 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울산에 와 줄 것을 노동자들은 호소한다. 그리고 27일 토요일에는 서울역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촛불행진이 열린다. 1천만 선언, 10만 촛불을 모으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집회에 마음을 모으고 몸을 보태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전국의 쫓겨난 사람들을 모아서 생명평화대행진단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오는 11월 3일이면 서울광장에서 도착하는 행진에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행사가 26일 금요일 오후에 대한문에서 열린다. "밥 한번 먹자"는 이 행사에는 희망바자회와 희망콘서트와 함께 밥 나누기 행사가 열린다. 밥 먹고 살기 위해 노동하는 것인데, 밥도 먹을 수 없게 쫓겨난 사람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다.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 중이라서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모여보자. 단식 중인 그를 격려하고, 전국에서 힘겹게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보자.
금요일 저녁에, 대한문에서 모여 밥 한번 제대로 먹자. 밥벌이 하다가 쫓겨난 노동자들, 이제 하늘로 망루 짓고 오르는 노동자들과 연대의 정을 진하게 나눠보자. 같이 밥 먹고 기운내서 연대해보자.
▲ 26일 개최되는 '희망 밥 콘서트' 포스터
==2012.10.24 오마이뉴스 희망식당 김정우, 박래군 기자==
당신들이 먹는 주먹밥이 '그들을' 살립니다
26일 정리해고-장기투쟁사업장 돕기 위한 '희망 밥 콘서트' 개최
▲ 희망식당 하루 응원노트에 적힌 글
"저희 회사도 요즘 구조조정 중이라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희망을 놓지 말아요. 우리.""멀리 포항에서 왔습니다. 희망 든든히 먹고 힘내서 가야지!""Re :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친구의 생파(생일파티)를 이곳에서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쌍용차해고자와 가족들, 속히 원하는 소망이 이뤄져서 더불어 웃고 함께 잘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노트 네 권이 쌓였다. 하도 뒤적거려 네 모퉁이가 너덜해진 동아리방 '날적이' 같이 낡았다.
7개월 동안 '희망식당 하루'(이하 희망식당)를 찾아온 사람들은 멀리서 온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자신의 아픔도 털어놓았다. 친구를 따라서, 남편을 따라서, 또는 혼자, 어떤 날은 퇴근길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주말 나들이를 갔다가, 어떤 때는 노동자가, 학생이, 부녀가, 연인이 희망식당을 찾아왔다.
희망식당 벌써 5호점... 수익금 4400여만 원 전액 투쟁노동자 지원
▲ 희망식당 하루 응원노트에 적힌 글
해고노동자와 투쟁사업장에 수입금 전부를 지원하는 희망식당에는 그동안 5000여 명이 방문했다. 모인 돈만해도 4400여만 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 총 38곳에 투쟁하는 노동자들 지원했다.
그 사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상도역에 처음 문은 연 1호점을 시작해 5월 상수역에 2호점, 6월 청주에 3호점, 9월 대전에 4호점이 차례로 생겼다. 다음달 4일에는 대구에 5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희망식당 운영원칙 가운데 첫 번째는 해고노동자가 직접 음식을 만든다는 거다. '희망식당 셰프'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자리에서 쌍용차, 콜트콜텍, 유성기업의 해고노동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대부분 공장 기름밥을 먹던 이들이 이제는 따뜻한 밥을 만든다(관련기사 : 2년반 기다린 판결 10분 만에... "당해보니 그 마음 알겠더라", 다 죽이고 싶었던 1년 "밤엔 아내에게 전화 못한다")음식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서빙과 설거지까지 모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다.
일주일에 하루 문을 여는 희망식당의 일일주인(호스트)를 맡은 사람만 해도 벌써 50여 명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공지영 작가, 김남훈 프로레슬러 등 유명인사들부터 삼성노동조합, 성소수자단체 등 단체들도 일일호스트로 나섰다.
하지만 누구보다 빛났던 호스트는 직장인과 학생, 주부 등 시민들이다.이들이 만들어낸 감동 스토리가 노트 네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희망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은 방명록에 응원의 글을 쓰고 트위터 같은 SNS에 '해고는 나쁘다'라는 말을 남기는 게 숙제다. 그 짧은 숙제 하나. '남양주 덕소 닭살부부'는 지난 7월 1일 희망식당에 와서 "저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당신들의 투쟁이 꼭 승리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고통은 나의 고통입니다"라고 썼다.
'희망 밥 콘서트', 주먹밥도 먹고 콘서트도 즐기고
▲ 희망식당 하루 응원노트에 적힌 글
희망식당은 SNS를 제외하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개업 7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손님들이 붐빈다. 일일호스트도 몇 주 전에 신청해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이다.
보통 희망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뿌듯함,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확인하는 동질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식당은 빚진 마음,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채감을 덜어놓고 갈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비록 밥 한 끼지만 해고노동자가 지은 밥을 먹으면서 그들과 연대할 수 있다.아직까지 희망식당을 방문하지 못하고 '빚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는 26일 오후 4시 희망식당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하는 '희망 밥 콘서트'를 찾아가면 된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 삶에 희망을...밥 한 번 먹자'란 주제로 참가자들이 함께 주먹밥을 나눠 먹는다.
바자회를 시작으로 오후 6시부터는 록밴드 네바다51, 게이트플라워즈, 옐로우몬스터즈, 가수 한동준씨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가 치러지는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이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행사 당일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단식 17일째를 맞이한다.
곡기를 끊은 사람 앞에서 밥을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조금은 망설여지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김 지부장은 "먹는 사람은 먹어야지, 먹는 것도 싸움"이라며 "우리는 다 같은 길에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올해도 희망 안 오면 또 죽을 수 있다")밥 콘서트에 참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바자회에 물건을 내놓아도 좋고, 그냥 와서 일정액의 밥값을 지불하고 밥만 먹고 가도 된다. 가장 좋은 참여는 사람들과 나눠먹을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오는 것이다. 재료가 없다면 희망식당(@hopeharu)에 요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콘서트가 열리는 날, 록밴드들의 연주에 맞춰 격렬한 헤드뱅잉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주먹밥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동민씨가 희망식당 노트에 쓴 글이다."해고는 배고프다. 해고는 목마르다. 해고는 어둡다. 해고는 비참하다. 그런데 그 해고를 경험하고 세상을 다르게 본다. 연대를 하기 위해 수줍게 내민 손이 얼마나 무거운지, 연대를 위해 어렵게 해준 발걸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연대를 위해 굳게 뭉친 어께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게 되었다. 해고가 인생을 파괴하고 관계를 단절했지만 연대가 한길로 가는 뚝심과 희망이라는 오솔길을 안내했다. 한두 번의 연대로 실망하지 말자. 그 기나긴 시간동안 고통과 아픔 속에서 버티고 견뎌온 이들이 있으니. 어깨를 마주대고 두 손 꼭 맞잡으며 함께 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자."== 2012.10.25 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인터넷오마이뉴스에서 퍼온 글 편집>